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택시 기사·전 여자친구 살해’ 이기영...드러나는 기행
【위클리포커스】 ‘택시 기사·전 여자친구 살해’ 이기영...드러나는 기행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2.31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자 행세하며 범행 은폐 시도
피해자들 명의로 7000만원 대출

"전 여자친구 살해 후 유기" 자백...수색 작업 지속
곳곳에서 혈흔 발견돼 분석 중...추가 범행 가능성
이씨는 27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경기 파주시 공릉천 주변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28일 경찰이 공릉천 일대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씨는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경기 파주시 공릉천 주변에 유기했다고 27일 자백했다. 28일 경찰이 공릉천 일대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택시 기사와 전 여자친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씨는 살해 이후 시체를 유기·은닉하고, 피해자들 행세를 하는 등 범행을 은폐했으며, 피해자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 전 여자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는 한편, 이씨의 추가 범행은 없는지 살피고 있다.  

이기영 구속 및 신상 공개

지난 29일 경기북부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재범 방지 등 공익적 가치도 고려했다”며 이씨의 얼굴 사진,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은 최근 신당역 살인 사건 등 사례와 같이 피의자와 과거 사진과 실물 간 차이가 커 신상 공개의 효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등을 고려해 새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씨의 선택에 따라 기존의 운전면허 사진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전 여자친구와 택시 기사를 잇따라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한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된 바 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근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후 4시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법원에 도착한 이씨는 “돈을 노린 범행인가”, “추가 범행은 없나”, “전 여자친구는 왜 살해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이씨는 오후 11시경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A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데려와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앞서 지난 8월 7~8일경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을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9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재범 방지 등 공익적 가치도 고려했다”며 이씨의 얼굴 사진,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택시 기사 살해...피해자 명의로 대출

이씨의 범행은 이씨의 여자친구가 옷장 속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경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현장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둔기도 함께 발견됐다. 범행 이후 5일간 이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A씨의 가족들로부터 행방을 찾는 연락이 오자, ‘아빠 바빠’, ‘밧데리 없어’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A씨 행세를 했다. 

그러자 A씨의 자녀는 25일 오전 3시 35분경 “아버지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카카오톡은 했는데 통화는 거부하는 등 다른 사람인 것 같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이씨 여자친구가 발견한 시신과 실종자가 같은 사람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병원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범행 당일 저녁 이씨는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함께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하던 이씨는 A씨와의 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A씨와의 접촉 사고 이후 합의금을 주기 위해 A씨를 집으로 데려왔으나, 자신이 예상한 합의금과 A씨가 요구하는 금액이 맞지 않자 폭행해서라도 입막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합의가 원활히 되지 않은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그때 휴대전화를 빼앗고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범행 직후 A씨 휴대전화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수천만원의 대출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금을 합한 금액은 5400만원가량이다. 잠금 패턴은 A씨가 갖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것을 보고 푼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씨는 범행 직후 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플링, 고급 술집, 호텔 등에서 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가 두 번의 살해 모두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돈을 유용했던 만큼, 계획적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경찰은 이씨가 두 번의 살해 모두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돈을 유용했던 만큼, 계획적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앞서 살해된 전 여자친구...시신 수색 작업 지속

그런데 이씨의 검거 이후 경찰은 ▲이씨의 집 내부 곳곳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 ▲이씨가 거주해 온 아파트의 소유자가 이씨의 전 여자친구인 B씨인 점 ▲B씨의 행방이 묘연한 점 ▲B씨의 휴대전화도 이씨가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B씨의 행방을 추궁했다. 

이에 27일 이씨는 “지난 8월 생활비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자전거 수리 중 들고 있던 둔기를 사용해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루프백(차량 지붕 위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에 시신을 담아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이에 경찰은 공릉천을 중심으로 기동대, 수색견, 드론팀, 다이버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김포·고양·파주 등 한강 하구 일대에는 북한에서 떠내려오는 목함지뢰나 비무장지대에 매설됐다가 폭우 등으로 흘러나온 M14 대인지뢰 등 유실 지뢰 위험이 있다는 군의 통보에 따라 경찰은 육상 수색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드론 등을 이용한 공중 수색과 수중 수색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이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밝힌 8월 초부터 이미 약 4달이 지났고, 올해 여름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던 만큼 수색에는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현재 집 내부 곳곳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B씨에 대한 범행 이후 이씨는 B씨 명의의 카드로도 2000만원가량을 사용했다. 이씨는 두 번의 살해 모두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번 모두 범행 이후 피해자의 돈을 사용했던 만큼 경찰은 돈을 노린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씨는 B씨 살해 후 B씨의 휴대전화를 직접 관리하며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등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4개월이나 범행이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경찰은 신상 공개 이후 추가 제보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여러 개 사용하면서, 메신저에서는 이형택이라는 가명도 사용했다. 경찰은 이씨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며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한편, 29일 오전 11시경 이기영이 거주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찰은 해당 거주지에서 개 1마리와 고양이 3마리를 구출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개가 짖는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파주시청과 경찰에 협조를 구하고, 이씨로부터 반려동물 포기각서를 받아 구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와 고양이들은 경기 양주시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내졌다. 협회는 30일 입양 공고를 낼 예정이나, 10일 내 입양 문의가 오지 않을 경우 안락사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