【연속기획】 농협법 개정안 제자리...이성희 회장 연임 먹구름
【연속기획】 농협법 개정안 제자리...이성희 회장 연임 먹구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12.0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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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담은 농협법 개정안
법사위에 막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해 제자리
이성희 회장 오는 2024년 1월 임기 종료 앞둬
입법 로비 의혹 제기, 정치권 반대 기류에 깜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오는 2024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 일명 농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업위원회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농협법 개정안을 두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벌이는 가운데 입법을 위한 로비가 있다는 의혹까지 나와 혼란을 더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안의 내용은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법안은 농협법 개정안이다.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하는 농협법의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도시조합의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등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도시조합 수익의 일정 부분을 도농상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농협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화와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을 1000분의 25에서 1000분의 50으로 상향해 회원지원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 상향이 담겼다.

또 비상임 조합장도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2차례에 한해서만 연임을 허용하고 3선을 제한하는 내용의 비상임 조합장 3선 제한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금선정위원회에서 회원조합지원자금 지원대상과 규모를 정하도록 하는 등 자금 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회원조합 지원 자금 투명성 확보 등도 담겼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지금의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는 조합장 선출방식 직선제 일원화도 포함됐다. 직선제로 바뀔 경우 전국 1120여개 농축협 조합장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 고객과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는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회원조합의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여부다. (사진/뉴시스)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여부다. (사진/뉴시스)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농협법 개정안 중 가장 핵심 내용은 농협중앙회장의 1회 연임 허용이다. 수산업협동조합이나 산림조합 등 다른 협동조합과의 형평성은 물론 업무 수행 연결성 등을 이유로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자는 내용은 농협법 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농협은 시중 은행들과 달리 은행법에 따르지 않고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한국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협은행 등과 함께 특수은행으로 분리된다.

1961년 8월 15일 농협법에 따라 기존 농협협동조합과 농협은행이 농협으로 통합됐고 농협은 중앙회와 농·축협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농협중앙회는 2개의 지주회사와 3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고 농협은행과 하나로마트 등이 포함돼 있다. 농·축협은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800여개의 지역농협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런 농협의 꼭대기에는 농협중앙회장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종합농협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설립 초기에는 정부가 임명하는 임명제였다.

이후 1988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선거제로 바뀌었고 1조합 1표의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이 조합장 중 뽑힌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됐고 직선제 당시에는 허용됐던 연임도 금지되고 4년 단임제로 변경됐다. 단임제로 변경된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연임에 성공한 농협중앙회장들이 배임과 횡령,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임기 중 구속이 되는 등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 민선 회장인 한호선 회장(14~15대)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고 원철희 회장(16~17대) 역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 정대근 회장(18~20대)은 뇌물수수 혐의로 임기 중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21~22대)은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에 시달렸고 계열사와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적발되는 등 임기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럼에도 지난 2021년 다시 직선제로 바뀌면서 내년에 선출되는 차기 농협중앙회장부터는 다시 직선제가 도입된다. 

농협법 개정안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오는 2024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진/뉴시스)
농협법 개정안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오는 2024년 1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진/뉴시스)

연임제로 바꾸기 위한 움직임

이처럼 선거제도는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단임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특히 연임을 허용하는 범위를 현재 농협중앙회장까지 소급 적용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농협법 개정안 통과는 농협중앙회장들의 숙원 사업처럼 변질됐다. 지난 2020년 임기가 완료된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도 농협법 개정안에 사활을 걸었으나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직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재직 중인 지난해에는 결국 농협법 입법을 위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지난 2022년 12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소위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성희 회장은 셀프 연임을 위해 농협법 입법 로비를 위해 국회의원, 국회 전문위원, 농식품부 등에 인력 및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 로비를 위해 중앙회 기획실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특히 국회의원 등에게 농협 지역본부장을 시켜 로비자금을 전달하고 있고 때로는 회장 자신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서 비자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9월에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회의에서 또 다시 입법 로비를 언급했다. 김의겸 의원은 초선이고 힘없는 나에게조차 거의 융단폭격 같은 제안이 왔었다며 이번 법안 통과에 협조해주면 다음 총선 때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자신이 직접 로비성 발언을 들어 윤준병 의원의 폭로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느낀다며 입법 로비 의혹에 힘을 보탰다.

같은 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제 시절 횡령과 배임, 뇌물 수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윤준병 의원의 제기한 입법 로비 정황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같은 당인 박주민 의원과 설훈 의원, 신정훈 의원 역시 비슷한 이유로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공고는 이달 중으로 예정돼 있다. 이성희 회장이 연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미 법 개정이 완료됐어야 했지만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혀 국회로 넘어가지도 못하면서 이성희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농협법은 향후 새롭게 선출되는 농협중앙회장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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