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표면 색깔이 저절로 바뀌는 신재료 개발
[기획] 표면 색깔이 저절로 바뀌는 신재료 개발
  • 신주영, 전주호
  • 승인 2015.01.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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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고 다채로운 색상 표현할 수 있는 방법
[한국뉴스투데이 신주영, 전주호 기자] 최근 미국의 연구진들은 갑오징어, 문어, 낙지 등 두족류의 위장술에 착안, 주변 배경에 따라 표면의 색깔이 저절로 바뀌는 신재료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미 해군연구소의 지원으로 개발 중인 이러한 신재료들은 앞으로 위장 능력이 뛰어난 군복이나 군용 차량, 고급 자동차나 장난감, 주변의 조명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스마트 의류나 벽지, 더 나아가 새로운 저전력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입으면 몸이 안 보인다는 투명망토. 해리 포터에게는 별스럽지 않은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구현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자연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투명망토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주변의 배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말이다.

‘바다의 카멜레온’으로 불리는 갑오징어의 예를 들어보자. 갑오징어는 해초나 암초로 숨어들어가자마자 피부색을 주변의 무늬처럼 재빨리 바꾸어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갑오징어뿐만 아니라 낙지, 오징어,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는 이렇게 주변 배경에 시각적으로 녹아드는 특별한 위장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갑오징어를 포함한 두족류는 피부 자체에서 주변의 색상을 직접 보고, 이에 따라 피부색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피부에는 인간의 망막에 존재하는 ‘옵신’이라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 두뇌에서 신호를 받지 않고도 바로 색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두족류가 주변의 빛을 탐지하고 피부색을 바꾸는 능력은 피부의 광학적 3층 구조에 기반한다. 그 가장 상층에는 색소포라는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색주머니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색소포는 주변 근육이 수축되고 확장됨에 따라 형태가 퍼지거나 움츠러들며 빨강, 노랑, 주황, 검정 등의 색상을 나타낸다.

그 다음 층은 자전거의 반사판 역할을 하는 홍색세포로 구성된다. 이 층은 주변의 빛에 따라 색을 반사시키는데, 파랑과 녹색 등의 찬 색깔을 표현하게 된다. 가장 밑층에 있는 백색세포 는 가시광선을 고루 산란시키는 흰색의 캔버스 역할을 한다.
표면 색깔이 저절로 바뀌는 신재료 개발, 군사분야 적용

이러한 두족류의 광학 구조를 모방하여 지난 8월 미국의 휴스턴 대학 재료공학과 쿤장 유 교수와 일리노이 대학의 존로저스 교수 팀은 폴리머와 반도체, 광센서, 발열부품 등을 이용하여 표면에 빛을 비추면 그 부분만 색상이 바뀌는 ‘인조 오징어 피부’를 개발했다. 크기 2.5㎠ 정도의 이 신재료는 256개의 픽셀로 구성된 검정 바둑판 형태로, 각 픽셀은 아주 얇은 5층의 광학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족류처럼 그 가장 상층은 색상 염료를 포함한다.

이 염료는 상온에서는 검정색이지만 열을 가하면 섭씨 47도에서 무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 다음 층은 은색의 반사판으로, 두족류의 백색세포처럼 하얀 배경을 만들어준다. 그 밑층에는 발열 기능을 가진 다이오드가 위치한다.

이는 상층의 염료에 열을 가해 색상의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마치 두족류의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다음 층에는 광센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광센서는 주변의 빛과 어둠을 탐지하여 다이오드를 구동하게 된다. 제일 밑층은 콘택트 렌즈처럼 말랑말랑한 재질로, 접히고 굽혀지는 기판이 위치한다.

이 신재료에 빛을 비추면 색상이 검정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가 빛이 없어지면 다시 검정으로 바뀐다. 광센서가 입사광을 탐지하여 다이오드를 가열시키고, 그로 인해 가열된 상층의 염료가 투명하게 바뀌면 그 밑층의 반사층에서 빛을 반사시켜 흰색을 표현하게 되는 원리다.

