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 불러온 불가리스 후폭풍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 불러온 불가리스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5.0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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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억제 효과 주장한 불가리스
식약처 고발로 경찰 압수수색 받아
홍원식 회장 "책임지고 사퇴하겠다"
회장 사과에도 소비자 반응은 냉담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다. 최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를 했다. 이는 개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지 불과 며칠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이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차례로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편집자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경찰 압수수색까지 받자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결정했다.(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경찰 압수수색까지 받자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결정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홍원식 회장 사퇴...이광범 대표도 사퇴

홍 회장은 이날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은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홍 회장은 그간 남양유업을 둘러싼 대리점 밀어내기,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불거진 온라인 댓글 논란을 언급하고 소회를 밝혔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계신 대리점주분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임직원분들께도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미안하다”면서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홍 회장이 사퇴를 밝히기 하루 전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퇴를 결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다“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된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사진/뉴시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된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사진/뉴시스)

홍 회장 직접 사과문 발표했지만 소비자 냉담

이처럼 홍 회장과 이 대표까지 사퇴했지만 소비자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부터 여러 논란을 겪으며 더해진 부정적 이미지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분석이다. 

결정적으로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에 등을 돌린 건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이다. 2013년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강제로 물건을 떠넘기는 밀어내기로 갑질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 당시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나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와 상생을 약속했지만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없이 확대됐다. 

이어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씨가 2015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문제는 황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A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한차례의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로 송치되면서 수사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남양유업과 황하나는 연관검색어처럼 붙어다녔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 등을 통해 경쟁사 유제품의 성분을 비하하는 글을 게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같은 악재가 겹치자 남양유업은 자회사와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남양유업 이름을 지우고 사명을 바꾸는 등 꼼수를 부려 불매운동이 더욱 확대되기도 했다.

여러 논란으로 돌아선 소비자들은 홍 회장의 사퇴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 회장 지분 51.68%)을 포함해 총수 일가 지분이 53.85%를 넘는 오너 중심 경영을 이어온 기업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홍 회장이 정말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면 과감한 지분 정리 등 말뿐이 사과보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라며 불매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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