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라이프’... 당신의 사랑과 삶의 옆모습
‘러브 라이프’... 당신의 사랑과 삶의 옆모습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7.1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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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도 못했다

가깝고도 먼 사이. <러브 라이프>의 부부는 그렇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나, 그 사랑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어라는 애절한 러브 라이프의 노랫말은 멀어지는 뱃고동 소리만큼 아득하다. 달그림자에 너울대는 당신의 뒷모습처럼 적적하다. 한여름 밤의 끝처럼, 부부의 사랑은 흔들린다.

'러브 라이프' 스틸컷, (왼쪽) 지로 역의 나가야마 켄토, 타에코 역의 키무라 후미노,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러브 라이프' 스틸컷, (왼쪽) 지로 역의 나가야마 켄토, 타에코 역의 키무라 후미노,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키 쇼 감독과 함께 일본 차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후카다 코지(1980년생) 감독의 국내 첫 개봉작인 <러브 라이프, 원제: LOVE LIFE>1991년 발매된 아키코 야노(Akiko Yano)의 동명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후카다 코지 감독은 20대 시절 야노 아키코의 노래 러브 라이프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후카다 코지 감독은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고독하게 살고 괜찮은 척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척한다. 우리가 눈을 감고 외면한 외로움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는가?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숙명처럼 내재한 근원적인 고독을 제대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에 모르는 척, 괜찮은 척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감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내재한 외로움의 무게를 어떻게든 가름해 보고 싶은 듯하다.

감독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야키코 야노의 노래 러브 라이프에서 어린 자식을 잃고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가히 영화적인 상상력이다. 노랫말에 옷을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으니, <러브 라이프>타에코(키무라 후미노)라는 한 여자가 우리 앞에 서 있다.

'러브 라이프'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러브 라이프'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결혼 1년 차 부부 지로(나가야마 켄토)와 타에코의 사랑은 아들 케이타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점점 틈이 벌어진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위태롭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달콤한 러브 라이프노랫말 같은 사랑은 없다!고 선언이라도 하듯, 영화는 감정의 허세와 허풍을 걷어 냈다.

아들을 데리고 재혼한 여자, 시아버지가 비아냥거리는 중고품이지만, 아이의 친부를 어쨌든 끝까지 보살피는 정 많은 여자, 타에코. 전남편으로 인해 벌어진 남편과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과연 그녀의 사랑과 삶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 걸까? 차마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지 못하는 남편과 점심을 먹기 위하여 집을 나선 부부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 뒷모습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시야가 멀어질수록 둘 사이의 간격도 좁아진 듯 보인 것은 부부가 화해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가 내재한 것일까. 아니면 나만의 착시일까?

'러브 라이프' 스틸컷, (왼쪽)박신지 역의 수나다 아톰, 타에코 역의 키무라 후미노,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러브 라이프' 스틸컷, (왼쪽)박신지 역의 수나다 아톰, 타에코 역의 키무라 후미노,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감독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틀보단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 고독과 단절의 질감에 관심을 두고 가족을 바라본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장애와 비장애 가족, 더 나아가 문화가 다른 일본과 한국의 가족까지도 아우르며또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박신지(수나다 아톰)의 캐릭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격정과 애증의 감정을 수화와 몸짓으로 교감하는 몸 언어가 경이롭고 아름답다아들을 잃은 슬픔을 잊지 말라는 전남편의 당부가 욱! 명치 끝에 꽂혔다. 슬픔을 잊지 말라니,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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