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고독한 노년, 70대이상 男 극단 선택 최대
[투데이진단] 고독한 노년, 70대이상 男 극단 선택 최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3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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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男, 10만명 중 81.8명 극단적 선택
실업률-자살률 비례, 노년층은 건강 비관 많아
노년층 극단적 선택, AI 로봇으로 해결 효과有

[한국뉴스투데이] 식물의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피고 진다. 화사하게 피어나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 중 일부는 모진 바람이나 빗방울에 상처를 입고 시들어 열매를 맺을 만큼 영글기 전에 시들기도 한다. 2023년 봄, 또 한 송이의 꽃이 졌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강남에서는 닷새 사이 세 명의 10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소년뿐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연령은 10대와 20대 그리고 노년층이다.<편집자 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 등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제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 뉴시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 등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제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 뉴시스)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노년층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국민 살의 질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이상 남자 노인은 10만 명당 81.8명이다.

10년 새 무슨 일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가장 높다. 주요 국가의 자살률이 하향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줄지 않고 있다는 데서 더 문제가 심각한데, 이 이유 중 하나는 노년층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망자 수는 70대 이상 남성이 81.8명(10만명 당)으로 가장 많은데 이는 60대 남성이 44.3명인 것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다.

우리나라 노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전에도 연령과 비례해 늘었다. 지난 21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공주대 보건행정학과 임달오 교수가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20여년 전(1997∼1999년)과 최근(2017∼2019년)의 성별·나이별 자살 추세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남성 자살 사망자 수는 1997∼1999년 65세 이상(59.5명), 40∼64세(37.6명), 10∼39세(17.6명)에서 2017∼2019년엔 65세 이상(79.2명), 40∼64세(47.2명), 10∼39세(21.8명)로 각각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여성 자살 사망자 수도 1997∼1999년 65세 이상(22.0명), 40∼64세(10.4명), 10∼39세(9.1명)에서 2017∼2019년 65세 이상(24.1명), 40∼64세(15.6명), 10∼39세(13.1명)로 각각 늘어났다.

최근에는 남자 노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 나이대별 자살 사망자 수(100명 표본추출)를 보면 남성의 경우 1997∼1999년에는 40∼64세(44명)가 가장 많았고, 10∼39세(43.4명), 65세 이상(12.6명) 순이었다. 2017∼2019년에도 40∼64세(50.8명)가 가장 많았지만, 65세 이상(26.3명), 10∼39세(22.9명)가 뒤따랐다. 최근 들어 남성 노인의 자살 사망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건강 그리고 빈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은 대체로 삶의 만족도와 관계가 있다. 삶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우울증과 연관되어 부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층의 극단적 선택은 실업 등으로 인한 경제적 원인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임 교수는 ”8개 국가 중 6개 국가에서 실업과 자살률이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본의 자살 사망률은 미국보다 높은데 중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의 양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이와 다르다. 노년층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요인과 더불어 노년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96%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처럼 악화된 건강상태는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며,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독거노인 2552명을 대상으로 한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의 ‘성별에 따른 독거노인의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자살 특성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생활 사건과 외부환경으로 인해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와 정서적 갈등을 겪게 되며, 이와 같은 부정적 상황에 대한 도피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다.

노년층은 은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의 죽음, 건강 상태가 저하되는 등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으며,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에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 우울감은 건강 상태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한 노년기 여성의 우울감이 남성보다 높았지만,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경우는 남성이 각각 13.8%, 2.3%로 여성(8.7%, 1.2%)보다 높게 나타났다. 노년기, 남자 독거노인의 건강상태가 극단적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년이 외롭지 않게 가족은 물론, 사회가 함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뉴시스)
▲노년이 외롭지 않게 가족은 물론, 사회가 함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뉴시스)

혼자가 아니야

노년층 특히 독거노인의 우울감은 외로움에 기인한다. 경제적 빈곤, 건강 악화로 인한 신체 활동 제약 등이 노년층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인데 이는 결국, 타인의 손길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우울감은 사회적 지원체계의 지속적인 관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의 수면과 식습관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진은 건강 상태로 인한 우울감이 노인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들어 “건강이 낮은 수준의 노인을 타겟팅하여 우울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대상이 된 노인의 건강 수준 및 습관을 파악하고 AI 스피커, AI 반려 로봇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독거노인의 건강습관을 개선하고 운동, 영양관리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개선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용인시청에 따르면, 실제로 2021년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돌봄 AI 서비스로 노인들의 평균 걸음 수가 1000보 이상 증가하였고, 오후 10시 이후에 야식을 섭취하는 횟수가 35% 줄어드는 등 생활패턴이 크게 개선되었고, 퀴즈나 음악감상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정신건강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노인에게 돌봄의 손길을 통해 외로움을 감소시켜 우울감을 해결한 사례는 또 있다. 전라남도의 ‘효돌이’다. ‘효돌이’는 전남지역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1360명에게 올해 초 보급된 반려로봇이다. 노인돌봄은 각 가정을 넘어 사회적 과제이지만 청년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 역시 이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효돌이’는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노인의 돌봄을 실천하고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효돌이’는 남자와 여자 어린이의 모습을 갖춘 인형 타입, 스마트패드 타입, 두 가지 타입이 통합된 통합형 모델까지 총 3종으로 보급된다. 단계별로 솔루션 실증을 통한 데이터 및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고도화에 반영되도록 진행된다. 1단계 기본형은 어린아이 모습의 인형로봇으로 어르신에게 매일 두 번씩 기분을 물어보고 대답을 녹음해 텍스트로 변환 후, 인공지능 분석 그래프 형태로 모니터링하게 된다. 기상‧취침‧식사‧약 복용 등 일과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 규칙적인 생활에도 도움을 주고, 주기적으로 말을 걸어 외로움을 덜어준다.

2단계 패드형 로봇은 큰 화면과 편리한 메뉴 제공으로 어르신의 정보화기기 사용 불안감을 해소해준다. 맞춤형 교육 및 돌봄 솔루션을 제공한다. 학습지 활용으로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유튜브 시청이 가능해 무료함을 달래준다. 3단계 통합형 로봇은 어르신 맞춤 대화 챗봇이 탑재돼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다. 카메라가 연동돼 대화 중에 어르신의 행동 및 감정을 인식하고, 분석해 적정 코치를 지원한다.

로봇의 돌봄활동은 다시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효돌이’는 앱을 통해 일상관리, 응급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보호자와 생활지원사 등 스마트폰에 연계해 어르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또한 인체 감지센서가 내장돼 특정 시간 동안 사용자의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으면 안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호자에게 알려주고, 약 복용 여부 및 식사 확인 역시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남도가 현재 추진하는 실증사업은 맞춤형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 중 고독사 및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높은 만 65세 이상 우울‧은둔형 노인 26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려로봇 ‘효돌이’ 실증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성장동력 실증 기획 지원사업’ 수요기관으로 참여, 전남노인맞춤돌봄광역지원기관을 통해 추진했다. 실제 기본형의 경우 3개월 사용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우울‧자살‧고립감 척도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고, 인지기능 호전이 관찰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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