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워싱에 칼 빼든 유럽, 한국은 ‘솜방망이’?
그린 워싱에 칼 빼든 유럽, 한국은 ‘솜방망이’?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6.22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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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합, 녹색 클레임 지침 통해 그린 워싱 규제 강화
“‘친환경’, ‘재활용’같은 친환경적 문구는 과학적 입증해야”
선진적인 그린 워싱 법안 규제 중인 유럽과 미국, 韓은?

[한국뉴스투데이] 유럽이 그린 워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더욱 엄격히 규정하며 그린 워싱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법안 제정을 위한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유럽 연합이 그린 워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진/픽사베이)

2020년 불거진 그린 워싱 논란 대응

지난 3월 22일,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EC)는 그린워싱을 단속하고 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적 특성에 대해 고객을 오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녹색 클레임 지침(GCD)을 제안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0년 불거진 그린 워싱 논란에 대한 후속 작업의 일환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53%의 제품이 애매모호하거나, 거짓을 포함하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문구를 사용했다.

EU의 이러한 결정에 유럽에선 앞으로 제품에 ‘자연친화적’ 혹은 ‘100% 재활용’과 같은 친환경적인 문구를 넣을 경우 필수적으로 과학적 입증을 거쳐야 한다. 친환경적인 문구에는 레이블, 브랜드 이름, 회사 이름 또는 제품 이름을 포함한 모든 형식의 텍스트, 그림, 그래픽 또는 상징적 표현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해당 제품의 부정적인 환경 효과를 함께 기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 입증을 위해 EU가 수립한 제품환경발자국(Product Environmental Footprint) 기준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법안을 통해 제품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불공정한 상업적 관행으로 간주되는 주장, 다시 말해 그린 워싱을 골라내겠다는 입장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번 법안 채택은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환경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전념하는 기업에게 경쟁 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앞으로 유럽에서는 과학적으로 친환경 검증을 받아야만 문구를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환경적 문구 넣는 기업 광고 단속

이번 지침으로 유럽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제품 뿐만 아니라, 미국의 그린 워싱 억제 정책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시기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1992년에 처음 발표한 ‘그린 가이드(Green Guides)’를 개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결정 역시 비록 그린 가이드가 첫 발표 이후 1996년, 1998년 및 2012년에 개정되었지만, 그린 워싱 방지를 좀 더 견고히 하기 위함이다.

그린 가이드에는 친환경 주장, 탄소 상쇄, 신재생 에너지, 재활용 등 기업이 광고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적 주장에 대한 원칙 등이 담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린 가이드가 제정, 개정된 후 실제로 미국 내 그린워싱 관련 집단 소송에서 활용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그린 가이드 개정에 대한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목표는 최근 진행된 ‘그린워싱 소송’에서 자주 등장한 재활용·탄소 상쇄·친환경·넷제로·합성 가능·분해 가능·오존 친화·유기농 등의 환경 관련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저탄소, 넷제로를 비롯해 재활용 가능성, 지속가능성, 생분해 등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6만 가량의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픽사베이)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기 쉬웠던 일련의 법안들이 재정비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영국 20개 넘는 그린 워싱 적발, 현대차도 포함

이처럼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 용어에 대한 검증 수위를 높이며 그린 워싱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은 선구적으로 신규 법안을 내어 놓기로 했다. 지난 1월, 프랑스는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기업에 생산 과정 내 발생한 모든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영국 가디언 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곧 그린 워싱에 해당하는 광고를 시행한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부과할 예정이다. 개인은 최대 30만파운드(약 5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가디언은 영국의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도 이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친환경 문구 사용 법안은 단순히 소비재뿐 아니라 금융 상품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영국 금융행동청(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의 그린 워싱 단속 방안에는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성’이란 단어가 상품명이나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기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광고 표준 당국은 기후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를 하는 회사에 광고 변경이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는데 20개가 넘는 광고에 현대차그룹의 넥쏘도 포함됐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규제를 받은 회사들은 항공사·은행·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다양했으며 당국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를 속인다며 규제 대상을 발표했다. 금융행동청의 최고경영자 가이 파커는 “광고주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직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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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는 최근 그린워싱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그린 워싱 99.8%가 솜방망이 처벌

국내에서도 그린 워싱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스타벅스는 그린 워싱의 단골 사례로 오명을 쓴 지 오래고, 코카콜라와 H&M도 기후협약 후원과 친환경 의류 마케팅 등 그린 워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2020년 110건, 2021년 272건, 2022년 4558건으로 특히 지난해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환경부 역시 그린워싱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지만, 유럽이나 미국 같은 강도 높은 규정이 이루어 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10월 마련할 예정인 가이드라인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산업계 관계자와 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 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 작업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위 또한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심사지침 개정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당한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사 최근 3년간 발생한 그린워싱 가운데 99.8%가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만큼 솜방망이 처벌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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