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무엇이 문제인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05.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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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현대중공업이 31일 대우조선 인수를 앞두고 물적분할(법인분할) 통과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주총저지에 나섰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이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을 막겠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추진이 결국엔 편법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3월 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사를 둘로 분할하는 물적분할을 추진했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기존의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해 투자나 R&D부분은 한국조선해양이 담당하고 생산 등 사업은 현대중공업이 맡게 된다.

이에 기존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으로 2단계였던 회사 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3단계 구조로 바뀐다.

한국조선해양은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인수 결정이 난 대우조선해양까지 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간지주회사가 된다.

재무구조가 불안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같은 물적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인수 과정이라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해야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로 중간지주회사를 앞세워 대우조선해양 지분과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적은 돈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지배 구조를 바꾼셈이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하루 앞둔 30일 오후 울산시 중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전국금속노조원들이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하루 앞둔 30일 오후 울산시 중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전국금속노조원들이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같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로 인한 여파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물적분할은 회사를 나누는 것 뿐 아니라 자산과 부채도 전부 나누게 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나 R&D부분을 담당하는 한국조선해양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가져갔고 조선사업을 맡은 현대중공업 사업법인은 95%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높아진 부채 비율과 악화되는 조선업계 상황 등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에 본사를 둔 한국조선해양자산에 자산 50%를 빼앗기고 현대중공업은 부채 7조원을 떠안는 동시에 빈껍데기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된다이번 물적분할은 재무가 탄탄해진 한국조선해양과 재무상태가 불량해진 현대중공업으로 나뉜 꼴이라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이번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관련해 중간지주회사에 이익이 몰리면 회사의 부채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대중공업에 떠넘겨질 수 밖에 없다이는 울산 지역의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도 여파가 미치게 되고 결국 지역경제까지 크게 흔들릴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겠다고 밝혀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지난 29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반대를 위한 시민 총궐기 대회에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조선 산업의 종가인 울산에 있어야 한다""현대중공업은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이번 물적분할이 결국 현대 총수일가의 편법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은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는 작업의 일환이라 지적했다.

편법승계 사전작업 의혹이 제기되는 중심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100%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 회사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비율이 35%를 넘어서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논란이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시켜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규제법망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경영권 상속 자금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물적분할이 된다고 해서 지분구조가 변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편법승계 사전작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선을 그었다.

또한 물적분할 이후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서도 담화문을 통해 단협, 고용 등을 전부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 설명했다.

한편 노조와 민주노총 등은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은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로 확대되고 철도와 가스공사로 이어질 것이라며 나흘 째 주총 저지 농성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주총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강경히 맞서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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