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기후와 바이러스의 연결고리 ③‘불청객’ 모기의 전성시대
[기후환경] 기후와 바이러스의 연결고리 ③‘불청객’ 모기의 전성시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19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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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매개 말라리아, 이른 봄부터 감염 수 증가
서울시 모기 예보 ‘관심’, 20년 새 두 달 일러져
기후위기로 증가한 모기, 위험 인구 80억명 예상

[한국뉴스투데이]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 차이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문명, 국가의 위상, 종족의 성장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력이 아닌 놓여진 환경의 차이라는 의미다. 현대의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미래에 살게 될 환경은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눈부신 문명 발달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바이러스 질병이 전 세계를 공격하며 인간의 생존권을 노리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변화와 그로 인해 맞닥뜨리게 된 바이러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채집한 모기를 분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때 이른 더위에 모기 성장 속도와 활동이 빨라지면서 말라리아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배 급증했으며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도 지난해보다 19일 앞서 등장해 모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채집한 모기를 분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때 이른 더위에 모기 성장 속도와 활동이 빨라지면서 말라리아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배 급증했으며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도 지난해보다 19일 앞서 등장해 모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가을 모기에 이어 이번에는 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름철 불청객’이라는 모기의 불편한 수식어는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질 모양새다.  

늦은 밤 환기 금지
서울시 ‘모기 예보제’ 데이터에 따르면, 4월 한달 평균 36.17로 모기 예보 ‘관심’ 단계(25~50 미만) 구간에 들어왔다. 주거지 쪽은 아직 모기 활동지수가 ‘쾌적’ 단계(0~25 미만)이지만, 야외에선 벌써 모기를 관리해야 할 수준이 됐다는 의미다. 최근 열흘(21~30일)간 야외 모기 활동지수 평균은 43.64로, ‘주의’ 단계(50~75 미만)에 근접했다. 모기가 본격적인 활동기에 접어든 것이다. 이른 모기 출몰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기약 공동구매‘ 글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모기 예보제는 모기 발생 가능성을 4단계(쾌적·관심·주의·불쾌)로 구분해 행동 요령을 알려준다. 모기포집장비가 측정한 개체 수에다 모기 생태 등에 영향을 주는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요인 등을 반영해 활동지수를 산출한다. 지금처럼 모기 예보 관심 단계에선 모기가 집안에 들어오는 일은 좀체 없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실내에 들어오기도 한다. 일교차가 큰 봄철 모기는 야간에 실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늦은 밤 환기, 방충망 점검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국내 모기 활동 시기는 여름에서 봄·가을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입동‘ 이후까지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려 문제가 됐다. 지난 가을에는 폭염과 폭우로 여름철 오히려 개체수가 감소했던 모기가 따뜻한 가을 낮 기온으로 인해 개체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시 모기 예보는 11월 들어서도 ’관심‘과 ’주의‘를 오가며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중구보건소 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서 모기 유충 구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중구보건소 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서 모기 유충 구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말라리아 주의보
모기는 일본 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곤충이다. 특히 말라리아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발생국에 해당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라리아 감염자는 지난 2018년 이미 501명으로 해외 유입 환자(75명)을 웃돌았다.

질병관리청 감염별 포털에 따르면, 올 4월까지 국내 말라리아 감염자는 42명이다. 1∼3월에는 7∼8명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달에는 20명으로 늘었다. 1∼4월 말라리아 환자 수가 40명을 넘어선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4개월간 환자 수는 2020년 30명, 2021년 31명, 지난해 12명에 불과했다.

연간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 500명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며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하며 다시 420명으로 늘었다.

특히 강원 접경 지역은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높다. 지난 2일 강원도 집계에 따르면, 도내 말라리아 감염 환자는 2020년 12명에서 2021년 8명으로 줄었으나 이후 지난해 15명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들어 지난달까지는 3명(철원 2명‧태백 1명)의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나타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감기와 유사한 증세가 3일 간격으로 나타나며 열대지방의 열대열 말라리아와 달리 치사율이 낮다. 감염되면 48시간 주기로 오한기, 고열기, 발한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오한기에는 말하거나 글씨를 쓰는 것이 힘들 정도로 몸이 심하게 떨리고, 발열기에는 39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심한 두통과 구토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발한기에는 옷, 침구류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이 심하게 나고 무기력함을 겪게 된다.