이러한 신재료는 우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위 배경에 따라 계속 무늬가 변함으로써 위장술이 뛰어난 군복으로 활용하거나, 물체를 감싸는 일종의 인조피부 형태로 군용 차량 등에 적용하여 주변 배경에 따라 차량이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조명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옷이나 벽지, 페인트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현재 흑백의 색상 전환만 가능하고, 열에 의해 구동되므로 반응이 느린데다가 제한된 온도에서만 동작하며, 전력 소모가 크다는 점 등 개선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성질과 재료의 염료를 도입해 모든 색상을 표현하는 방법, 다이오드로 열을 가하는 대신 전압을 가해 염료의 색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연구 중이다. 또한 외부 전력 대신 태양광 전지를 이용해서 효율을 높이고, 그 크기를 쉽게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이와는 달리 MIT 기계공학과 션허 자오 교수 팀은 전압에 반응하는 탄성중합체를 이용하여 표면의 무늬와 표면의 결이 변하는 신재료를 만들어냈다. 이 신재료는 신축성 있는 흔한 폴리머로, 전압을 가하면 바로 형광빛을 내거나 색을 바꿔 무늬를 표현할 뿐 아니라 표면의 결까지도 변형시킨다.

이는 탄성중합체 내에 전압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특수 입자들을 박아 넣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생산방법을 이용해 값싸고 쉽게 생산할 수 있으며, 무늬와 함께 표면의 결까지 변형시킬 수 있는 장점 덕분에 군복이나 군용 차량뿐 아니라 군함이나 선박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체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양생물들이 달라붙어 배의 항진 속도를 늦추고 연료 소모량을 늘리는데, 이 신재료로 선체를 도장하면 매끈한 표면을 잠깐씩 거칠게 변형시킴으로써 이러한 부착물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이 재료가 현재 한정된 색상만 나타내는 단점을 개선하여 앞으로 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LCD 기술과 통합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도 만들 수 있어

한편, 라이스 대학 화학과의 스테판 링크 교수 팀은 값싸고 흔한 알루미늄을 이용해 빛을 조작, 생생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했다.

알루미늄 나노막대에 기반한 이 디스플레이 기술은 픽셀 크기가 5제곱미크론으로, 기존 LCD 픽셀에 비해 40배나 더 작아 해상도가 높고 전력소모도 적으며, 그로 인해 일반 반도체 생산과정에 쉽게 통합될 수 있다고 한다.

알루미늄 나노막대를 이용한 기존의 방법은 색상이 바래보이는 단점이 있었지만, 링크 교수 팀은 수백 개의 알루미늄 나노막대가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나노 구조의 픽셀을 통해 생생한 적, 청, 녹의 색조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전자빔 증착기술을 통해 각 픽셀에 높이 35nm, 너비 40nm 크기의 나노막대들을 증착시켰는데, 외부의 빛이 나노막대에 부딪치고 특정 파장으로 산란되게 함으로써 색상을 구현한다.

이때 각 픽셀에서 나노막대의 길이와 나노막대 간의 배열 간격을 조정하면 빛이 산란되는 각도를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어 서로 다른 수십 가지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각 픽셀은 알루미늄 표면의 플라스몬 효과 덕분에 주변광에 따라 색상이 저절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라이스 대학 연구진은 이 기술을 기존의 LCD 기술에 통합함으로써 더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D 기술에서 컬러 염료 대신 알루미늄 나노막대 구조를 사용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색상이 바래지 않고 출력을 정확히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은 픽셀을 물고기의 비늘처럼 만들어 접히고 굽힐 수 있는 저전력,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변 배경의 색상을 직접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빛을 조작하여 색이 저절로 변할 수 있는 신재료를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링크 교수 팀은 휴스턴 대학 팀의 신재료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을 통합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색상을 탐지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신재료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은 갑오징어를 통해 그 비밀이 밝혀질 ‘투명망토’가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될지 자못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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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영, 전주호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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