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아베 전 총리, 총격으로 사망...일본 열도 충격
【위클리포커스】 아베 전 총리, 총격으로 사망...일본 열도 충격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7.0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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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도중 40대 남성 총격에 가슴 맞고 쓰러진 뒤 숨져
자위대 지위 격상 등 헌법 개정과 아베노믹스에 총력 기울여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전범 국가 책임 부인해 주변국과 갈등
8일 오전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아베 신조(68) 전 총리가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의 총격으로 인해 쓰러져있는 모습.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8일 오전 나라현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아베 신조(68) 전 총리가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의 총격으로 인해 쓰러져있는 모습.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국뉴스투데이] 최장 기간 일본의 총리로 재임해온 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한 40대 남성의 총격으로 숨져, 일본 열도는 충격에 잠겼다. 

아베 전 총리, 40대 남성 총격으로 사망

NHK는 지난 8일 오후 5시 46분 속보로 아베 전 총리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운동을 하던 중 총격을 받은 바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성과 같은 소리가 두 차례 들렸으며, 아베 전 총리는 가슴 부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아베 전 총리는 나라현 의과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초기에는 의식이 있었으나 곧 의식을 잃고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심폐 정지는 심장 박동과 호흡이 정지됐으나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은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심폐 정지 상태로 알려진 뒤 수혈 등 치료를 이어가던 중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끝내 숨졌다. 일본 소방청은 당일 오후 1시 30분경 아베의 오른쪽 쇄골의 총상과 왼쪽 가슴의 피하 출혈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를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의 연설 중 뒤쪽에서 접근해 총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 야마가미는 직접 제작한 사제 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야마가미 체포 이후 해당 총도 압수했다.

민영방송 TBS는 야마가미가 전직 해상자위대원이라고 보도했고, 후지TV는 해상자위대의 장교 출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야마가미는 나라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베에 불만이 있어서 죽이려고 노렸다”고 진술했다. 

NHK와의 인터뷰에서 현장 인근에 있던 10대 목격자는 “첫 번째 사격에서는 쓰러지거나 하진 않았고 소리만 컸다. 그런데 두 번째는 연기가 확실하게 보이며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고, 여러 사람이 달려와 응급 조치를 했다. 용의자는 힘이 빠진 모습으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그가 도망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압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전직 총리 피격 사건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이후 SP 등에 의해 제압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이후 SP 등에 의해 제압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본 최장수 총리...극우 세력 대표

아베는 일본에서 최장 기간 총리를 지낸 인물로, 일본의 제 90, 96, 97, 98대 총리를 맡았다. 기간으로는 2006년부터 2007년,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9년간 총리직을 맡은 셈이다. 

지난 2020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해 “질병과 치료로 체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사임했지만, 현재까지 여당인 자유민주당 내 최대 파벌인 이른바 아베파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쥐고 있었다.

아베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외손자이자 아베 간 전 중의원의 친손자로 아베 신타로 전 외상 및 자유민주당 간사장의 아들이다. 기시 노부스케는 군대 보유 및 교전권을 부정하는 내용의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며, A급 전범으로 복역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아베는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9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내각에서 대변인인 관방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이어 아베는 2006년 52세의 나이로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해, 최연소이자 전후 세대로서의 첫 총리로 취임했다. 그러나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며 당내 분열이 일어난 뒤 궤양성 대장염 등 건강 상의 이유로 임기 1년 만에 사임했다. 

이후 2008년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2012년 12월 “강한 일본을 되찾자”는 슬로건 아래 ▲미·일 동맹 재구축 ▲집단적 자위권 도입 ▲일왕과 자위대의 지위 격상 ▲위안부 강제 동원 사죄한 고노 담화 파기 ▲교과서 내 과거사 반성 삭제 및 민족주의 교육 강화 등을 내세우며 재차 총리직에 올랐다.

또한 아베는 일명 ‘아베노믹스’를 앞세우며 경제 회복을 목표 삼았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 정책을 통한 양적 완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공격적인 성장 전략 추진 등 세 요소를 중심으로, 20년간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경제 정책이다. 무제한 금융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이목을 모았다.

전범국으로서의 책임 거부하며 망언 연발해

극우 성향의 아베는 집권 기간 동안 역사와 외교 문제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가령 아베는 2007년 1차 집권 당시부터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증명할 증인이나 증거는 없다”고 망언했고, 2013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지난 2013년 아베는 일제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전범 국가로서의 책임을 부인해왔다.

아울러 지난 2019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이에 일본 기업들에 대한 자산 매각 등 강제 집행 등이 거론되자 아베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아베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권 당시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피해자 중심 합의가 아니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합의는 현재까지 표류해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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