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때이른 더위에 고농도 오존 증가...대기오염 비상
【기후환경】 때이른 더위에 고농도 오존 증가...대기오염 비상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5.1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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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역대급 더위, 고농도 오존주의보
때이른 더위에 고농도 오존주의보 발령 시기가 앞당겨지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때이른 더위에 고농도 오존주의보 발령 시기가 앞당겨지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해 3월 말 강릉 기온이 26.8도까지 올라 초여름 날씨를 보였고 4월 초에는 31도까지 치솟았다. 5월 중순인 어제 강릉 기온은 35.5도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5월 중순 기온으로 최고로 높았다.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고농도 오존 발생 시기도 점점 앞당겨진다. 오존은 공기 정화나 살균, 소독 등 일부에서는 유용하게 쓰이지만 고농도로 대기에 존재할 경우 인간과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어 발생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때이른 더위에 오존 발생 시기 앞당겨져

지난 16일(어제)은 5월 중순 기온으로 역대 최고 높은 기온을 기록한 날이다. 낮 한때 최고 기온 기준으로 강원도 강릉이 35.5도, 속초가 34.4도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5월 중순 기온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북 울진도 34.9도로 5월 기온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그 외에도 대구 33.6도, 경주 34도, 안동 32.2도, 광주 32.0도, 서울도 31.2도, 대전 31.1도 등으로 대부분 지역이 평년 기온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서울 도심과 동북, 서북, 서남권 등 21곳에 오존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울시는 해당 권역에 속한 자치구의 1시간 평균 오존 농도가 0.120ppm 이상이면 주의보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권역별 최고 농도는 도심권인 용산이 0.121ppm, 동북권인 강북 0.120ppm, 서북권인 은평구 0.122ppm, 서남권인 강서구 0.129ppm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도권의 첫 오존주의보는 이미 지난 3월 22일에 발령이 된 바 있다. 이는 오존경보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발령된 것이다. 2000년대는 오존주의보의 첫 발령일이 주로 5월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4월 25일로 앞당겨져 처음으로 4월 중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됐고 2021년에는 4월 20일, 2022년에는 4월 18일 등 매년 오존주의보 발령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발표한 오존농도와 환경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2001∼2021년까지 21년간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일 최고 기온과 일 최고 오존 농도는 물론 오존주의보(시간 평균농도 0.12ppm 이상)의 발령횟수 및 발령일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첫 발령일은 빨라지고 마지막 발령일은 늦어져 오존주의보 발령기간이 늘어났다. 오존주의보 발령횟수와 발령일수는 2010년도에 83회와 25일에서 2015년에는 133회에 33일로 증가했고 지난 2021년도에는 400회에 67일로 6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이 증가했다. 보통 5~8월 사이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는 것을 감안하면 2021년도에는 이틀에 하루 꼴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셈이다. 

대기 중 퍼져있는 오존은 강력한 산화력 때문에 인간의 폐와 호흡기 조직을 자극하고 손상시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사진/뉴시스)
대기 중 퍼져있는 오존은 강력한 산화력 때문에 인간의 폐와 호흡기 조직을 자극하고 손상시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사진/뉴시스)

유용하면서 위험한 오존의 딜레마

오존은 산소 원자 3개로 이뤄진 기체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이 배출하는 가스에 함유된 질소산화물(NOx)과 탄화수소류(HCs),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태양광선 중 자외선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져 발생 자체는 인체에 유독한 물질이다. 하지만 대기 상층부(상공 25~30km)로 올라간 오존은 뭉쳐서 오존층을 형성하고 태양이 뿜어내는 인간과 생물에 해로운 강력한 자외선을 흡수한다.

또, 산소에 분해되는 오존의 성질을 이용해 공기를 정화하거나 살균, 탈취, 악취 제거에 이용된다. 1886년에 오염된 물을 살균하기 위해 처음 사용된 이후 기술의 발달로 하수 및 용수의 살균은 물론 폐수의 고도처리까지 이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산소보다 산화력이 훨씬 강한 오존을 이용해 대구와 부산 등 일부 지자체가 상수도의 소독에 오존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오존 자체가 가진 독성 때문에 가장 낮은 대류권(10~15km) 사이에 남아있는 오존이다. 강력한 산화력은 인간의 폐와 호흡기 조직을 자극하고 손상시킨다. 이에 기침과 숨가쁨 등 다양한 호흡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오존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되고 노약자의 경우 심각한 호흡 곤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오존이 호흡기 뿐 아니라 뇌혈관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지난 2016년 한양대병원 연구팀이 과거 10년 동안 발생한 뇌졸중 환자 14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오존농도가 미세한 수준인 10ppb(=0.01ppm≒0.021μg/m³) 증가할 때 뇌동맥류 파열 위험이 32% 증가했고, 오존농도가 올라가는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뇌경색 발생률도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농도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건강한 사람도 눈, 코, 호흡기 등의 자극 및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등 호흡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고농도 오존은 인간의 건강 외에도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산과 나무, 동물 등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성층권 오존층은 지구의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해 지켜야 하지만 대류권 오존은 인간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줄여야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성층권 오존은 지구상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류권의 오존은 사람의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 주의보가 발령되면 과격한 실외 운동을 자제하고 호흡기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등은 실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사진/뉴시스)
성층권 오존은 지구상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류권의 오존은 사람의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 주의보가 발령되면 과격한 실외 운동을 자제하고 호흡기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등은 실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사진/뉴시스)

고농도 오존 피하고 줄이는 방법 모색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전국 19개, 수도권 4개 권역에서 1일 4회 오존예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예보등급은 좋음 0.030ppm이하, 보통 0.031~0.09ppm, 나쁨 0.091~0.150ppm, 매우나쁨 0.151ppm이상 등이다. 또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는 전국 125개, 수도권 13개 권역에 오존주의보 0.12ppm이상, 오존경보 0.30ppm이상. 오존중대경보는 0.5ppm 등을 내리고 있다.

환경부는 고농도 오존 발생 시기를 맞아 오존 발생 원인물질을 줄이고 행동요령 홍보를 강화하는 등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대책'을 추진한다.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대책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등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을 특별점검하고 ▲휘발성유기화합물 다량 배출사업장 300곳의 비산배출시설 시설관리기준 준수 여부 확인과 기술지원 ▲오존 예경보 현황과 행동요령 홍보 강화 등이다.

환경부는 고농도 오존이 발령될 경우 실외 활동과 과격한 운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또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질환자, 심장질환자 등은 특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은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승용차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스프레이와 드라이클리닝, 페인트칠, 신나 사용도 줄이는 것이 좋다. 한낮의 더운 시간대를 피해 아침이나 저녁에 주유하는 방법도 오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아침이나 저녁에 주유할 경우 대기 중으로 유실되는 양이 감소해 연료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 

한편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이달부터 7월까지 고농도 오존과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세부적으로 추적해 효율적인 저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존 농도와 오존 유발물질에 대한 집중 연구를 추진한다. 연구원은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 시기에 모바일랩과 50개의 대기측정소, 광화학측정망 자료 등을 활용해 오존 농도와 오존 유발물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모바일랩은 친환경 전기차에 최첨단 장비를 탑재해 오존은 물론 오존유발물질,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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