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OCI그룹 통합 무산...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후폭풍
【심층분석】 OCI그룹 통합 무산...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4.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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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됐다. (사진/뉴시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등 모녀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가 승리했다.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상속세 재원 마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에서 불편해진 오너일가의 갈등 봉합과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 쇄신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창업주 타계 후 상속세 마련 고군분투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0년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화됐다. 임 회장 타계 이후 한미약품그룹은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해왔다. 송 회장은 장남인 임종윤, 장녀 임주현, 차남 임종훈 등 삼남매를 모두 한미약품 사장으로 올렸고 장남에게는 한미사이언스 사장도 맡겼다. 장녀에게는 글로벌 전략과 인적자원 개발(HRD) 업무를 맡겼다. 차남은 경영기획은 물론 한미헬스케어 사장도 맡았다.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오너일가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녀가 힘을 합치게 되고 형제가 모녀에 반격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타계한 임 회장은 송 회장과 임종윤 사장,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에게 1.5:1:1:1의 법정 상속 비율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9%를 남겼다. 상속 과정에서 약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됐고 이들은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5년 동안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문제는 송 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이 거의 없었던 송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2022년 한미약품그룹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와 401만3240주 규모의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은 주식을 매각한 뒤 기한 만료 시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올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한 계약이다.

지난해 5월에는 사모펀드(PEF)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송 회장, 임주현 사장의 보유 지분 중 일부인 11.78%를 3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라데팡스는 IMM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 등과 연합으로 자금 조달을 계획했지만 핵심 출자자를 맡기로 한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부실 논란으로 투자를 철회하자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모녀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 25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함께 OCI그룹과 통합 관련 등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5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함께 OCI그룹과 통합 관련 등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OCI 통합 추진에 두 형제 반발

지난 1월 12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와 그룹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와 OCI홀딩스 지분 10.4%를 맞교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계약이 잘 성사돼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보유주식 878만9671주 중 672만6408주를 OCI홀딩스에 양도해 받게 되는 약 2500억원은 모두 송 회장 몫의 상속세로 납부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송 회장은 OCI홀딩스에 팔고 남은 주식은 딸인 임주현 사장에게 몰아줬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6305를 출자해 OCI홀딩스 주식 229만1532주와 바꾸기로 계약했다. 이에 총 7703억원을 투입하는 OCI홀딩스는 계약 만료와 동시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할 예정이었다. 

모녀가 추진한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은 임종윤, 임종훈 사장 등 두 형제의 반발에 부딪혔다. 임종윤 전 사장은 양사의 통합 발표 직후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OCI그룹 통합과 관련해 사전 고지나 정보, 자료를 전달받은 것이 없다면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후 임종윤, 임종훈 사장은 양사의 통합 발표 5일 뒤인 1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반대하는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직결되는 그룹 통합 결정에서 배재됐다는 것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라는 뜻과 같다. 지난 3월 21일 임종윤, 임종훈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마련하고 “상속세가 회사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회사를 운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녀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상속세 마련을 위한 OCI와의 합병으로 67%의 주주가 무시당할 뻔했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 21일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뉴시스)
지난 3월 21일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뉴시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승리...통합 무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결정하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는 지난 28일 열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 추천한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이 통과됐다. 5명은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사외이사)이다. 이에 기존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 이사진에 5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9명이 됐다.

반면 통합을 추진한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추천 이사 6명 선임안은 부결됐다. 이후 통합 찬반 표결에서 모녀 측은 출석 의결권 수의 48% 찬성표를 받았고, 형제 측은 과반이 넘는 52% 내외 찬성표를 받아 통합이 무산됐다. 표결에는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약 3%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 사촌들이 형제를 지지하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소액주주와 일부 전직 한미 임원들 역시 형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는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통합 절차가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송 회장은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 없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은 무산됐지만 한미약품그룹의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뒤숭숭해진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OCI통합 과정에서 불편해진 가족과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숙제다.

특히 송 회장은 주총 직전 결단과 소회라는 자료에서 ”아들들이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며 아들들이 철이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이름으로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공식선언하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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