80억 인구 위험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의 등장도 올해 유난히 빨랐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3일 부산과 제주에서 처음 이 모기를 발견하고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작년 대비 19일이나 빠른 속도이며, 2000년(5월 31일)과 비교하면 20년 새 두 달 가까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이 더워지는 4월이 되자 모기를 통해 옮겨지는 말라리아를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 감염병은 중증으로 진행되면 사망 또는 합병증 등의 위험이 커 발병국들이 집중하여 관리하는 질병이다. 과학계는 기후위기가 모기 매개 감염병의 위험을 키우고, 이로 인해 위험 인구가 80억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영국매체 가디언은 이미 2021년 ‘지구 온난화를 감소시키면 모기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수백만 명의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해당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는다면 2080년까지 80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와 뎅기열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는 모기의 생존율 증가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기온이 2℃ 높아지면 모기 생존확률이 53% 늘어난다. 모기의 활동 시기는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기는 체온조절 능력이 없는 변온동물이다. 주변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이 올라가고, 대사활동이 빨라진다. 그만큼 성장 속도도 빨라져 번식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기온 변화는 모기 개체 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모기 매개 감염병의 위험에 영향을 주는 이유다.

▲해마다 지구 평년 기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올해도 봄·가을 모기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해마다 지구 평년 기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올해도 봄·가을 모기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특명, 모기를 피해라
해마다 지구 평년 기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올해도 봄·가을 모기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지난달 올해 기후 전망치에서 6~7월 초여름 평균 기온이 평년 수준 혹은 그 이상일 확률을 40%로 전망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은 20%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는 “지금 나오는 모기는 겨울에 잠을 잤다가 최근 낮 기온이 올라가자 활동하기 시작하는 모기들”이라며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모기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자체들은 모기 방제에 좀 더 이르게 나설 계획이다.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원장 김종숙)은 청주 도심 내 모기민원 다발구역에서 일일모기발생감시장비를 활용한 감염병 매개모기 감시사업을 시행한다. 청주시 민원발생구역 10지점에 설치된 일일모기발생감시장비(daily digital mosquito monitoring system, 이하 DMS)는 사람이 호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모기가 유인되는 방법을 활용한 장비로 흡혈활동을 하는 모기 암컷 채집에 유용하다.

청주시는 친환경 방제를 위해 지난 4월 DMS 설치를 완료하였으며, 기존 주기적 방제 체계에서 DMS를 이용한 근거 중심의 모기방제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연구원은 청주시 보건소와 협업하여 도심형 감염병 매개모기 감시에 나선다. 연구원은 DMS에서 채집되는 모기의 종 분류·동정을 통해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등 주요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의 발생량을 감시하고 감염병의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강원도 평창군은 민간 위탁 방역으로 촘촘한 방역소독을 진행한다. 지난 9일 군에 따르면 민간 위탁 방역소독은 오는 10월까지 지역 내 시가지 주변 지역, 쓰레기 적치장소, 환경 불량지역과 산과 접한 취약지 등에 진행한다. 위탁 방역은 넓은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민간 위탁을 △평창, 미탄, 방림 등 1권역 △대화, 봉평, 용평 등 2권역 △진부, 대관령 등 3권역으로 나눠 진행한다.

방역소독 기간동안은 주 1회로 하고 오는 6월부터 9월 사이는 주 2회로 탄력적으로 일몰 30분 전후에 연막 소독으로 진행한다. 보건의료원 방역기동반은 감염병 발생지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4월에는 고인물 유충방제와 하수구, 쓰레기 적치장 등 월동장소는 성충방제를 진행했다. 또 평창군 전역에 설치돼 있는 해충 포충기 21대를 정비·가동함으로써 주민들의 야간 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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