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영향, 식품 소비 프리미엄‧가성비 양분화
고물가 영향, 식품 소비 프리미엄‧가성비 양분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9.11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 음식 직접 하는 대신 호텔 명절 세트 구매
프리미엄 선물 수요 급증, 고가 한정판 상품 봇물
모양 등 상품성 떨어진 식재료, 고물가에 인기 상승

[한국뉴스투데이] 고물가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소비 패턴이 극과 극으로 양분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과 가성비를 앞세운 실속형 제품으로 수요가 몰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 7일 서울 25개 구의 시장 및 유통업체를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4인 가족 기준 평균 32만3,268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추석 1주일 전과 비교하면 8.5%나 오른 고물가 상황이지만, 이런 현상은 오히려 프리미엄 선물의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올해 추석 연휴 낮게는 30만 원대 호텔 명절 음식 세트부터 높게는 수천만 원대 위스키 세트까지 프리미엄 선물들이 인기를 끌었다.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고물가 현상 속에 고가의 프리미엄 식품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어느 때보다 극심한 고물가 현상 속에 고가의 프리미엄 식품 소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추석 음식 직접 하는 대신 호텔 명절 세트 구매
롯데호텔 월드의 딜라이트 박스 판매량은 지난 7일 기준 작년 추석 대비 약 190% 증가했다.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되는 딜라이트 박스는 갈비찜, 전복초, 대하구이, 육전, 녹두전, 유과 등의 음식을 3단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으로 가격은 30만 원이다.

롯데호텔 부산이 추석을 맞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 한식당 무궁화의 ‘차례상 세트’는 모두 완판됐다. ‘한우 갈비찜 세트’의 판매량도 작년 추석보다 120% 증가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의 한식당 봉래헌이 50개 한정으로 50만 원에 판매한 한가위 상차림도 빠르게 매진됐다.

더 플라자 호텔이 선보인 50만 원대 단일 구성(5~6인분)의 프리미엄 행복 패키지도 완판됐다.

행복 패키지 상품은 더 플라자 호텔과 전통음식 발전 협약을 맺은 전국 12개 명문 종가의 전통 방식으로 조리됐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서울 코엑스는 120만 원에 판매한 ‘셰프 차례상’이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식 전문 셰프가 준비한 이 차례상은 6인용 기준으로 굴비구이, 산적, 육전, 도미전, 나물 등 10가지의 차례 음식으로 구성했다. 서울·경기 지역에 한해 호텔 직원이 직접 집으로 배달해줬다.

◆프리미엄 선물 수요 급증, 고가 한정판 상품 봇물
롯데백화점은 프레스티지 No.9 명품 한우 기프트, 명품 영광 법성포 굴비 세트, 정관장 다보록 천람 등 프리미엄 선물 물량을 지난 설 대비 40% 늘렸다. 3,000만 원대 위스키 ‘달모어 40년’과 1,500만 원대 ‘5대 샤또 그레이트 빈티지 기프트’도 한정수량으로 판매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등 16개 점포에 14종의 프리미엄 쌀 선물세트를 내놨다. 액상형태로 만든 금을 활용해 쌀을 재배한 ‘현대쌀집 유기농 금쌀 세트(2kg)’와 손상 없이 도정된 완전립 비율이 95% 이상인 프리미엄 백미로 구성된 ‘현대쌀집 건강 밥상 세트(2.1kg)’ 등이다.

주류업체들도 희소가치를 지닌 제품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타입까지 다양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로얄살루트 21년 팰리스 패키지’를 추석 한정판으로 선보였으며 싱글몰트 위스키인 ‘더 글렌리벳 12년, 15년, 파운더스 리저브 선물세트’를 내놨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조니워커, 싱글톤 등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조니워커 블루 라벨 패키지를 추석 한정 제품으로 출시했으며 ‘조니워커 블랙’과 ‘조니워커 레드’ 패키지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도 내놨다.

골든블루는 골프브랜드 테일러메이드와 손잡고 위스키와 골프공 조합의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등 선물 세트를 구성했다.

◆모양 등 상품성 떨어진 식재료, 고물가에 인기 상승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앞세운 못난이 농산물의 수요도 늘어났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모양이나 크기 면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식재료들이 고물가와 가치소비 바람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마트에서 비정기 떨이 상품으로 파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아예 못난이 상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정기구독 상품도 나오고 있다.

못난이 식재료 활용은 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였다. 2015년 미국에서 창업한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는 기존 농산물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헝그리 하비스트, 미스피츠 마켓 등 주마다 현지 농산물을 유통·가공하는 스타트업과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2014년 슈퍼마켓 체인 앵테르마르셰가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슬로건과 함께 못난이 당근을 팔면서 ‘푸드 리퍼브’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국내에선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산지 출하량이 줄면서 채소류 가격이 치솟은 탓에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받고 있다.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채소류 가격은 전년 대비 25.9% 올랐다.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롯데마트가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생 과일’ 10여 종은 올해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올랐다. 위메프의 통계를 보면 최근 한 달(7월 10일∼8월 9일) 못난이 표고버섯(696%), 못난이 감자(120%), 낙과(43%), 냉동 채소믹스(27%)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