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찾아라” 서울교통공사, 장애인단체 대응 문건 유출 ‘논란’
“약점 찾아라” 서울교통공사, 장애인단체 대응 문건 유출 ‘논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3.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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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파일 유출, “언론전 해야”
공사, “개인의 의견일 뿐” 해명에도 민낯 노출돼 비난 봇물

[한국뉴스투데이]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작성한 "약점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장애인 단체 대응 문건이 유출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달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서 장애인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작성한 "약점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장애인 단체 대응 문건이 유출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달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하철 1호선 수원역에서 장애인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17일 업계가 확보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25쪽 분량의 PPT 파일 문건은 장애인 단체를 공사가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로고가 있는 파일은 첫 장부터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상대를 알아야 싸움에서 위태롭지 않다며 장애인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부터 알자고 강조됐다. 이어 “출근길 시위로 잠시 휴전 상태지만 디테일한 약점은 계속 찾아야"한다고 담고 있다.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때문에 서울교통공사가 여론전에서 불리하다며 문건 곳곳에 ‘언더도그마‘ 즉,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약하다는 의미의 단어가 등장한다.

언론은 물론 대중도 여기에 경도돼 원칙과 절차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비난하는 내용과 함께 "마땅히 사회적 약자를 도왔어야지!(라는 여론의) 흐름을 이겨내기 어렵다"며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과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문건에서 사례로 든 것이 지난달 일어난 ‘혜화역 엘리베이터 가동 중지 사건’이다. 지난달 9일, 한 시민이 출근길 5호선 전동차 안에서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하는데 단체가 열차를 막아 갈 수 없다‘며 항의한 사건을 성공적인 여론전의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파일에선 이 사건을 당시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지만, 여론전을 위한 보도자료를 준비해 시민 피해 상황을 알리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문건이 유출되자 서울교통공사측은 작성자인 직원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사의 장애인 대응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돼며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장애인 단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하철 시위를 통해 사회적 기본권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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