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게임 중독으로 병가 쓸게요
부장님, 게임 중독으로 병가 쓸게요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9.05.2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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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중독 질병으로 분류 논란 일파만파
문체부,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반기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뉴스투데이]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WHO는 지난 5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장애항목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총회 폐막일인 28일의 최종 발표 역시 이변이 없었다.

WHO가 제시한 게임중독의 정의는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거나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등이다.

WHO의 이런 결정은 오는 2022년부터 발효된다. 이렇게 되면 각 나라에서 WHO 기준을 참고해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게임을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에 따라 마약이나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규정한 것이다.

WHO의 지난 1990년 개정된 질병기준은 14400개의 질병을 분류해왔다. 이로써 30년 만에 개정된 새 질병기준은 게임중독을 포함해 55천개로 늘어났다. 특히 애당초 이번 회의에서 직무 중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번아웃 증후군이 질병으로 규정될 것으로 예정되었으니 WHO는 번아웃이 질병이 아니라고 결정한 반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결정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문체부 대립각 세우나?
WHO의 이런 결정은 권고이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다른 WHO 회원국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치료하기 시작하면 한국 역시 압박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이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 뜻을 밝히며 WHO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고 진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민관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의 뜻을 피력하며 본격적인 기준 마련에 앞서 정부부처에서 혼선이 빚이지는 것이다.

국내 게임학회, 협회, 기관 등 89곳의 게임업계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에 항의 방문하고, 국회의장 면담, 문체부 간담회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슈팅게임 집중 포화
WHO의 결정은 게임 중에서도 특별히 슈팅게임에 집중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슈팅 게임이 게임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에 따라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해 논란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인도의 경우 배틀그라운드가 1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흥행하자 청소년 중독을 야기 시킨다며, 일부 지역에서 배틀그라운드 이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네팔에서도 청소년의 과몰입 부추긴다는 이유로 배틀그라운드를 금지시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슈팅게임으로 유명한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약 4억 명, 포트나이이트는 약 25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슈팅 게임이 타 장르의 게임보다 중독 위험성이 크다는 일각의 주장은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적, 정치적 이슈로 모바일 게임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WHO의 게임질병등재가 이를 금지시킬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있는 경향도 있다 주장하고 있다.

▲WHO는 게임중독에 대해 ▲게임을 참지 못하는 욕구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하고,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등으로 정의했다.
▲WHO는 게임중독에 대해 ▲게임을 참지 못하는 욕구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하고,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등으로 정의했다.

전국 PC, 네티즌 반박
결국 게임 중독의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진단서를 받아 병결 사유로 제시하는 일도 가능은 하다. 한국의 질병 분류 체계인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는 것은 빨라야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는 5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데, 8차 개정(20211월부터 시행) 시기는 WHO 발효 전이다. 따라서 제9차 개정(20261월부터 시행) 이후부터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방협회 역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규정된다면, 게임이 유해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게임은 여가문화에도 많이 기여하는 하나의 취미생활이라고 반발했다.

네티즌의 반박도 거세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는 게임 중독을 질병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게임이 유해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임을 e스포츠라고 하는데, 스포츠 중독은 질병으로 규정하지 않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김민희 기자 ca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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