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 독일,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탈원전 시대 개막
【기후경제】 독일,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탈원전 시대 개막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1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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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각) 자정 기준 독일 원전 가동 중단, 탈원전 달성
탈원전 시대 열렸는데 스웨덴, 벨기에 등 친원전으로 돌아서
프랑스 등 유럽 11개국은 원전 신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해
독일이 15일(현지시각) 자정을 기준으로 자국 내 운영 중이던 3곳의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독일은 탈원전을 하게 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사진/픽사베이)
독일이 15일(현지시각) 자정을 기준으로 자국 내 운영 중이던 3곳의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독일은 탈원전을 하게 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독일이 자국내 원자력 발전 가동을 모두 중단하면서 세계 최초로 탈원전 국가가 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거론된 탈원전이 37년만에 이뤄진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독일이 자국 내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했던 원전까지 중단하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할지 주목된다. 특히 탈원전을 추진했던 국가들이 최근들어 신규 원전을 늘리거나 원전 가동 연장 등 친원전으로 돌아서 이번 독일의 탈원전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의 원전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독일, 자국 내 원전 가동 전면 중단 

지난 15일(현지시각) 독일이 원자력법에 따라 엠스란트와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자국내 가동 중이던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 3곳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독일 내 모든 원전이 가동을 끝냈다. 독일의 이번 탈원전은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또 독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쭉 거론됐던 탈원전을 37년만에 시행하게 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독일은 지난 1961년 처음 원전을 가동해 최대 37개의 원전을 가동해왔다. 원전은 독일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1986년 4월 26일 당시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세계 각국이 안전하다고 믿어온 원전의 뒤에 숨어있던 무서움을 알게 된 큰 계기가 됐다. 독일 역시 체르노빌 사고 이후부터 원전에 대한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원전 강국이었던 독일에서는 체르노빌 이후 원전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고 지난 2000년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연립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정권을 잡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중도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연립정부는 탈원전을 철회했다.

오락가락 하던 독일의 원전 정책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다시 탈원전으로 돌아섰다. 이때 메르켈 정부는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자국 내 원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 나갔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난항에도 불구하고 남은 원전 3곳마저 가동을 중단하면서 독일은 세계 최초로 탈원전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가압수형 원자로인 엠스란트와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3곳의 원전은 이번 가동 중단으로 해체 작업을 벌이게 된다. 해체 작업 기간은 10년 이상이 소요될 예정으로 해체 비용은 원전 건설 비용과 맞먹는 비용이 발생한다. 탈원전을 이룬 독일은 현재 40%에 달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앞으로 두 배인 80%까지 끌어올려 에너지 공급 수요를 맞추는 계획에 돌입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각국은 탈원전을 추진하게 됐다. 사진은 체르노빌 모습. (사진/픽사베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각국은 탈원전을 추진하게 됐다. 사진은 체르노빌 모습. (사진/픽사베이)

탈원전 vs 친원전 찬반 논란 여전

원전은 에너지 중에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석탄이나 석유의 경우 고갈되는 자원이기도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지속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전무하다. 하지만 원전 가동을 반대를 하는 사람들, 즉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안정성 문제와 원전 가동 후 남는 핵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원전 폐기를 강조한다.

이들은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해도 해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동 중단 이후 처리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폐기물 처리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탈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원전 사용 후 남은 핵연료 등의 폐기물에 포함된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까지 최대 30만년이 걸린다는 점은 원전으로 인한 지구 오염이 세대를 뛰어넘어 피해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반면 원전 가동을 찬성하는 측은 전력 생산 비용이 낮고 원전 가동 자체는 환경오염을 불러 오지 않는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있어 풍력은 4059원이 필요하고 태양광은 3422원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500원이면 충분하다는 점은 이들이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날씨의 영향을 받고 비용이 비싼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가동해 에너지 수급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원전이 결정된 독일에서조차 원전 가동을 찬성하는 시민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최근 독일 ARD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시민의 59%는 원전 가동 중단에 반대한다며 정부의 탈원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탈원전에 찬성하는 시민은 34%에 불과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각국은 탈원전을 추진하게 됐다. 사진은 체르노빌 모습. (사진/픽사베이)
최근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위기는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까지 다시 친원전으로 돌아서는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탈원전을 밀어붙인 독일의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픽사베이)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선회하는 추세

원전 가동과 관련해 세계 각국 정부 역시 탈원전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탈원전을 선언했던 스웨덴은 현재 신규 원전 건설 검토에 들어갔다. 스웨덴의 전력 생산 비중은 원자력 40%, 수력 40%, 풍력 10%로 EU 회원국 중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나라다. 최근 원전 1곳을 폐쇄해 자국 내 가동 중인 원전은 6곳 뿐이다. 하지만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결국 신규 원전 건설 검토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는 2025년까지 탈원전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벨기에도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원전 7곳을 가동하고 있는 벨기에는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원전 2곳의 가동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벨기에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가동이 연장된 원전은 오는 2036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폴란드는 최근 원전 발전에 새롭게 뛰어들어 6곳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총 56곳의 원전을 보유한 프랑스는 원전 비중을 낮추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으로 현재 전체 전력 75%를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을 2035년까지 5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개발에 10억 유로(1조4000억원)을 투자를 결정하는 등 유럽 10개국과 함께 원전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원전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 분포된 원전은 전세계 에너지의 약 10%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비중으로 보면 그다지 높지 않지만 유럽의 경우 전체 에너지의 25%를 원전을 통해 공급받고 있어 꽤나 높은 비중을 보인다. 이에 원전을 두고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최근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위기는 탈원전 폐기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탈원전을 밀어붙인 독일의 이번 결정이 유럽의 원전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나아가 전세계 원전 추세에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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