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국내 관객에게도 통했다
‘한여름 밤의 꿈’...국내 관객에게도 통했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4.04.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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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이 국내 초연작인 벤자민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을 4월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바탕으로 영국의 작곡가 브리튼이 작곡한 영어 오페라로 1960년에 초연한 현대 오페라다. 다소 생소한 현대 오페라라 두려웠던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 국내 관객에게도 통했다. 비바 벤자민 브리튼!

오페라'한여름 밤의 꿈' 1막, (왼쪽) 티타니아 역의 이혜정,오베론 역의 제임스 랭,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1막 장면, (왼쪽) 티타니아 역의 이혜정,오베론 역의 제임스 랭, 국립오페라단 제공

브리튼의 <한여름 밤의 꿈>을 통해서 다양한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고자 기획한 국립오페라단의 기획은 고무적이고 성공적이다.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가 주류를 이뤘던 한국 오페라 공연에서 첫 영어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은 20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작곡가로 <한여름 밤의 꿈>은 1960년 6월 영국 알데버러 페스티벌에서 브리튼의 지휘로 초연됐다. 이후 여러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꾸준히 청중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다.

셰익스피어의 희곡한여름 밤의 꿈》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대본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본으로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과 피터 피어스(1910~1986)가 각색했다. 이야기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 또 다른 젊은 커플이 처음 본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마법의 꽃즙’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꿈에 비유하여 사랑의 의미를 유머와 재치로 모로 담은 판타스틱한 이야기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2막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2막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프로덕션은 볼프강 네겔레의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볼프강 네겔레은 요정의 왕 오베론과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를 오랜 세월 서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노부부로 설정했다. 부부가 만나자마자 언쟁을 벌이는 첫 장면의 배경은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신비로운 숲속이 아니라 침실과 주방이 붙어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주거 공간이다. 서로에게 미움과 분노가 쌓여있는 부부는 사소한 일로도 부딪히고 폭발하며, 인간의 이기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 준다.

귀에 익숙한 오페라 음악은 아니지만, 세밀한 연출의 감칠맛은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하는 마법의 꽃즙이다.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타악기와 금관, 하프와 하프시코드, 플루트 등의 악기의 아름다운은 음색을 정교하게 뽑아내며 마치 실크의 감촉 같은 감미로움을 선사한다. 섬세한 연출과 정교한 음악의 콜라보는 관객에게 꿈의 환상과 낭만의 세계로 안내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CBS소년소녀합창단의 연주는 기품 있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오베론을 맡은 제임스 랭의 연기와 기량은 무대를 압도했다. 이번이 한국 데뷔 무대인 제임스 랭은 <한여름 밤의 꿈>만 여덟 번째다. 영국에서 6번, 지난 1월엔 오만에서 그리고 한국에서의 공연이 끝나면 영국에서 9번째 무대에 선다. 가히 오베른 스페셜리스트답다.

랭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베론의 음역대는 대부분 카운터테너보다는 낮은 편”이라며, “이 작품이 애초 현대 카운터테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프레드 델러(19122~1979)의 목소리에 맞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랭은 “(초연 이후) 브리튼은 오베론 파트의 음역대를 높여 다시 작곡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을 이루기 전 세상을 떠났어요. 이 작품을 다시 썼다면 어땠을까도 싶어요. 여러 번 해봐 잘 아는 작품이긴 하나, 할 때마다 배울 점이 생기는 오페라예요. 작품을 만나는 과정이 길을 찾아가야 하는 하나의 여정 같아요.” 라며 오베른 역에 애정을 드러냈다.

11일 공연에서 랭은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유연한 연기를 펼쳤다.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작은 손짓에도 음악적 표정을 담은 연주가 돋보였다. 요정 여왕 역의 티타니아는 소프라노 이혜정이 맡았다. 가늘고 곧은 고음을 안정적으로 노래한 이혜정은 티타니아 역을 무리 없이 표현했다.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3막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3막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작품에 감초인 요정 퍽은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이 맡았다. 복제된 세 명이 같은 옷을 입고 악동 같은 장난기로 무대를 종횡무진 분주하게 움직이며 단조로운 무대 장치의 여백을 채워주며 3막 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지휘를 맡은 펠릭스 크리거는 기자 간담회에서 “브리튼은 이 작품에서 불협화음이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기법을 피해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하며,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14일 공연에는 카운터 테너 장정권(오베론), 소프라노 이혜지(티타니아)가 무대에 오른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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