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 또 ‘브레이크’...장기전 될까
LG-SK 배터리 소송 또 ‘브레이크’...장기전 될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2.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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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내년 2월로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 10월부터 세 차례나 판결이 연기되면서 배터리 소송전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소송 결과를 쥐고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이 이날 최종 판결을 미룬 이유를 밝히지 않아 여러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배터리를 사이에 둔 양사의 분쟁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내년 2월 10일로 또 다시 연기됐다.(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내년 2월 10일로 또 다시 연기됐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0일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이 다시 한번 연기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송은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며 소송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길어지는 배터리 전쟁 핵심은

예상보다 길어지는 판결에 이번 소송의 핵심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소송의 시작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고 몇 달 뒤인 9월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로 LG에너지솔루션을 맞제소하며 이번 배터리 공방이 시작됐다.

양 측이 문제를 제기한 994특허는 리튬이온 2차전지 기술로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5년 6월 출원해 2016년 12월에 등록한 특허다. 994특허에는 2차전지의 소재와 음극제-양극제간의 간격, 두께, 각도 등 배터리의 핵심 기술이 담겼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출원 시점 이전부터 해당 기술을 적용한 A7배터리를 크라이슬러에 적용했다면서 같은 내용이 담긴 해당 특허는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 특히 994특허 개발자가 LG에너지솔루션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연구원이라는 점을 기술 누출의 근거로 삼았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994특허는 자체 개발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출원 당시인 2015~2016년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뒤늦게 기술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즉 이번 소송의 핵심은 994특허가 기술유출이 맞는지,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다. LG-SK 간의 배터리 소송은 올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지식재산 분야 이슈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타인의 특허권 또는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됐고 올 10월에는 상표권 및 디자인권 침해, 아이디어 탈취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확대되는 등 지적재산 소유권은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ITC 판결 자꾸 미뤄지는 이유는

양사의 주장에 대해 지난 2월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기술유출 증거인멸 혐의가 있었다고 보고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994특허 등록 이전에 LG의 기술을 빼간 흔적이 파일로 남았고 이후 소송이 시작되자 파일을 삭제한 흔적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에 예비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ITC는 전면 재검토를 받아들여 10월 5일을 최종 판결일로 잡았다. 

하지만 판결은 10월 26일, 12월 10일로 연이어 연기됐고 다시 내년 2월10일로 미뤄졌다. ITC가 판결을 한 두차례 연기한 적은 있지만 세 차례 이상, 4개월이 지나도록 연기한 적은 드물다. 

ITC는 판결을 미룬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들은 미국 내의 심각한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ITC가 판결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양 사의 미국 내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각각 2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ITC 판결에 따라 어느 한쪽은 투자 규모와 계획을 크게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기업간의 분쟁에서 결국 합의가 됐던 이전 사례를 들어 합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7년간의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LG vs SK 합의 가능성은 

ITC가 판결을 다시 미뤄 결국 해를 넘기게 되자 양 사는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은 “ITC 위원회가 3차에 걸쳐, 특히 두 달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보면 위원회가 본 사안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 및 미국 경제 영향 등을 매우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소송이 햇수로 3년에 걸쳐 장기화하면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당사는 앞으로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할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참조로 ITC에서 연기 이력이 있는 소송 14건 중 현재까지 9건의 소송이 최종결정이 내려졌고, 모두 관세법을 위반하였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면서 앞서 예비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자신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렇듯 양사의 합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내년 2월 ITC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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