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수처법, ‘악법’인가 ‘검찰개혁’인가
[기획] 공수처법, ‘악법’인가 ‘검찰개혁’인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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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4+1협의체 합의 공수처법 상정 예고에 한국당, 필리버스터로 ‘맞불’
수정안 놓고....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권력보위처’ 될 수도 있다” 우려
檢, “공수처에 범죄 수사 착수 사실 통보는 중대한 독소조항” 크게 반발
여야 필리버스터 정국에 묻혀버린 민생법안... 연내 통과 될지 불투명해

여야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하고 묻히게 될 것이며 야당의 정적들을 탄압하는데 쓰일 것”이라는 성명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은 더이상 법안의 취지를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본회의 상정을 예고해 국회는 또다시 시계제로 상태가 됐다. 또한 검찰에서도 “공수처에 범죄 수사 착수 사실 통보는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공수처에 수사 착수보고를 둘러싸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공수처에 수사 착수보고를 둘러싸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여야 4+1협의체가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 합의에 성공하며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공수처법 수정안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못하게 되고 야당 탄압에만 이용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검찰개혁 법안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주장을 해 매우 유감"이라 말하며 서로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검찰에서도 수정안에 대해 “공수처에 범죄 수사 착수 사실 통보는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공수처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 공수처법 수정안 논란.... 쟁점은?

지난 23일, 여야 4+1협의체는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합의해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은 사실상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당은 즉각 반발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상정 때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안표결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대응전략을 고심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야 4+1협의체의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두고 “공수처가 ‘권력보위처’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공수처장을 임명한다는 것과 퇴직자까지 수사대상으로 하는 점이 소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아닌 ‘죽은 권력’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수처장 임명의 경우 수정안에는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후보 추천위가 2명을 후보로 올리지만 대통령이 결정하므로 복수 후보 추천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 인사위원회 또한 공수처장과 차장,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과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한 3명으로 구성해 총 7명을 발탁하는 것으로 돼있었지만 수정안에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이 제외되고 공수처장이 위촉한 전문가가 새로 추가됐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만큼 전문가를 공수처장이 위촉한다는 것이 사실상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냐는 대목이다.

대통령 간접개입의 경우 수정안에는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이 공수처 관련 직무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못하게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가는 상황이다.

조사 범위 또한 퇴직자까지로 정해놓은 것도 이러한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다.

현직뿐 아니라 전직 고위공직자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 또한 공수처가 전직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적폐청산’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보다 수사 단서가 많고 증거 수집도 더 쉬워 수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있는 ‘공수처 외의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검찰이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 검찰은 왜 반발하는가?

검찰은 그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우선순위로 다뤘을 뿐 공수처 설치법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4+1협의체의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공수처에 범죄 수사 착수 사실 통보’라는 조항이 삽입돼 있는 것을 보고받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격노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검찰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은 26일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찰청 측은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수사 시작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와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정안 속 구조상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므로 공수처에 수사통보를 하는 것은 수사 검열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정부여당에게 수사 정보가 새어 들어갈 가능성도 있어 수사 중립성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부터 보고하면 공수처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해서 유리한 것은 과잉 수사를, 불리한 것은 뭉개기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반대의 핵심은 ‘통보논란’이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로 인해 검찰 견제차원으로 포함했을 것”이라며 검찰이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렇듯 여야의 공수처법 수정안 싸움에 검찰이 끼어든 모양새가 되면서 민생법안 180여건은 연내 처리조차 불투명한 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공수처’가 불러온 끝장대치, 잠들어있는 민생법안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놓고 사실상 국회마비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생법안 180개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특히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포함해 민생법안 180개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더욱 불투명해졌다.

한국당은 민생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발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국회에 접수된 필리버스터 신청서는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앞서 23일부터 25일까지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실시해 본회의가 무산됐지만 임시국회 회기가 만료됨에 따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됐고,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같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고하지 못함에 따라 다음 본회의에선 지체 없이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80여건에 이르는 민생법안 처리 시일은 기약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먼저 본회의를 통과하면 민생법안이 한결 수월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후순위로 미뤄뒀지만 민생법안 선순위 처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라는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반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것은 아니나 본회의에서 실제로 하지만 않으면 자동적으로 법안에 대한 표결할 수 있다"면서 "민생법안은 표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한 이후 공수처 설치법안을 상정할 방침이며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면 새로운 임시국회를 소집해 30일에는 표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민생법안 처리는 20대 국회 마지막까지도 안개속인 상황이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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