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①한반도 덮친 火魔, 산불 방화범은 기후위기 
[기후환경] ①한반도 덮친 火魔, 산불 방화범은 기후위기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0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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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불 피해 10개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예상피해면적 축구장 3200개…전국이 산불 공포
이상기후로 인한 대형 산불, 자연재해 아닌 인재

[한국뉴스투데이] 봄철 꽃 나들이로 전국이 들떴던 4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한반도가 꽃 빛 대신 새까만 잿더미로 뒤덮였다. 매년 산불로 몸살을 앓는 강원도를 비롯하여 서울, 대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까지 산불 진화로 진땀을 빼며 4월을 시작했다. 가뭄으로 메말랐던 우리 국토는 각 지역 소방본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잡히지 않아 애를 태우다 짧았던 단비가 내리면서 가까스로 잦아들었다. 전국화, 대형화되는 산불의 원인과 대처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8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고성능 산불진화차량의 진화호스로 산불을 밤샘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8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고성능 산불진화차량의 진화호스로 산불을 밤샘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전국을 덮친 산불로 한반도의 봄에 잿더미가 새까맣게 내려앉았다.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충청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전국의 피해가 심각하다. 정부는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재민이 일상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10개 지역, 특별재난지역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홍성군 등 최근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10개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을 5일 선포했다. 대상 지역은 충남 홍성군·금산군·당진시·보령시·부여군, 대전 서구, 충북 옥천군, 전남 순천시·함평군, 경북 영주시 등 10개 시·군·구다.

윤 대통령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피해주민이 일상으로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여름 우기철에 산불 지역에서 산사태 등 후속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구사업 및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행안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피해조사를 거쳐 산림 및 주택피해 복구를 위한 구체적 국비 지원규모를 산정하여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병무청 역시 이재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입영 연기를 허용키로 했다. 병무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결정된 지역에 사는 병역의무자는 원하면 입영일자를 미룰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연기 기간은 최대 60일까지 가능하다. 입영 연기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민원포털)이나 애플리케이션 민원서비스, 전화(1588-9090)를 통해 할 수 있고, 병역동원훈련소집 대상자는 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한 '피해 사실 확인서'를 내면 올해 동원 훈련이 면제된다.
  
축구장 3200개 규모 피해
정부에서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한 지역의 산불 피해는 산림 자원 파괴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의 예상 피해 규모는 2344ha로 알려졌다. 축구장 3200여 개 이상의 면적으로, 이마저도 추정하는 ‘산불영향구역’일 뿐 정확한 피해 규모 확인은 아직이다. 

특히 충남 홍성군은 진화에 걸린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져 올해 발생한 산불 중 최악의 산불이었다. 홍성군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산불은 약 1454헥타르(㏊)의 산지를 태웠다. 축구장 2000개 이상의 면적이다. 금세 진화될 것 같았던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바람 탓에 약 53시간 동안 계속 됐다. 

이 사흘간 헬기 총 55대, 진화차 등 장비 753대, 산불진화대원 1만3034명이 진화에 투입됐다.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택과 창고 등 시설물 70여 곳이 불 타고 주민 300여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이 직접 나서고, 군부대의 병력 지원까지 받으며 진화에 총력을 다했고, 마침 내린 단비 덕분에 불길이 잦아들었다. 

산불이 잦은 경북에서 발생한 영주, 지난달 예천, 상주 등의 산불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화돼 큰 피해를 막았다. 지난 3일 오후 영주 박달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19시간 만에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산림청이 추정한 산림 피해 규모는 약 210ha다. 산불이 났을 당시 바람이 마을 반대편으로 약하게 분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오전 산불 대응 3단계로 상향된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불현장에서 전남119 소방헬기가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지난 4일 오전 산불 대응 3단계로 상향된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불현장에서 전남119 소방헬기가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자연재해 아닌 인재
최근 발생한 산불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데서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산불이 진화되는 데는 마침 내린 단비의 덕이 컸다. 앞서 1~3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85.2㎜로 예년 평균 120.6㎜보다 한참 적었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고 여기에 강풍까지 더해지면서 산불이 급속하게 확산, 대형 산불로 번져가는 악조건이 형성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특히 피해가 컸던 충남 홍성 산불은 순간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어 산불 발생 2시간 20분 만에 대형 산불로 확산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에 내린 단비로 지난 사흘간 번졌던 산불 모두가 진화 완료됐다”며 “하지만 비가 내린 이후 기상 상황과 영농철 영농부산물 소각, 입산객 실화 등 산불위험도는 다시 높아질 수 있어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의 첫 번째 원인은 50년 만에 처음이었던 겨울 가뭄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환경계에서는 이런 가뭄, 그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은 결국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뭄의 원인은 고운건조한 겨울철 날씨였고, 이는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현상이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2도 증가하면 13.5% 상승한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산림청 역시 “예전에는 대형 산불이 주로 4월에, 강원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최근에는 산불이 전국화되는 경향도 있고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는 앞서 지난달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 ‘산불처럼 확산되다: 이례적인 산불 위협의 증가’의 전망과도 맞닿아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가뭄 증가, 높은 공기온도, 낮은 상대습도, 번개, 강한 바람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악화하고 화재기간이 길어진다”며 “이전에는 산불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북극과 기타 지역도 산불 위험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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