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태영건설 채권단 동의 96.1% ‘워크아웃 개시’ 
【투데이이슈】 태영건설 채권단 동의 96.1% ‘워크아웃 개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1.1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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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채권단 협의회 96.1% 동의로 워크아웃 개시 결정
12일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채권단동의율 96.1%로 개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12일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채권단동의율 96.1%로 개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태영건설의 채권단이 96.1%의 동의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개시했다. 워크아웃 개시 요건인 75% 이상의 동의를 훌쩍 뛰어넘어 앞으로 본격적인 워크아웃 절차가 예고됐다. 다만 부실 사업장 정리와 임금 체납 문제 등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의 숙제로 남았다.

채권단 동의 96.1%로 워크아웃 개시

12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자정까지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의됐다고 밝혔다. 채권단 협의회는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이유에 대해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계획과 책임이행 방안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대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태영건설은 총 9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보증 중 2조5000억원의 우발채무가 문제가 되자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태영건설은 채권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참석해 현재 수주 잔고가 12조원이 넘는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는 채권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호소했다. 만약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현장이 중단되지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금융채권만 동결되고 현장은 정상운영된다며 워크아웃 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2062억원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놨다. 자구안에는 에코비트의 매각 자금 역시 태영건설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골프장인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을 추진하고 평택싸이로 지분 62.5%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모두 4가지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마련한 자구안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이 포함되지 않았고 SBS 지분 매각 여부도 빠졌다며 워크아웃 의지를 의심하고 나섰다. 여기에 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보증에 대부분이 사용되고 태영건설 지원에는 400억원만이 지원되자 자구안 자체가 맹탕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태영그룹의 자구안에 채권단이 워크아웃 의지를 의심하자 결국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고 강력한 워크아웃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진/뉴시스)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채권단과 정부가 워크아웃 의지를 의심하자 결국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고 강력한 워크아웃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진/뉴시스)

정부도 맹탕 자구안 작심 비판

정부 역시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대해 정상화 의지가 부족하다며 힘을 보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인사회에서 "태영 측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라 했는데,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대주단이 하고 있다“면서 ”지켜보는 당국입장에서도 일부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고 작심 비판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태영건설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활용과 관련해 "네가지 자구안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약속 안지키고 총수 재산의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너 일가 입장에선 충분한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계획엔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고, 앞서 제시한 계획 내에서도 공헌하겠단 내용조차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서도 이 원장은 “에코비트가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고, 매각이 잘 추진되면 의미 있는 금액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타 대주주가 있는 상황인 데다가 여러 가지 M&A 여건상 단기간 내에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 등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채권단의 의문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원장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못했다. 이를 두고 태영은 외담대가 상거래 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라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재조정 대상 채권이라는 입장인데 이 원장은 ”금융채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라며 외담대를 정리하지 않고는 신뢰 축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9일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2가지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태영건설은 지난 9일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2가지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추가 자구안에 결국 워크아웃...남은 과제는

이에 태영건설은 지난 9일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2가지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이날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추가 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윤 회장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33.7%를 필요에 따라 전부 내놓겠다면서 초강수를 뒀다. 또 부족할 경우 SBS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고 기존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까지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에 채권단은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이후 기업개선계획 수립시까지 필요한 부족자금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조달하는 게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이라며 이날 발표된 추가 방안은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함을 확약하는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내놨고 결국 높은 동의율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숙제는 남았다. 현재 분양이 완료됐거나 현재 분양 중인 사업장은 안정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되겠지만 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업장은 사업성을 따져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사업을 철수하는 등 정리 수순을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 태영건설이 참여한 부동산 PF 사업장은 전국 60곳으로 개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 사업장이 18곳, 본 PF 사업장이 42곳 중 상당수가 정리될 예정이다. 

또 태영건설 협력업체 소속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체불도 해결해야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태영건설 협력업체 소속 현장 노동자들 중 일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임금이 체불된 상태라며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태영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전국 105개 건설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기성금 집행 여부 등을 점검해 협력업체 근로자 임금체불을 청산한다는 계획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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