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 일파만파
【투데이진단】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 일파만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2.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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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PNG 리스트, 일명 블랙리스트 의혹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6540명의 명단
쿠팡,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 위한 책무"
쿠팡의 블랙리스트격인 ‘PNG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블랙리스트격인 ‘PNG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가 비밀기호를 이용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쿠팡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쿠팡은 악의적인 문건 조작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권영국 변호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섰다. 

쿠팡의 PNG 리스트 논란

지난 13일 MBC가 쿠팡의 블랙리스트격인 ‘PNG 리스트’를 보도했다. PNG 리스트는 기피인물을 뜻하는 외교전문 용어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PNG, Persona Non Grata)로 추정되는 가운데 쿠팡이 채용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있었다. 엑셀 파일로 정리된 해당 문서에는 기피 직원의 등록일자와 근무지, 이름, 생년월일, 로그인 아이디, 연락처, 등록 사유가 적혔다.

사유1에는 '대구 1센터'와 '대구 2센터', '두 개의 점선' 등 암호로 볼 수 있는 것이 적혔고 사유2에는 '폭언‘이나 ’욕설‘, 모욕', '도난사건', '허위사실 유포', '고의적 업무방해' 외에도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결근‘, ’음주근무‘ 등 총 48종에 달하는 이유가 적혔다. 사유2에 적힌 내용 대로라면 쿠팡으로써는 문제의 직원 채용을 기피할만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사유1이다. 리스트에 작성된 직원들의 실제 근무했던 곳과는 다른 '대구 1센터'와 '대구 2센터', '두 개의 점선'으로 표현된 사유1은 근무지라기보다는 어떤 암호로 해석된다. 대구2센터의 경우 쿠팡 물류센터 근무 첫날 받는 4시간의 안내 교육 과정인 웰컴데이와 관련이 있다. 물류센터를 옮겨가며 중복지원해 4시간만 일하고 하루치 임금을 받아가는 얌체 지원자들을 분류하는 사유로 추정된다.

대구1센터로 리스트에 표시된 경우 이름이 등록된 순간부터 다시는 채용이 되지 못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분류된다. 대구1센터의 경우 2017년 9월부터 표시가 됐고 두 개의 점선의 경우 2021년 10월 31일부터 표시가 됐다. 대구2센터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표시가 되기 시작했다. 이에 사유1은 등록된 직원의 채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일명 블랙리스트 등급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권영국 변호사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도 블랙리스트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권영국 변호사 등도 의혹 제기

지난 14일에는 권영국 변호사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블랙리스트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와 대책위는 쿠팡이 해당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재취업 기회를 일정 기간 막거나 영구적으로 배제해 이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지아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 방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고 블랙리스트에 적혀 재취업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모아 쿠팡을 상대로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해당 리스트에는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일하는 언론인 약 100명의 명단도 언론까지 발칵 뒤집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쿠팡의 블랙리스트가 노동권과 언론자유를 침해한 중대 범죄임을 강조하고 쿠팡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요구와 동시에 언론인 개인정보침해와 취재 방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이라 자평하는 쿠팡의 범죄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쿠팡의 허울을 벗겨내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노총도 입장자료를 통해 쿠팡의 블랙리스트에 노조 가입자와 쿠팡의 부당한 기업행위를 보도한 언론인, 심지어 보도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인이 다수 포함된 것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버젓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하던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를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요구와 함께 수사당국의 수사 개시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역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에 거쳐 총 1만6540명의 명단이 적힌 쿠팡의 블랙리스트는 일용직 단기 고용과 쪼개기 기간제 고용, 파견업체를 통한 고용이 일상인 물류센터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쉬운 해고와 블랙리스트 등 물류센터 노동자의 권리를 옥죄는 사슬을 풀어야 한다며 쿠팡이라는 거대한 물류 공룡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쿠팡은 인사자료일 뿐이라며 해당 자료에 없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과 권영국 변호사 등에 대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쿠팡은 인사자료일 뿐이라며 해당 자료에 없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과 권영국 변호사 등에 대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쿠팡, 명예훼손 주장 법적조치 예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쿠팡의 입장은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수년간 민주노총과 일부 언론은 타사의 인사평가 자료 작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사법당국은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여러차례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팡의 자신들의 인사평가 자료가 MBC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어떠한 비밀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C가 출처불명의 문서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인터뷰, 민노총 관계자의 악의적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도 권영국 변호사 등에 대한 형사고소를 예고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자신들의 인사평가 자료에는 ’대구센터‘ 등의 표현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권 변호사 등은 암호명 ’대구센터‘ 등을 운운하며 CFS가 비밀기호를 활용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허위 주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노조 직함’이라는 항목 역시 자신들의 인사평가 자료에는 없는 부분이라며 조작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한편, 쿠팡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는 물론 권영국 변호사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반대쪽에서는 쿠팡의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적힌 1만여명이 근로기준법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블랙리스트의 진위 여부만큼이나 법원의 판단도 눈길을 모은다. 여기에 사태가 확산되자 고용노동부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한 사실 조사에 나설 것이라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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