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뉴스투데이]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통보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규제 3법이 줄줄이 발의된 가운데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금감원, MBK에 중징계 사전 통보
지난 21일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검사 과정에서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시점에 맞춰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조건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변경함으로 5826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 등을 포착했다.
상환전환우선주란 상환권과 전환권, 우선권을 가진 우선주로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을 말한다. 배당이나 잔여재산 분배에서 보통주보다 유리한 권리를 갖는데 상환의무가 회사에 있으면 부채로 인정되고 회사에 없을 때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전환권의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주가 상승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상환전환우선주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금융당국은 최초 계약 이후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권을 홈플러스가 갖도록 계약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실제 상환을 판단할 권한이 홈플러스로 넘어가면서 국민연금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상환받을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발행사인 홈플러스는 부채 비율이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문제삼자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우선주의 상환권 조건을 변경한 것은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을 방지하고,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운용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모펀드 GP에 중징계 사상 최초
그럼에도 금감원이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사에 대한 징계는 견책·문책경고-감봉-임원해임·직무정지-영업정지 순으로 경고와 감봉은 경징계로 분류된고 해임과 직무정지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영업정지는 가장 강력한 처분이다. 직무정지 징계가 확정되면 일정 기간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이번 제재는 사상 첫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GP에 중징계 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직무정지는 회계감사기준 및 독립성의무 위반 등으로 일부 공인회계사를 대상으로 직무정지 1년 등 징계가 내려진 사례가 있다. 또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등에게 직무정지(현재는 법원 판결로 효력이 중단된 상태)를 부과한 바 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금융사 임원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있다.
사모펀드의 GP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이번이 첫 사례가 된다. 사모펀드 GP는 업무집행사원, 운용사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재산 운용을 담당하며, 투자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핵심 운용 주체를 말한다. GP는 사모펀드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투자 집행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만약 투자가 실패하면 투자자와 함께 손실을 부담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GP는 437개사에 달한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GP 중 선두는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기준 한국 내에서만 연간 4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잡았다. 이런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인물은 김병주 회장으로 김 회장은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부자 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인수 등 대형 거래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으나, 투자기업 경영 방식과 책임 문제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GP에 대한 감독과 규제 움직임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GP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금감원은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모펀드(PEF) 부문에서 사회적 책임 이행과 장기 경영의무 강화를 위한 검사기준 차등 적용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GP 대상 연 5개 이상 검사를 실시하고, 레버리지 과도·내부통제 부재 등 구조적 리스크 요소를 중점 점검하는 등 금융위와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 규제 3법을 발의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마트노조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국민연금법, 상법 개정안이다등 사모펀드 규제 3법을 발의했다. 먼저 자본시장법은 249조의7(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방법 등)을 개정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부채 비율 한도를 현행 400%에서 200%로 바꾸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연금법 102조(기금의 관리 및 운용) 개정의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 규제가 핵심으로 국민연금 기금 관리·운용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투자대상의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상법은 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 개정을 통해 이사의 책임 대상에 노동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회사가 근로자의 이익을 골고루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한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GP 선정 시 투자기업 경영 방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준수, 손실 분담 등 책임경영 요소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ESG 경영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악행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은 인수한 기업을 매각해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하는 사모펀드 먹튀를 막기 위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