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②여전한 산불 공포, 진화 전용 헬기는 고작 48대
[기후환경] ②여전한 산불 공포, 진화 전용 헬기는 고작 48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1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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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전국 산발적 산불 발생, 전용 헬기 없어 ‘동동’
해병대 다목적 헬기 ‘마린온’, 산불 예방 임무 투입
경북 119 산불특수대응단, 24시간 내에 진화 100%

[한국뉴스투데이] 봄철 꽃 나들이로 전국이 들떴던 4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한반도가 꽃 빛 대신 새까만 잿더미로 뒤덮였다. 매년 산불로 몸살을 앓는 강원도를 비롯하여 서울, 대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까지 산불 진화로 진땀을 빼며 4월을 시작했다. 가뭄으로 메말랐던 우리 국토는 각 지역 소방본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잡히지 않아 애를 태우다 짧았던 단비가 내리면서 가까스로 잦아들었다. 전국화, 대형화되는 산불의 원인과 대처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 4일 오전 산불 대응 3단계로 상향된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불현장에서 전남119 소방헬기가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지난 4일 오전 산불 대응 3단계로 상향된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불현장에서 전남119 소방헬기가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정부가 산불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가운데, 산불 진화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사흘간 충남 홍성을 덮쳤던 산불 역시 전문진화장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봄철, 또 다른 대형 산불의 위험이 여전한 만큼 진화시스템의 점검 및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용 헬기 고작 48대
지난 2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축구장 2,000개 규모를 넘어서는 1454ha의 산지를 태웠다. 주불 진화에 걸린 시간은 약 사흘. 산불 대응 3단계 발령 이후 고성능 산불 진화차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8시간이다. 인근 금산, 대전에 불이 났을 때도 산불진화차는 5시간50분 만에야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산불진화차는 일반 소방차보다 3배 많은 양의 물을 싣을 수 있고, 험한 산길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진화 장비이다. 그런데 이 고성능 산불진화차가 충청지역에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8,000리터의 물을 뿌릴 수 있는 초대형 헬기도 충남지역에는 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이 잦은 지역에 고성능 장비가 우선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불 진화에 투입 가능한 초대형 헬기가 경상도에는 2대, 강원도 3대 , 충북지역에 1대 배치됐다. 산림청은 지난해 동해안 지역에 산불 피해가 컸던 것을 감안하여 해당 지역에 우선 배치하고 전국에 순차 배치할 계획이었다.

