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왜성’을 아시나요?
‘노량: 죽음의 바다’...‘왜성’을 아시나요?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12.22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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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출신 김한민 감독은 어린 시절 고향에 있던 왜성을 보며 컸다. 고향에 왜성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성이 일제 강점기가 아닌 임진왜란 때 세워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것이 화두가 되어 이순신 프로젝트가 됐고,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지는 씨앗이 됐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소년의 꿈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이심전심 관객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20일 개봉 이후 연속 박스오피스 1위로 노량의 바다를 지킨다.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12. 이순신(김윤석)은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순신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확신한다. 이에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왜군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하고,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백윤식)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한다.

김한민 감독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그 길고 참혹했던 7년간의 전쟁을 어떻게 올바로 종결하려 죽음까지 불사하며 애쓰셨는지를,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과 같은 양면의 모습으로 그분의 대의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감독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심정이 어땠을까?” 늘 자문하며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살폈다. 그리고 최대한 당시에 장군의 참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통해 한산해전에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 용맹한 장수)’, 노량해전에서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관객들이 <명량>(2014)에서는 역사를 바꿀 전투에 나선 영웅의 비장함을, <한산: 용의 출현>(2021)에서는 젊은 이순신의 뛰어난 지략과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함께 느끼고 호흡했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한국 역사를 바꾼 지혜로운 선택과 영웅 이면의 번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 7년의 종결을 알리는 현장으로서의 이순신 장군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배우 김윤석은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배우다. 최후의 전투를 앞둔 장군에 이면의 고뇌까지 표현한 김윤석 배우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고 전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는 김윤식을 비롯하여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등의 열연으로 극의 집중도를 높여 준다.

임진왜란은 1592(선조 25) 523일 시작되어 15981216일 끝났다. 425년 전 조선의 운명을 바꾸었던 전략과 전술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은 노량해전을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스크린에 구현했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3부작의 최고봉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의 우직한 뚝심의 결정체다. 고향이 순천인 김한민 감독은 어린 시절 왜성을 보며 컸다. 어린 시절에 왜성을 보며 두려움과 역사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 두려움과 의문은 이순신영화를 연출하는 계기와 원동력이 되었다그러나 감독도 이순신 영화로 10년 세월을 바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왜성(倭城)’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한반도 남부에 일본식으로 축조한 성들을 말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창원, 거제, 사천, 고성, 마산, 남해, 순천 등 군사 요충지에 왜성을 세우고 7년간 조선의 땅과 백성을 짓밟았다.

극강 한파가 매서운 요즘이다. 12월 겨울밤의 추위 속에서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목숨 건 해전을 펼쳤을 당시 선열들의 희생에 그저 숙연히 옷깃을 여민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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