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사람 보는 눈, 호가호위(狐假虎威)의 통찰력
리더의 사람 보는 눈, 호가호위(狐假虎威)의 통찰력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1.07.3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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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강한 척하는 여우 이야기, 호가호위(狐假虎威)
백제 의자왕은 사람 보는 눈이 어두워 부하 장군에게 체포, 항복을 강요받았다
▲패망의 기로에 선 의자왕이 많은 군사를 거느린 예식 장군의 겉모습보다, 충직한 젊은 장수 흑치상지에게 의지했다면 백제의 항전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영화 ‘황산벌 중에서)
▲패망의 기로에 선 의자왕이 많은 군사를 거느린 예식 장군의 겉모습보다, 충직한 젊은 장수 흑치상지에게 의지했다면 백제의 항전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영화 ‘황산벌 중에서)

1.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예식 장군의 배신

660718, 백제 웅진성.
其大將禰植 又將義慈來降 (기대장예식 우장의자래항)’
대장군 예식이 의자왕을 데리고 와서 항복했다.’ -출처:구당서(舊唐書)

백제의 의자왕은 수도인 사비성(현 부여)이 나당연합군에게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웅진성(현 공주)으로 도피했다. 당시 웅진성에는 46, 좌평 출신 가문의 예식 장군이 성주로 있었다. 그의 가문은 선대 무왕 때부터 왕실의 측근으로 활동해온 이력이 있었다.

의자왕은 예식 장군에게 의탁해서 지구전을 펼치며 지방군과 함께 사비성을 탈환할 계획이었다. 식량 조달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당나라군은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의자왕은 700년 백제 역사의 종말을 고하는 마지막 왕이 되고 말았다. 당시 웅진성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6, 중국 시안에서 발견된 예식진 묘지석<구당서>, <신당서>에 언급된 예식 장군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660718, 웅진성 성주 예식 장군은 의자왕을 체포, 나당연합군의 소정방에게 데리고 가서 항복했다.’로 정리할 수 있다.(이후 예식 장군은 당나라 금위군의 대장군이 됨)

무너져가는 백제의 장군으로서 개인의 영달이냐? 파멸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예식 장군은 결국 임금을 배신하고 개인의 영달을 선택했다.

당시 백제에는 29세의 흑치상지라는 장군이 있었다. 20세에 달솔 관직(계백 장군도 달솔이었음.)을 부친으로부터 승계받은 젊은 장수였다. 그는 백제 멸망 후 3년간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보루로 활동했다. 이후 당나라에 투항(의자왕의 아들 부여융의 설득과 당고종의 회유), 토번과 돌궐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당나라 장군 서열 12위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만약, 의자왕이 예식 장군을 선택하지 않고 흑치상지 장군에게 갔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젊고 충성심이 강한 흑치상지 장군이라면 끝까지 의자왕을 지키며 항전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의자왕은 사람 보는 눈이 어두운 리더였다. 웅진성의 전략적 위치와 지방군 숫자, 예식 장군의 명성 등 우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생각했다. 예식 장군이 배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결정적 판단을 간과한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중용하면 안 된다. ‘네가 그럴 줄 몰랐다.’라는 말은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없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처음부터 배신할 사람인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사람 보는 눈이 조직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2.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여우이야기, 호가호위(狐假虎威)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의 주범 김태우는 허세와 허풍으로 116억 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믿었던 것은 그의 실체가 아니라 그가 보여준 허세였다. 수억 원대의 벤틀리 차량, 고급 스포츠카, 유명인사와 찍은 사진, 고가의 선물, 수많은 직함이 찍혀있는 명함 등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허세와 허풍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은 대개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이루려고 한다. 이런 사람을 단박에 알아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한나라의 유향(劉向)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책인 <전국책>에 보면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일화가 있다.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게 된 여우가 이렇게 말했다.

나를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정하신 천제의 명이 있었다. 네가 지금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의 명을 어겨 천벌을 받을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당장 내 뒤를 따라와 보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단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가 여우를 따라갔는데,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사실 짐승들이 달아난 이유는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 때문이었다. 호랑이만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여우는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자신이 강한 동물인 척 허세를 부렸다. 힘 있는 자에게 빌붙어 자기 뜻을 이루려는 사람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사람 보는 눈이 어두운 사람은 사기도 잘 당한다. 겉으로 포장된 허세와 허풍에 속아서 쉽게 말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유명인과 친분이 있다고 하면 자신도 유명인의 반열에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인지도를 빌려 허세를 부리려고 한다. 자신이 허세를 부리는 만큼 타인의 허세에도 쉽게 잘 속는다.

반대로 사람 보는 눈이 밝은 사람은 상대방의 캐릭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한테 잘해주면 좋은 사람, 못 해주면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상대를 파악한다. 이런 사람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서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백제 의자왕이 호가호위(狐假虎威)의 통찰력으로 부하 장군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역사는 다시 쓰였을 것이다. 적어도 부하에게 배신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조직의 운명을 거머쥔 리더가 사람 보는 눈이 밝아야 하는 이유다. 당신은 어떤 눈을 가졌는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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