산불 전용 헬기 부족 문제는 충청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큰 산불에 동원할 수 있는 산불 전용 헬기는 전구에 48대뿐이다. 이 중 8,000리터짜리 초대형 헬기는 8대에 불과하다. 전용 헬기는 군용이나 임차헬기에 비해, 물을 최대 5배까지 적재할 수 있어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시 빠른 진압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지형의 특성상 산림이 많고, 주로 산불이 발생하는 지역은 험한 지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큰 불로 번지기 전에 헬기의 투입이 중요하다. 헬기의 수만큼이나 헬기의 성능도 중요한 부분이다. 산림청 헬기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불 진화 전용 헬기 총 48대의 평균 연식은 23년이다. 30년 이상된 헬기도 11대에 달한다. 10년 안쪽에 새로 구입한 헬기는 고작 5대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진화에 나서는 주력 헬기는 러시아제인데 이들 헬기가 상대적으로 더 노후화 되었다. 러시아 카모프사(社)에서 제작한 KA-32T로, 산림청 헬기 48대 중 29대로 중 비율이 가장 크다. 노후한 장비는 점검을 더 자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계로 부품 수급이 어렵다. 현재 산림청은 헬기 1대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부품을 뜯어 다른 헬기의 정비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후화된 헬기는 조작을 조종사가 직접해야하는 부분이 많아 헬기 조종사의 피로도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헬기가 노후화되면 의무점검 간격도 짧아지는데 이런 정비 역시 정비사의 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산림청은 현장 발생시 즉시 투입하는 헬기를 48대 중 38대 수준인 8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산림청은 헬기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전문진화장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예방을 위해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는 대신 파쇄할 수 있는 파쇄기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산불 진화용 임도를 대폭 확대하고 초대형 헬기와 고성능 진화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도 확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불나면 한강뿐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산불에 특히 취약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은 인구 밀집지역인 탓에 대형 화재 발생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최근 서울 인왕산 화재로 40년 만에 주민이 대피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은 인근에 담수를 제공할 저수지가 마땅치 않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산불 진화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취수원과의 거리’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불이 났을 때, 충분한 물을 얼마나 빠르게 가지고 올 수 있느냐가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과 큰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산불에 취약한 산 주변 10㎞ 이내에 담수지가 있으면 괜찮지만, 그 이상 멀어지면 산불 진화 속도보다 산불 확산 속도가 빨라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화재 발생시 담수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한강뿐이다. 인구 밀집 지역인 탓에 경기권과 같이 저수지 등 담수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불이 난 인왕산은 한강과 직선거리가 6km 안팎으로 가까운 편이어서 불길을 잡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었다. 북한산, 도봉산 등은 한강에서 15km 이상 떨어져 있어 산불 발생시 인왕산과 같이 빠른 진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서울의 산불 방어를 위해 조립형 담수지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조립형 담수지는 앞서 울진, 삼척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활용해 산불 진화에 힘을 보탰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인왕산 산불 때 옛 청와대에 있는 헬리패드(헬기착륙장) 근처에 조립형 담수지를 설치했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서울 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헬리패드나 학교 운동장 등 공터를 유사시 조립형 담수지 설치 후보지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북은 이상無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경북은 산불이 잦은 지역이다. 앞서 경상북도는 영주, 예천, 상주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지만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오후 영주 박달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18시간45분만에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충청 지역에서 산불이 사흘간 진화되지 않아 산림과 민가에 피해를 입힌 것과 대조적이다. 경북의 산불에 대한 효과적인 초동 대응 성과가 전해지면서 진화 시스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북 산불의 대형화 방어에는 119 산불특수대응단의 활약이 컸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은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구성된 소방본부 소속 산불진화 조직이다. 62명의 전문 산불진화 인력, 산불진화차 등 장비 15대, 산불장비세트 1255점을 보유한 119산불특수대응단을 운영하고 있다. 

119산불특수대응단은 주간뿐만 아니라 헬기가 활동할 수 없는 야간에도 진화 활동을 펼치며 산불이 민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며 피해면적을 최소화한다. 이외에도 23개 시군에 1,128명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산불 예방·계도 활동과 함께 산불 발생 즉시 현장에 투입돼 신속한 진화활동을 한다.

지형의 특성상 사람의 힘으로 진화가 어려운 부분에 대한 방어를 위해 대형 소방헬기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경북의 산림면적은 133만ha로 전국 629만ha 중 21%를 차지하며, 산림의 43%는 불에 잘 타는 침엽수림이다. 지면에는 낙엽층이 쌓여 있어 많은 양의 물을 집중적으로 뿌릴 수 있는 대형 소방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북도는 2026년까지 1만 리터 이상의 담수량을 가진 대형 소방헬기를 도입하기 위해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역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19산불특수대응단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주·야간 적극적인 진화 활동으로 도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 예방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 산불 진화의 주역인 진화대원들의 발 빠른 대응과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충남 금산·대전 서구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진화헬기와 고성능산불진화차량(유니목)이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에 산불진화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지난 4일 충남 금산·대전 서구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진화헬기와 고성능산불진화차량(유니목)이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에 산불진화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언제든 출동 완료
산불 진화를 위해 해병대도 힘을 보탠다. 해병대 항공단의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이 산불 예방 등의 임무에 투입되면서 해상임무는 물론 전천후 다목적 헬기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10일 해병대 1사단에 따르면, 2018년 1월 마린온 1,2호기를 인수해 비행시험을 마친 후 고공강하, 특수부대 이동, 쌍룡훈련 등에 투입하고 있다.

산불진화용 밤비 바켓(1200ℓ)을 장착한 '마린온'은 이날부터 시작된 포항 수성사격장 훈련에 앞서 표적지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불 차단을 위해 예비주수에 투입됐다. 예비주수는 산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미리 소화액과 물을 뿌려 화재를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마린온'은 조종사 2명 등 9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하면 3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마린온 헬기는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에서 실시된 사격 훈련에 앞서 표적지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뿌리며 산불 예방 작전에 활용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마린온 헬기는 해상작전을 비롯해 산불 진화와 인명구조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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