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26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 바이올린 최우수상 조성민
【인터뷰】제26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 바이올린 최우수상 조성민
  • 김희영 기자
  • 승인 2017.12.01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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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으로 더 높은 날개짓하는 당찬 고교 1년생
▲호기심 가득한 소년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우뚝 선 조성민

[한국뉴스투데이] 제26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가 끝난 지 세 달이 지났다. 바이올린 최우수상 이후 변화된 점이 많을 것 같은 예비 아티스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쁨도 잠시, 이번 콩쿠르를 통해 무대에 대한 책임과 자세를 배웠다는 조성민 군(서울예고 1학년). 본인만의 색깔과 음악을 다지기 위해 이제 막 비행을 시작한 젊은 소년을 만났다.

호기심 가득한 청년, 무대를 장악하다
“어릴 때부터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가지고 노는 걸 선호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 바이올린이 가장 좋았던 건 안비밀(?)이에요.”

틈만 나면 바이올린 줄을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며 소리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원인을 찾아야 직성이 풀렸던 소년. 그 호기심 가득했던 소년은 10년 후 제26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심사위원들의 큰 기대 속에 당당히 바이올린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어린 시절 금호영재 오디션을 통해 섰던 독주회 덕분에 무대의 기쁨을 일찍 알게 됐다.

“금호영재 독주회를 준비하면서, 소리를 자세히 듣는 훈련이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 연습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이후 예원학교에 입학해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었고 그 속에서 음악의 기쁨과 함께 만드는 즐거움을 배운 것 같아요.”

또래친구들보다 다소 늦게 음악을 시작한 성민 군을 이야기하면 그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부모님을 빼놓을 수가 없다. 대대로 음악을 전공한 집안이 아니었던 터라 부모님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자 고민했다. 그렇게 선택한 방법은 아이의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것.

“제가 중학생일 때였어요. 아버지께서 ‘내가 음악을 가르쳐줄 수는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고민했다’면서 저와 비슷한 또래들을 모아 독서동아리를 만들어주셨어요. 평소 책 읽는 시간을 정해놓고, 2주에 한 번씩 토론을 했죠. 밤을 새더라도 느낀 점을 제 생각과 글로 표현해야 했고요. 나태해질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 덕분에 꾸준히 그리고 철저하게 했어요.”

그렇게 그의 부모님은 책을 통해서 성민 군이 더 큰 세상과 비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했다.

예원학교 시절, 마음이 맞는 또래들끼리 트리오 팀을 만들어 실내악콩쿠르를 참가하며 차츰차츰 성장했다. 서희태 지휘자도 그의 실력을 일찍부터 알아봤다고 하니,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달랐던 게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난 바이올린은 지금 이 청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친한 벗이 되었다.

▲제26회 성정진국음악콩쿠르 최종 파이널에서 경연하고 있는 모습

콩쿠르를 통해 성숙한 음악인의 자세 배워
이번 제26회 성정전국음악콩쿠르에서 선보인 작품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

“원래 좋아했던 곡이지만, ‘더 콘서트’라는 영화를 보고 그 매력에 빠졌습니다. 처음 도입부와 카덴차 부분, 중간 중간 어려운 테크닉이 많았는데,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저만의 스타일로 해석했어요.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저의 음악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파이널 무대 직후 심사위원들의 칭찬이 워낙 자자했던 터라 인터뷰 도중 그에게 ‘절대 음감’을 갖고 있냐고 물었다.

“아니요? 저는 오리지널 상대음감입니다. 절대음감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오히려 절대음감을 가진 친구들보다 더욱 예민한 청각을 갖기 위해 연습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콩쿠르를 통해 많이 느꼈죠. 성정콩쿠르는 다른 콩쿠르와는 다르게 참가 학생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는 경연입니다. 최종 파이널 경연을 하는 것도 실제 독주회처럼 하니 참가자들이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고요. 이렇게 큰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오히려 음악을 대하는 시야가 더욱 넓어진 것 같아요.”

성민 군은 또래 학생들보다 손이 크기 때문에 주법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의 곁에 있는 스승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음악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는 열정적인 분이에요. 아직도 레슨을 받으러 찾아갈 때면 문틈 사이로 선생님의 바이올린 소리가 먼저 반겨줄 정도니까요. 레슨이 끝난 이후에도 항상 더 좋은 연주법이나 방법이 생각나면 카톡을 주실 정도로 저에게 맞는 레슨과 테크닉을 연구해 주십니다. 이외에도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작곡가의 삶, 음색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주시고요. 무엇보다 저를 믿고 많이 존중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건 음악인으로서 정말 큰 축복인 것 같아요.”

▲좋은 지도자를 만난 것이 음악의 깊이를 더하게 됐다.

예술의전당은 나만의 놀이터
성민 군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예술의전당을 드나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예술의전당에서 영재아카데미 수업이 끝나면 미술관부터 음악당, 서예박물관까지 풀코스로 방문하곤 했으니 이보다 완벽한 문화장난감이 또 있었을까.

“예술의전당은 정말 저의 놀이터였어요. 음악 분수도 있고, 서예 박물관도 있고, 무엇보다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콘서트홀이 있잖아요. 가끔씩 날씨 좋은날이면 킥보드랑 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무엇보다 영재아카데미 다닐 때, 관계자분들이 리허설 무대를 많이 보여주셨어요. 학생들을 위한 배려였죠. 잠시 ‘오프더레코드’상태로 지난 이야기를 꺼낸다면, 6살 때 너무 듣고 싶은 교향곡이 있어서 엄마에게 떼를 써서 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또래들보다 살짝 성숙해 보이는 저의 외모 덕분에 충분히 커버되었던 것 같고요. 물론 지금은 절대 아니에요! 하하 이건 정말 비밀입니다.(웃음)”

청중의 시간을 책임지는 무대 조종사
대한민국 평범한 고등학생인 그는 어떤 꿈을 품고 있을까?

“초등학생 때의 꿈은 비행기조종사였어요. 비행기를 운전하면서 승객의 안전을 보호해야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이잖아요.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는 조성민 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당찬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많은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자신의 연주를 이끌어가는 아티스트, 많은 승객들의 안전띠를 바로잡으며 비행을 하고 싶었던 조종사. 이 둘의 연장선이 만나는 점 위에 조성민 군이 서있다. 어떻게 보면 승객의 안전과 시간을 책임지는 비행기 조종사와 수많은 청중에게 음악의미를 전달하는 솔리스트는 조성민 군이 말하는 그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져야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겹쳐지는 지도 모른다. 조종사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승객을 목적지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듯, 무대를 통해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베토벤을 만날 수 있는 독일로,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는 오스트리아로 청중을 데려가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시작되는 직업일지도…

“저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저의 진정어린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길 희망합니다.”

그는 이미 연주회에서의 청중들의 시간을 책임지는 예비 아티스트다. 훗날 수천 명의 관객이 모인 콘서트홀에서 청중의 시간을 책임질 바이올리니스트 조성민. 곧 그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가족들의 절대적 응원이 음악활동에 큰 힘이 된다”고 조성민 군은 말한다.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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