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복동, 죽을때까지 받지못한 사과
故김복동, 죽을때까지 받지못한 사과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1.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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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생존자 23명 평균연령 91세, 기대수명 한참 초과해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8일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린 ‘김복동’ 할머니가 암 투병 끝에 향년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어제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 1실에서 진행된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는 고인의 뜻에 따라 ‘시민장‘으로 치러졌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계 인사들과 배우 ‘나문희’씨 등 사회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나문희’씨는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투쟁했던 이용수 할머니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연을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故김복동 할머니<사진/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故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경상남도 양산 출신으로 1940년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정부)으로부터 위안부에 강제 징집됐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주요 침략 지역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으며 광복 3년 후인 1948년 22세가 돼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1942년 일본 침략지도<사진/historyplace>

이후 1992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위안부 피해사실을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위안부의 실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에 여생을 바쳤다.

대표적인 행보로 1993년 UN인권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일본군의 만행과 위안부의 실상을 폭로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정대협 정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섰지만 끝내 죽는날까지 일본 정부의 사과는 받지 못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 반대 집회<사진/ 뉴시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 역시 김복동 할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지난 1965년 박정희 정부 당시 조인한 한일 기본조약(한일협정)에 이어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역시 일본 정부차원의 사과나 보상문제와 같은 핵심 내용이 빠진 채 채결돼 두 부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명분을 남겼다.

실제 일본 정부는 두 협정문을 근거로 현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위안부 관련 갈등을 겪고 있다.

북한에서는 1992년 리경생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증언했으며 2000년 기준 북한 당국이 파악한 위안부 피해자는 218명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과 일본은 양국에 대사관도 설치하지 않은 미수교 관계다.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 식민지 수탈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북한은 ‘조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 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밖에 공식적으로 밝혀진 해외 위안부 피해자는 필리핀 169명, 대만 42명, 중국 11명, 말레이시아 8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유럽연합 가입국인 네덜란드 역시 일본 위안부 피해국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침략했다. 당시 자바섬은 네덜란드령으로 다수의 네덜란드 시민이 이주했다. 일본 침략 이후 자바섬의 네덜란드 여성들은 위안부에 강제 징집됐다. 현재 피해자들은 ‘일본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재단(Foundation of Japanese Honorary Debts)을 설립해 매주 화요일마다 주 네덜란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 재단이 파악한 네덜란드 위안부 피해 여성은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75명이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 생존자 23명의 평균 나이는 91세로 2017년 출생자 기준 기대수명인 82.7세와 비교해도 상당히 연로한 상태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개입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일본 아베 총리 임기는 2020년 9월까임을 감안한다면 아베 정부 이후 사과 입장을 밝히더라도 피해자들 생존해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故김복동 할머니의 '끝까지 싸워달라‘는 유언에 따라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정부차원의 위안부 문제 사과 촉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주요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 비난여론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도 모르쇠로 일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故김복동 할머니 영결식 포스터<사진/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편 ‘정대협‘은 내일 2월 1일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이 진행되며, 천안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져 장지 한다고 밝혔다. 장례와는 별도로 당일 서울광장에서 영결식이 예고돼 있어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사건과 더불어 한일 양국 관계는 한동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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