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세의 사계’... 아름다운 비가
‘립세의 사계’... 아름다운 비가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4.01.1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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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것이 눈물 난다. 동서고금 사는 모양새나 생김새는 달라도 인간의 욕망은 한결같다. 폴란드 DK 웰치먼, 휴 웰치먼 부부의 신작 <립세의 사계>는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 소설 농민을 원작으로 한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방대한 소설 내용 중에서 야그나만을 덜어내어 영화화했다. 문학적 서사의 구성에 1,800년대 말 폴란드 립세 마을의 실생활을 유화로 표현했다.

'립세의 사계' 스틸컷, 야그나 역의 키밀라 우젱도브스카, 안테크 역의 로버트 굴라직의 실사를 유화로 묘사, ㈜디스테이션 제공
'립세의 사계' 스틸컷, 야그나 역의 키밀라 우젱도브스카, 안테크 역의 로버트 굴라직의 실사를 유화로 묘사, ㈜디스테이션 제공

세계 최초로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2017)을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DK 웰치먼, 휴 웰치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립세의 사계, 원제: The Peasants>(2023) 역시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1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또한 세계적인 화가 30인의 명화를 구현하여 립세의 사계를 연출했다. 250,000시간이 소요됐다.

원작 소설인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 작가의 농민은 총 4권으로 1904년에 시작하여 1909년에 완성됐다. 립세 마을의 14계절 동안의 농민 생활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작품으로,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마을의 공동체 생활과 자연에 대한 묘사, 인물들의 도전적인 투쟁과 사랑 등 실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농민은 폴란드의 모든 학교에서 필수로 배우는 국민 소설이다.

영화는 립세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야그나(카밀라 우젱도브스카)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욕망의 민낯을 투박하게 담았다.

'립세의 사계'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립세의 사계'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립세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야그나. 직접 만든 종이 공예로 집안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생에는 땅이나 결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으며 마을에서 멀리 떠나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꿈 많은 처녀다. 한편 야그나는 다정하게 챙겨주는 안테크(로버트 굴라직)에게 빠져들지만, 마을 최고 부농 보리나(미로슬로우 바커)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모친의 욕심에 떠밀려 보리나와 결혼한다. 결혼 후 보리나와 다툼을 이어가던 야그나는 우연히 안테크와 춤을 추며 욕망이 일렁인다. 한편 마을 숲의 벌목권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과 지주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끊임없는 남자들의 구애와 그들을 먼저 유혹했다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야그나를 가혹하게 처단한다.

DK 웰치먼 감독은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위대한 원작을 영화로 옮겨내며 어떻게 하면 페인팅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소설 속 자연에 대한 시적인 뉘앙스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감독은 먼저 배우의 연기 실사로 촬영을 진행한 뒤, 프레임 단위로 유화를 덧칠하는 방식을 택했다. 휴 웰치먼 감독은 “1,000페이지 분량의 소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감정적 울림을 보여줄 기회였다. <립세의 사계><러빙 빈센트>와 완전히 다른 스케일이다. 춤과 전투가 있고, 그로 인해 사실적인 스타일과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필요했다. 촬영하는데 전 작품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립세의 사계' 스틸컷, (위)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아래) 야그나 역의 카밀라 우젱도브스카의 살사를 유화로 묘사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립세의 사계' 스틸컷, (위)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아래)야그나 역의 카밀라 우젱도브스카의 살사를 유화로 묘사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특히 감독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화 작품에 주목했다. 당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은 소설 속 폴란드 립세 마을의 시대적인 분위기와 당시 생활상을 재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장 프랑수아 밀레부터 유제프 헤우몬스키, 얀 스타니스와프스키, 줄스 브레튼 등 여러 유명 화가와 다양한 학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립세의 사계>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황홀한 색채의 향연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극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놀랍도록 눈부시다.

프랑스 장 프랑수아 말레(1814~1875)이삭 줍는 사람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은 황홀한 예술적 감흥을 선물한다. 야그나 역의 카밀라 우젱도브스카배우에 몽환적이고 격정적인 춤사위는 간결한 민속 선율과 함께 최고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매력적인 역작이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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