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경제】 보증금 미반환에 역전세까지...전세가 불안하다
【투데이경제】 보증금 미반환에 역전세까지...전세가 불안하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2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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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 급증
주택 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확대 추세
이래저래 불안한 전세, 월세 선호 증가
올 1분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가 급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또는 해당 주택 경매나 공매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뉴시스)
올 1분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가 급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또는 해당 주택 경매나 공매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해 1분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 보증사고가 급증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빌라왕이 촉발한 전세사기 사태에 전세 보증금 미반환, 역전세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높은 금리 탓에  전세 수요자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월세가 전세 비중을 넘어서 전세 시장의 하락세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증사고, 전세 보증금 못 받은 세입자들

지난 23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7974건으로 지난해 4분기 2393건에 비해 3.3배가 증가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또는 해당 주택 경매나 공매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를 집계한 수치다.

이 중 다가구주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3928건으로 전체 보증사고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다가구주택의 보증사고가 6678건이었던데 반해 올해 1분기(3개월)만에 지난해 전체 사고의 절반에 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지난해보다 수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20년에는 55건, 2021년에는 58건에 불과해 전세사기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다가구주택에서 보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물 전체가 한 사람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다가구주택은 1명의 집주인이 최대 19명의 세입자에게 호수를 임대할 수 있다. 즉,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동시에 다수의 피해자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흔히 말하는 빌라는 다세대주택으로 구분돼 각 호수마다 모두 집주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다가구주택과 차이를 보인다.

다가구주택 다음으로는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가 2254건으로 지난해 1년간 발생한 2638건에 맞먹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어 다세대주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1513건, 연립주택은 35건으로 나타났다. 다가구를 제외한 단독주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는 209건, 오피스텔은 36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 전세값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택 가격이 하락해 전세값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전세, 전세 보증금 하락 거래 증가

지난 3개월동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만 늘어난게 아니다.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동안 집주인들은 역전세에 난감해졌다. 같은 날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의 순수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471건 중 804건(55%)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던 은평구와 강남구, 서초구 등의 피해가 컸다.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져 아파트 전세값이 하락했고 빌라 전셋값까지 덩달아 떨어져 하락 거래 비중이 컸다. 이 중 은평구는 전세 거래 81건 중 54건이 하락 거래였다. 전체 거래의 67%가 가격을 낮춰 세입자를 구한 셈이다. 

강남구는 55건 중 34건(62%), 서초구 72건 중 43건(60%)이 하락 거래로 나타났다. 도봉구와 양천구는 구축 빌라를 중심으로 도봉구 24건 중 16건(67%), 양천구 60건 중 38건(63%)가 하락 거래됐다.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컸던 강서구는 전세 거래 153건 중 94건(61%)가 하락 거래로 이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몇 달 사이에 전세 보증금이 1억원 넘게 하락해 거래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전세값이 내리면 거래라도 활발해야 하는데 지난해 4분기 서울의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의 전세 거래가 총 1만5873건이었던 반면 올해 1분기에는 1만4962건으로 거래량마저 감소했다. 이같은 전세값 약세는 역전세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고 이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마찰로 이어질 우려까지 나온다.

전세 수요자들은 높은 금리와 전세 사기 위험, 정책 부재 등으로 전세금 마련이 힘들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 수요자들은 높은 금리와 전세 사기 위험, 정책 부재 등으로 전세금 마련이 힘들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보다는 월세", 월세 선호 추세

전세 보증금 미반환의 경우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이 올해 1분기에만 568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 전체 대위변제액인 9241억원의 60%를 훌쩍 넘어선 규모다. 이에 양경숙 의원은 최근 전세 임차인의 피해가 확산하고 HUG의 보증사고도 크게 늘고 있어 HUG의 대위변제 부담 증가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나마 보증사고의 경우 HUG를 통한 대위변제라는 방법에라도 기댈 수 있지만 역전세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올 초 정부가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와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대출을 가능하게 규제를 완화해 역전세 방지에 나섰다. 규제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으면 전입 의무와 보증금 반환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처분해야하는 의무도 없어졌다.

하지만 당장의 역전세난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체결된 전세 계약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이 대부분 임대인들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자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어 전세 수요자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는 주택통계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증명한다.

국토부가 밝힌 지난 1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월세 거래량 총 21만4798건 중 전세 거래량은 9만757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반면 월세 거래량은 11만72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나 증가했다. 이에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6%로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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