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기술경영 재조명
【피플】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기술경영 재조명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3.3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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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신촌세브란스병원…영결식은 다음달 2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그룹 제공)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그룹 제공)

[한국뉴스투데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효성그룹을 35년간 이끌어 온 조 명예회장은 기술경영으로 효성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제 경제외교 활성화를 견인해 한국경제의 위상을 높였다. 경제계는 조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별을 기리며 일제히 애도에 들어갔다. 

지난 29일 조 명예회장이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난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7년 만이다. 

조 명예회장은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이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교수를 꿈꿨다.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한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이후 효성물산, 효성중공업을 거쳐 1982년 3월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 명예회장은 2017년까지 35년간 효성그룹을 이끌었다. 35년간 조 명예회장은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와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에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을 중시한 경영을 펼친 대표적인 기업가다.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고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또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와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해 고(故)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의 창업이념에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더해 기술 중심의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도 2011년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또한 1990년대부터 중국의 성장을 예의주시한 조 명예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가 효성그룹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사업을 중국과 베트남,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 시장을 넓혀왔다. 현지에 생산 공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성그룹은 2000년 이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고 2010년 이후에는 스판덱스 섬유 부문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조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와의 경제협력 강화에 기여한 조 명예회장은 한미 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고 민간 외교부문에서 한미FTA 체결에 큰 공헌을 했다. 또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기여하고 대일 무역 역조 해소, 한일간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한일경제공동체 추진 등 한국 경제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앞장섰다.

여기에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가정 양성 확립 등에 기여했다.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며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조 명예회장은 시대를 앞서가신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서 기업은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원천기술 개발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스판덱스 등 첨단 섬유의 원천기술 확보와 미래 산업의 쌀이라는 탄소섬유의 독자개발을 통해 기술 한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IMF 외환위기를 맞아 모두가 비용 절감에 매달리던 시절에 조 회장님은 ‘투자가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했다. 이러한 뚝심 경영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신소재 산업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며 “비록 회장님은 떠나셨지만, 그동안 뿌리신 미래의 씨앗은 한국경제의 번영과 발전이라는 거목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고인은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우리나라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 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며 “미국, 일본과의 민간외교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 한국경제의 지평을 넓히는데 이바지했다”고 애도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고인은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를 갓 넘긴 1970년대부터 민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첨단소재의 국산화를 이끌었다”라며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내다보신 고인의 혜안은 우리나라가 첨단 화학제품과 신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애도했다.

조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와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다음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맡았고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영결식은 다음달 2일 오전 8시 열린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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