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5년 전 비해 4배 늘었다
1회분 필로폰, 3만 원 수준...SNS 통한 접근 쉬워
【창간기획】 마약 대중화 시대...마약 청정국 끝났다 ①폭증하는 마약 사범, 잇따르는 2차 사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해 온 세계 정세와 달리, 5년 전 대한민국은 한 해 마약류 사범이 1만 명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6000명에 달했고, 마약 밀수 단속량은 5년 전에 비해 18배로 폭증했다. 마약 복용 후의 성범죄·폭행·사망 등 2차 사고 소식도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마약 유통이 확산하면서, 정부는 황급히 마약 유통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단속 강화를 위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것은 물론 마약 유통을 근본적으로 저지할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나아가 중독 치료 및 재활을 위한 제도 역시 부재해 마약의 대중화로 인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마약 오염국으로 접어든 지금, 대한민국 마약 유통의 사각지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한국뉴스투데이] 마약 거래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것은 물론 마약의 가격도 크게 낮아지면서, 마약은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마약청 신설 등 마약 문제 전반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마련을 검토하고 나섰다.
펜타닐 판매·투약 청소년 무더기 검거
지난해 5월 20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남·부산 지역 병원·약국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판매·투약한 A(19)군을 구속하고, 펜타닐 패치를 유통·투약한 10대 청소년 41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아편·모르핀과 같은 오피오이드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 완화 효과가 강력해 말기 암 환자나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등 장시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이다. 펜타닐 패치 1장에는 통상 펜타닐 25~100㎍이 들어 있는데, 펜타닐의 치사량은 2000㎍에 불과해 남용 시 위험성이 높다.
A군 등 14명은 경남·부산 병원 25여 곳을 돌아다니며 허리 디스크 등을 호소해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았다. 펜타닐 패치의 가격은 통상 10장에 15만 원 안팎이지만, 이들은 1장에 15만 원 수준으로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구매한 고교생 23명 및 학교 밖 청소년 5명 등은 공원이나 화장실 등에서 함께 투약했다.
경찰은 2020년 6월부터 경남 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러한 펜타닐 유통이 시작됐고, 6개월 만에 경남·부산 지역 12개 학교로 확산한 것으로 파악했다. 입건 이후 경찰은 이들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병원 25곳을 식약처에 통보하고, 처방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합동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약 사범, 젊은 세대 중심 증가
지난 5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6153명으로, 3년 연속 1만6000명대를 상회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1295kg에 달해 320kg이었던 전년 압수량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필로폰·코카인·대마초·야바 등 주요 마약류의 경우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미성년자 마약류 사범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붙잡힌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450명으로, 지난 2017년 119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년 만에 4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119명→143명→239명→313명→450명을 기록했다.
20대 마약류 사범의 비율 역시 꾸준히 늘어 왔다.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20대의 비율은 14.9%→16.7%→21.9%→24.8%→31.4%로, 5년간 약 2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 검거된 마약류 사범 중 20~30대의 비율은 전체의 56.8%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SNS,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호기심에 마약류를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청소년·단순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보다 사람 중심의 치료·재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조건부 또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활용하는 등 중독 정도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거래 쉽고 저렴한 마약
최근 마약 유통은 대부분 텔레그램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나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이 가능한 웹사이트)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류 불법 유통 판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4개월간 적발된 사건 1865건 중 72.8%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경우였다.
처음으로 텔레그램 마약 거래 조직에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이재인 인천지검 검사는 지난 3월 논문을 통해 “전체 마약류 사건 중 차명계좌를 이용해 대금을 전달하는 전통적 방식은 약 30%에 그치고, 텔레그램 등을 통해 서로 신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 가상화폐로 대금을 전달하는 것은 70%가량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붙잡힐 위험이 높은 대면 거래보다 비대면 거래가 선호된다. 가상화폐 등을 통해 돈을 보내면 물품보관함 등 미리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두고 가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의 거래가 통상적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드랍퍼(마약을 두고 가는 역할의 판매자)’의 수완에 대한 후기가 오가는데, 체포 위험이 낮아질수록 거래는 더욱 활성화된다.
해외 대량 직구 등을 통한 저렴한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마약의 전반적인 가격도 하향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10년 전 10만 원 내외였던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은 현재 3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판례들에서는 1회분당 1만 원 이하로 거래된 사례들도 나타났다. 고위층·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화된 배경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처벌보다 유통 저지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정부는 마약 관련 교육·홍보·예방·치료·재활·수사·단속을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청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이 올해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 ‘10대·20대 마약류 사범 증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는 10대의 마약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활동이라고 보고,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사전 예방 교육 활동부터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재활 사업을 벌일 단일 실무 조직 신설을 대안으로 꼽았다.
한편, 지난달 30일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마약청을 법무부 외청으로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마약류 사범의 공무원 임용 자격을 제한하는 국가공무원 일부개정법률안 ▲마약사범의 사내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마약 3법' 개정안은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으로 회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