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인가?” 충격의 캐나다 산불, 3달째 '활활'
"지구 종말인가?” 충격의 캐나다 산불, 3달째 '활활'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6.10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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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뒤덮은 붉은 운무, “캐나다 산불 역대급 피해”
고압 송전선 폐쇄, 퀘벡 피해 커, 2만 명 이상 주민 대피
산불 잦은 캐나다에서도 사상 최악, 가뭄과 이상기후 원인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수요일, 전례 없는 잿빛으로 물든 뉴욕의 사진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뿌연 하늘에 가려졌고 자유의 여신상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운무에 덮혔다.

뉴욕, 대기질 비상으로 동물원까지 문 닫아

(사진/픽사베이)
뉴욕 맨하튼 시를 뒤덮은 짙은 매연. (사진/어스캠)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꺼지지 않는 가운데 산불로 인한 연기와 미세먼지가 미국전역에 영향을 준 것. 태나다 오타와 등 남동부 400여곳에 일어난 자연 산불로 인한 연기가 북서풍 바람을 타고 내려와 미 북동부를 뒤덮었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6일부터 연기에 뒤덮인 뉴욕시의 하늘은 7일 공기질지수(AQI)가 8배 더 치솟아 392를 기록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건강 비상 상태”가 일어났다며 “모든 것을 미루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돌보라”고 경고했다. 대기질이 악화되면서 거리에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다시 등장했고 피해 지역의 상당수 공립학교들은 야외 활동을 중단했다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공항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에서도 가시거리가 짧아져 지연운행이 이어졌고 뉴욕 일대 해변이 폐쇄됐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해밀턴>을 비롯해 <햄릿> 등의 공연도 배우들의 호흡기 질환을 이유로 취소됐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 야구, 농구, 축구 경기도 줄줄이 취소됐다. 뉴욕의 로체스터와 시러큐스의 동물원은 동물의 호흡기 질환을 우려해 아예 문을 닫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전화해 "파괴적이고 전례 없는 캐나다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CNN은 대기질 분석업체 IQair(아이큐에어)를 인용해 뉴욕시의 대기오염이 방글라데시 다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와 함께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 환경보호청은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앞으로도 며칠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9일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꺼지지 않는 한 미국은 당분간 산불 연기와 미세먼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진/픽사베이)
3달째 캐나다에서는 2,392건의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캐나다 원주민 6500명 이상, 2만명 이상 국민 대피

캐나다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힌 이번 캐나다의 산불 시즌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서부 앨버타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으로 동부까지 번졌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캐나다는 지금까지 2,39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 중 232건은 통제 불능인 상태다.

현재까지 캐나다는 지난해 산불 기간의 약 15배에 달하는 440만 헥타르가 불에 탔다. 대한민국 면적(1004만 헥타르) 40%가 넘는 땅이 한달 새 산불로 불탄 셈이다. 퀘벡주는 도로와 통신, 송전선 등 주요 기반 시설 대부분이 차단됐다. 원주민 6500명을 포함한 2만명 이상 주민이 대피했다.

토론토의 대기질 건강 지수는 ‘고위험’으로 간주되는 8단계와 9단계를 맴돌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북동부의 텀블러 리지는 약 2,500명의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특별기상공보를 통해 주민들에게 외출 시 N95 성능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소방관 약 520명이 불길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총리는 “군 병력 150명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 인력으로는 진압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캐나다는 현재 전 세계의 소방관들이 모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280명 이상의 소방관을 캐나다에 파견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 뉴질랜드도 산불 진화를 위한 인력을 파견했다.

(사진/픽사베이)
캐나다의 산불은 기후 변화의 직격타로 손꼽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적었던 눈, 역대급 가뭄이 원인

고온건조한 날씨의 캐나다에선 산불이 흔한 재해지만 올해 산불은 유난히 일찍 시작됐고 그 규모도 전례 없이 크다. 캐나다 정부를 비롯해 전세계의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기후 변화로 손꼽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내고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런 화재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일상과 생계, 대기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는 이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점점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기상이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너단 윌킨슨 천연자원부 장관도 “캐나다의 산불은 우리가 기후 변화의 직격타를 맞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로 소실되는 산림의 면적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는 올 해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 시즌을 보냈다. 지난 겨울 눈이 적게 내린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특히 현재 산불이 일어나고 있는 앨버타, 서스캐처원, 매니토바는 유독 가뭄이 심했다. 캐나다 가뭄 모니터(Canada Drought Monitor) 에 따르면 캐나다의 10개 주에서 비정상적인 건조 또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날씨 네트워크(The Weather Network) 기상학자인 마이클 카터(Michael Carter)에 따르면 노바스코샤의 주도인 핼리팩스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강수량이 평균의 약 3분의 1인 120mm에 그쳤다.

(사진/픽사베이)
위성으로 본 캐나다 산불 피해 상황

북유럽 노르웨이까지 간 산불 연기

끔찍한 산불의 배경에는 단순히 가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산림청의 연구 과학자 엘렌 휘트먼(Ellen Whitman)은 지난해 9월 캐나다 대서양을 강타한 허리케인 피오나로 인해 쓰러진 나무에 해충이 침입해 산불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가설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대학의 대기과학부 교수이자 학과장인 조엘 손튼(Joel Thornton)에 따르면, 온난화 된 지구가 뜨거운 열을 생성해 더 큰 화재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Natural Resources Canada)는 여름 동안 누나부트 준주를 제외한 모든 주와 테리토리에서 산불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올 여름에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기온이 더 상승하고 건조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기상 학자의 전망이다. 캐나다 정부는 다행히 주말에는 피난민 수가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비 소식이 전무해 산불을 쉽게 진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매캐한 연기는 대서양 너머 북유럽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는 캐나다 산불 연기가 지난 1일 이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상공으로 이동했으며 노르웨이 남부에서 관측한 결과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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