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서울시 지원 없이 개최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서울시 지원 없이 개최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7.2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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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하겠다?

아시아 최대, 국내 유일한 실험영화제인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일 저녁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2006년부터 17년간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온 EXiS(익스), 올해 단 한 푼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영화제를 진행한다. 서울개최영화제 보조금 지원사업에서 예외적으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하겠다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문화 정책이 무색하다. EXiS2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영상관 등에서 분산 개최된다.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개막식, 박동현 집행위원장 개막 선언 모습, EXiS 제공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개막식, 박동현 집행위원장 개막 선언 모습, EXiS 제공

2023 EXiS 개막식은 개막 공연과 개막선언 그리고 개막작 상영으로 진행됐다.

개막 공연은 2022Korean EXiS Award(국내 최고상)를 수상한 왕지은 작가와 사운드 아티스트인 장정우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시청각 노이즈 그룹의 오디오=비주얼 작품을 선보였다그들의 주요 작업은 비디오와 필름, 전자기 신호와 노이즈의 관계를 전도시키는 오디오=비주얼 작업이다. 영국의 사운드 아티스트 Ben Gwilliam의 작업을 따라 셀룰로이드 필름의 표면에 철가루를 입히고 수개월에 걸쳐 녹이 슬게 하여 필름을 전자기적 신호의 담지체로 만든다. 이렇게 제작한 마그네틱필름은 특유의 붉은 색 이미지를 산출하는데, 이를 아날로그 비디오카메라의 피드백 경로 안에 위치시키고 필름의 오디오 신호와 노이즈로 변조하면 필름도 비디오도 아닌 독창적인 창작물이 생성된다. 본 공연은 독특한 사운드와 화려한 영상으로 신선한 충격을 보여 줬다.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개막공연 장면, EXiS 제공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개막공연 장면, EXiS 제공

개막 공연에 이어 진행된 박동현 집행위원장의 개막선언은 침통했다. 앞에 나서서 긴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품인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어제는 사뭇 달랐다.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을까. 익스(EXiS)가 탄생하게 된 사연까지 들추며 말을 이어갔다.

실험영화인 세 명이 시작한 영화제가 올해로 20회가 됐다. 첫해에 갓난아이였던 아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오늘 객석에 앉아 있다. 감회가 새롭다라며 말문을 연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이어, 작심한 듯 준비해 온 성명서를 낭독했다. 아울러, ‘서울개최영화제 보조금 지원사업심사에 대한 EXiS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지원 탈락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국제적 위상과 가치를 쌓아온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안착한 EXiS의 존폐를 서울시의 자의적 판단과 방향 없는 문화 정책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반문화적, 반지성적 관료행정이 낳은 결과로 본다. 이는 단순히 영화제 한 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실험영화 생태계의 파괴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이미 국내외 영화제들과 문화예술단체들, 실험영화 작가와 교육자, 연구자들은 EXiS가 처한 상황을 심각한 문제로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앞으로 EXiS 행동에 지지와 동참 의사를 보내오고 있다. 우리(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는 이번 사태를 통해 EXiS의 정상 개최를 위한 대책 마련을 넘어, 영화제에 대한 정책과 지원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 만들어갈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라며 말을 맺었다.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개막작 '마거릿을 위한 반달'을 연출한 우테 오란드 감독의 소감 발표, EXiS 제공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개막작 '마거릿을 위한 반달'을 연출한 우테 오란드 감독의 소감 발표, EXiS 제공

무거운 개막선언에 이어 개막작 감독이자, 심사위원인 우테 오란드 감독이 단상에 올라 첫 한국 방문이라서 기쁘다. 그리고 경쟁부문에서 만나게 될 작품들을 생각하니 즐겁고 설렌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개막작으로 초청된 우테 오란드 감독의 <마거릿을 위한 반달(Half Moon For Margaret)>1995년에 제작된 15분짜리 다이어리 형식의 영화이다. 친구들, , 두 송이 튤립, 어린 시절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사람들, 아침 햇살 속 풍선 등의 미학적인 영상이 16mm 필름으로 상영됐다.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포스터, '서울'이 지워져 있다, EXiS 제공
제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포스터, '서울'을 지웠다, EXiS 제공

어째든 영화제는 축제다!

2023 EXiS는 경쟁부문, 기획부문, 회고전 등 세부적인 6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실험영화, 비디오 아트, 실험적 다큐멘터리 작품 등, 26개국 133편의 작품을 초청했다. 28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영상관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133편의 실험영화를 만날 수 있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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