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이유 물가, 부동산PF, 환율 등 여전한 불안정성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
[한국뉴스투데이] 한국은행이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조정업이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로 1년 2개월 넘게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은은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아직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기준금리 유지...10연속 금리 동결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먼저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주요국 별 경기 상황과 물가 둔화 속도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의 경우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향후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고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성장경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결 이유는 물가, 부동산PF 등 여전한 불안정성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지난해 1월 이후 오늘까지 약 1년 2개월이 넘도록 3.50%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이토록 길게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물가는 물론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환율 등이 모두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3.1%, 3월에도 3.1%으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다만 금통위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도 나왔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 증가세 둔화와 기타대출 순상환 지속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적이다. 지난 10일 기준 전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1년 새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은행(46조1000억원), 보험(42조), 여신전문(25조8000억원), 저축은행(9조6000억원), 증권(7조8000억원), 상호금융(4조4000억원) 등이다.
환율은 17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2원 오른 1364.1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10일(1377.5원) 이후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5.189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늦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와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은 동반 약세를 달리고 있다.
금리 인하 하반기에도 불투명?
이날 금통위가 10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들은 지금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를 기대를 일축했다.
이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3.50%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1명은 공급 측 요인 불확실성에도 기조적인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3.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6개월 이후 금리에 대해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 정도까지 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유가가 다시 안정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반면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에서는 환율 등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우리 통화정책이 미국 통화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나 지금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고, 세계적으로 탈동조화되고 있다”면서 “한은도 반드시 미국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지난해보다는 커졌기 때문에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는 국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