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터널 공사 시 콘크리트를 암반면에 타설하는 과정에서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해 철근 대신 주로 사용하는 보강재(이하 강섬유) 가격을 담합한 제조·판매 철강회사 4곳을 적발해 총 22억23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강섬유를 제조·판매하는 국제금속과 금강스틸, 대유스틸, 코스틸 등 4개사의 가격 담합이 적발됐다. 지난 2021년 판매량 기준 국내 강섬유 시장에서 이들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코스틸 52.6%, 대유스틸 28.7%, 금강스틸 13.5%, 국제금속 5%다.
강섬유의 주된 수요처는 터널 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전문건설사로, 이들 4개사는 대형건설사가 도로공사를 수주하면 그 일부인 터널 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하는 중소·중견 기업다. 터널 공사 업체는 제대로 된 입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강섬유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유선, 이메일 등으로 강섬유 제조사 등에 견적을 문의하고 최저가 제안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2021년 당시 강섬유의 원자재인 연강선재의 가격상승이 예상되자, 4개사는 담합을 통해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리기로 하고, 서로의 영업 현장 및 견적을 공유하면서 상호 거래처를 뺏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들의 담합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이어졌고 각사 대표 또는 담당자 간 회합 및 유선 연락을 통해 총 4차례에 걸쳐 강섬유 판매단가를 인상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전문건설사들이 강섬유 구매 전 여러 제조사로부터 비교 견적을 받고 가격을 협상하는 사례가 지속되자, 4개 사업자는 서로 간 가격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합에 가담했다. 강섬유는 탄소 함유량이 낮은 연강선재를 가공해 생산하는 것으로 강섬유 제조원가에서 선재 등 원자재 가격 비중이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약 1년 6개월 동안 진행된 담합으로 터널용 강섬유 판매 가격은 계속 인상됐고 2020년 12월경 961원이던 단가가 2022년 5월경에는 1605원으로 약 6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자재 가격 또한 약 62% 상승하였으나, 4개사는 이 사건 담합으로 단기간 내에 원자재 가격 상승률을 상회하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4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코스틸 9억1400만원, 대유스틸 7억6600만원, 금강스틸 3억8600만원, 국제금속 1억5700만원 등 총 22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원자재 가격상승 요인과 영업이익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국내 터널용 강섬유 시장의 100%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사업자가 원자재 비용 변동에 편승해 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해 조치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는 중간재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확인 시에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