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기후환경] 우영우의 고래 사랑, 새드엔딩을 피하려면
[TV 속 기후환경] 우영우의 고래 사랑, 새드엔딩을 피하려면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3.30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구 표면 71% 바닷물, 생태계 유지의 핵심 KEY
‘바다의 유니콘’ 일각고래, 뜨거운 바다에 잠도 못 자
탄소 잡는 고래, 기후위기 극복에는 ‘고래 보호’ 먼저 

[한국뉴스투데이] 기후변화란 자연적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 더 이상의 평균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평균 기후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인간활동에 기인한 기후변동으로 지구촌 생태계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의 남다른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던 고래도 기후변화 피해 동물 중 하나다. 무분별한 포경으로 이미 한 번 해를 입은 고래의 수난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편집자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의 남다른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던 고래도 기후변화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유투브 캡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의 남다른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던 고래도 기후변화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유투브 캡처)

대왕고래, 혹등고래, 외뿔고래, 긴수염고래, 남방큰돌고래….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리에게 수많은 고래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현재 지구상에는 90여종의 고래가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약 20여 종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고래가 기후변화의 해결 방안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래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와 별개로 바라보기 어렵다.

지구 살리는 생명수
지구 생태계는 바다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구 전체 표면의 71%는 바다로,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지구상 인간이 숨 쉬는 산소의 85%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지구 생명체의 최대 80%에 달하는 종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을 먹여 살리는 단백질 공급원 역시 20%가 바다에 있다. 


바닷물은 지구의 열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바닷물의 흐름(해류)는 해양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하며 전 세계 물 건강과 직결된다. 전 세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바다는 적도의 따뜻한 해수가 북대서양 쪽으로 이동하고, 차갑고 염분이 많은 북대서양 해서는 적도 지방의 해수가 오면 가라앉아 남쪽으로 이동한다. 

기후변화는 이런 해수의 대류현상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산이 녹기 시작한 것이 문제다. 빙산의 얼음이 녹아들면서 해수의 염도가 낮아지면서 해수가 가벼워서 순환에 문제가 생겼다. 해수 표층과 심층의 대류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해수 순환 시스템의 이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결국 기후 시스템의 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구 전체를 유지하고 먹여 살리는 바다의 건강 상태는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은 단순히 바다가 따뜻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 온난화는 수산자원의 감소, 해양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진다. 이미 해양동물 일부는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보고도 전해졌다.

해양 생태계 빨간 불
일본 홋카이도대 극지연구센터, 덴마크 그린란드 천연자원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바다의 유니콘’ 일각고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일각고래는 수컷의 나선 모양 엄니(상아) 때문에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린다. 주로 북극권에 서식하는 일각고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권 해빙 감소와 인간의 잦은 등장 때문에 개체수 감소, 평균 수명 단축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계산생물학’에 따르면, 연구팀은 일각고래들에게 전자태그와 위치추적기를 붙여 83일 이상 장기간 추적 조사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카오스 이론의 수학 방정식으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일각고래의 행동 경향과는 다른 불규칙적인 잠수 패턴과 수면·휴식 행동이 확인됐다. 이는 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해수 온도를 변화시켜 나타나는 이상행동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일본 홋카이도대 예브게니 포돌스키 교수(지구물리학)는 “이번 연구 방법을 통해 기후변화가 극지 서식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난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해수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 전반에 적신호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해양·극지연구소, 호주 국립해양과학연구소, 서호주대, 캐나다 빅토리아대, 사이먼프레이저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해 산호초가 죽는 경우가 늘면서 결국 해양생물의 감소와 멸종 위험이 감지됐다. 

연구팀은 호주 주변 바다의 산호초를 조사한 ‘산호초 생명조사’ 데이터와 온난화와 산호초 관련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했다. 분석 결과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호초와 각종 해양식물의 서식 환경이 악화하고, 이것들을 집으로 삼고 있는 물고기들의 개체수도 급격히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래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연기반해법’의 중요한 자원이다.
▲고래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연기반해법’의 중요한 자원이다.

지구 ‘탄소사냥꾼’ 
고래는 해양생물 중 살아있는 탄소 흡수원으로 손꼽힌다. 고래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연기반해법’(NBS∙Nature Based Solution)의 중요한 자원이다.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을 보전∙관리∙복원하거나 자연 작용을 활용하여 탄소를 저감하는 일의 통칭이다. 지난해 12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총회(COP15)에서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 바 있다.

각국 연구진의 주목받고 있는 고래의 능력은 탄소 저감 능력이다. 고래의 탄소 저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고래의 사체로, 100년 넘게 사는 고래가 탄소를 오랜 기간 품고 죽으면 그 자체가 거대한 탄소 저장고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는 고래의 배설물이다. 고래의 똥이 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은 고래의 배설 활동과 관련한 탄소 격리, 다시 말해 ‘고래 펌프’다. 고래는 거대한 몸집만큼 거대한 양의 똥을 배출하고, 이 배설물에는 철과 인, 질소 등 영양분이 풍부해 식물성플랑크톤의 번성을 돕는다. 식물성플랑크톤은 광합성의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심해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쌓이면서 탄소의 저장 및 격리를 이끈다.

고래는 해수면과 혼합층, 해저를 오가면서 이런 플랑크톤의 탄소 격리 작용을 강화한다. 광합성이 되지 않는 깊은 바다(혼합층 이하)에서 먹이를 먹었을 때도, 배설은 해수면 근처에서 해야한다. 깊은 곳에선 압력 때문에 배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고래의 수직 운동이 식물성플랑크톤 생성량을 배가하고, 결과적으로 탄소 격리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고래 펌프’다.

고래 4종이면 온실가스 1/3 감축
고래를 사랑하는 것은 우영우를 포함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여야 한다. 고래가 처음 위기를 겪은 것은 산업포경시대였다. 고래 펌프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왕고래·참고래·혹등고래·밍크고래 등 대형고래 4종의 개체수가 무분별한 포경 이전으로 회복될 경우에는 연간 2억2천만 톤의 탄소가 해저에 고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에 준한다.

남극해에 서식하는 향고래만 개체수 복원에 성공해도, 탄소 240만 톤이 해저에 고정될 수 있다. 결국 각국이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탄소를 제거하는 데도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 해결의 키가 바로 고래다.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포집한 탄소를 해저에 주입해 저장하는 것 같은 기후공학적 해결책보다 고래 복원은 위험도가 적고 지속성과 효율성은 높은 사업”이라고 밝혔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