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머금은 추억의 기차 새마을호 대천, 그곳에서 숨은 그림 찾기
향수를 머금은 추억의 기차 새마을호 대천, 그곳에서 숨은 그림 찾기
  • 김도화
  • 승인 2011.11.25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ravel
 

 
찬기운이 자욱한 거리를 지나 영등포 기차역에 도착해 추억을 되새김질 하며 새마을호에 올라탔다. 이게 얼마만일까?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올라탔던 기차, 그때의 설렘이 지금도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editor 김도화kdh@smnews.co.kr
 
칙칙폭폭 새마을호
이른 아침, 해가 미쳐 뜨지 못한 채 창 밖으로 보여지는 빛 바랜 풍경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톡. 삶은 계란을 까서는 소금에 살짝 찍어 오물오물 씹다가 사이다와 함께 넘기는 그 맛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기차표는 코레일어플로 예매했는데 300원을 할인해줘서 16,100원에 간편하게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한가지 의문점은 기차역에서 표 검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입구에 승무원이 지키고 있지 않아서 일까? 기차에 올라탔을 때 지정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던 것이 무임승차 한 사람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릴 적보다는 조금 좁아졌지만 여전히 내게는 편안한 좌석에 몸을 맞긴 채 있으니 어느새 스르르 잠이 몰려온다. 그렇게 2시간이 흐르고 잠결에 내린 그곳. ‘아, 이곳이 대천이구나’ 떠나가는 기차를 뒤로한 채 텅 빈 기찻길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내릴 때도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역전의 버스정류장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번호 없는 버스를 타고 몸을 맞긴 채 20분 가량 지나니 대천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대천의 꽃 해수욕장
성큼 찾아온 추위가 야속한 서울에서와는 달리 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 이 날의 대천은 따뜻했다. 바닷가로 나온 가족들 또한 적지 않았다.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가비, 떠밀려온 꽃게, 부화한지 얼마 안된 아기물고기떼까지 파토에 휩쓸려 모래사장을 거스르고 있고, 갈매기들은 무리 지어 다니며 대천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천항 어시장
입구부터 떠들썩 한 것이 동내 시장과 다를 것 없는 구수한 풍경이다. 다양한 해산물들이 ‘날 잡아잡슈~’펄떡이고 있다. 서울에서 보던 해산물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싱싱한 꽃게, 푸짐하게 담겨있는 소라, 광어, 도미 등 바닷속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다 건진 것 같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어류들은 가격이 전부 똑같기 때문에 신선도와 크기를 꼼꼼히 살펴서 비교한 뒤 구입하는 것이 좋다. 구경만 하는데도 뭐이리 눈이 즐거운 지 당장이라도 회를 떠먹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를 위해 잠시 이별을 고한다.
 
대천항의 숨은 그림, 벽화마을
벽화마을 하면 보통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이 떠오르겠지만, 대천에도 숨은 벽화가 있었으니, 어시장을 지나 해안가 외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천항 골목길이 있다. 인적이 드문 그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고래, 상어, 해마, 어부 등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벽화를 만나게 된다. 알록달록 빛을 받으며 정겹게까지 느껴지는 벽화는 지난 4월, 홍익대학교 게임그래픽디자인과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를 맞아 벽화 그리기 행사를 진행하며 만들어진 결실이었다. 마을이 그리 크지 않아 2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대천항 낚시터
골목길을 내려오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어시장 반대편으로 나무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바닥에 앉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곳의 한적함이 마음에 들어 잠시 쉬어갈 생각으로 앉아있는데,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회 좀 먹고 가라며 에디터를 이끌었다. 조심스레 동참한 돗자리 위에서 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에 잡아온 병어, 새벽시장에서 건진 알이 꽉 들어찬 꽃게에 대하까지 챙겨주며 후덕한 인심을 베풀어 주었다. 병어는 물론이거니와 솥에 직접 삶은 대하와 꽃게 찜은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우연히 만난 가족의 정겨운 분위기와 그들이 전하는 이곳 대천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보니 광활하게 펼쳐진 논두렁이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돌아올 때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버스표를 11,100원에 판매했다. 기차표보다는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지만 기차보다는 더 오랜 시간을 달려야 했고 좌석도 불편했기에 몇 천원 더 주고 기차 탈 것을 후회하게 됐다. 대천을 뒤로한 채 가을 끝자락의 여정도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김도화 d8982h@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