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우리금융그룹이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통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영업력을 최우선으로 우리은행장을 선임했다.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은 그룹의 기대 아래 영업력은 물론 경쟁력 강화, 불안전판매·횡령·불법 외화송금 등 내부통제, 신뢰 회복의 숙제를 떠안았다.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우리은행장으로
26일 우리금융그룹 자추위는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추전했다. 자추위는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방침에 따라 은행장 선임기준을 영업력에 최우선적으로 두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임기준에 따라 자추위는 조병규 은행장 후보가 경쟁력 있는 영업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그간 조 후보자는 2021년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을 거쳐 2014년 대기업심사부장, 2017년 강북영업본부장, 2022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 기업영업 부문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능력을 발휘해 왔다. 실제 조 후보자는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시에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2013년)와 2위(2014년)를 각각 수상하며 영업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혁신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시절 조 후보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공급망금융플랫폼(SCF) 구축에 나섰다. 그 결과 착수 반년 만에 공급망금융플랫폼을 완성해 금융권 최초로 ‘원비즈플라자’를 출시해내는 추진력을 보였다. 원비즈플라자는 은행이 상생금융과 동반성장을 구현한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중소기업 육성 분야에서도 조 후보자는 2022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및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한 공로로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자추위는 조 후보자가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 보고 있다.
임종룡 회장의 기업금융 시장 강화 기조와 맞아
앞서 임종룡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취임하면서 우리은행과 관련해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는 이번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선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임 회장은 새로운 기업문화의 혁신을 강조하고 회장 직속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직 안정화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협업 마인드가 기대를 모은다. 실제 우리은행장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던 외부전문가들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성향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라 평가했다. 이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안을 함께 도출하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온화하고 봉사하는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2018년 준법감시인에 선임돼 2년간 우리은행 준법감시체계를 확대 개편했고 2019년에는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센터로 승격하고 국내은행 최초로 고객바로알기(KYC)제도를 도입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지원부를 준법감시실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그룹장 직속의 준법감시팀을 신설하는 등 준법감시조직 개편도 주도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으로 인해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다시 은행장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당시 전신인 한빛은행으로 합병한 이후 상업은행 출신의 김진만 초대 행장에서 외부 출신의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행장에 이어 이종휘(한일), 이순우(상업), 이광구(상업), 손태승(한일), 권광석(상업), 이원덕(한일) 행장으로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으로 올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풀어야할 숙제
최종후보자로 추천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임종룡 회장님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내놨다. 임 회장에 이어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입을 모아 언급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중심에 무너진 내부통제를 손보고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연임을 자신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의 3연임이 무산될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제6차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펀드 설명 확인 의무와 설명서 교부 의무, 파생결합상품 판매과정 녹취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우리은행에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의 697억원 횡령 사고는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고로 각인됐다. 한 직원이 8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횡령할 동안 눈치조차 채지못한 우리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횡령 사고와 관련해 횡령 직원과 직속 부서장, 우리은행에 대한 징계를 결정해 금융위원회의 징계 확정을 앞둔 상태다.
특히 지난해 말 사기조직단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뒤 수천억 원을 불법으로 해외로 빼돌린 과정에 우리은행이 통로가 된 점도 충격으로 남았다. 당시 한 우리은행 지점장은 의심거래가 뜰 때마다 삭제하고 이를 피하는 방법을 사기조직단에 공유해 왔다. 현재 불법 외화송금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논의 중이다.
한편, 조병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는 오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우리금융그룹 자추위는 공석이 되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 대한 후보 추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