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위태로운 1020, 극단적 선택 잇달아
[투데이진단] 위태로운 1020, 극단적 선택 잇달아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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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극단적 선택 증가, OECD 국가 중 최상위 
10대 청소년 우울증 늘어, 쉬쉬하면 해결 안 돼
SNS·OTT 등 디지털 플랫폼 모니터링 강화 해야

[한국뉴스투데이] 식물의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피고 진다. 화사하게 피어나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 중 일부는 모진 바람이나 빗방울에 상처를 입고 시들어 열매를 맺을 만큼 영글기 전에 시들기도 한다. 2023년 봄, 또 한 송이의 꽃이 졌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강남에서는 닷새 사이 세 명의 10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소년뿐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연령은 10대와 20대 그리고 노년층이다.<편집자 주>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과 사회가 성장할 동력이 될 청년층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 27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제22회 라이프콘서트 '사람을 살리는 나라' 행사 참석자들이 보신각 일대에서 자살예방 피켓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사진/ 뉴시스)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과 사회가 성장할 동력이 될 청년층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 27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제22회 라이프콘서트 '사람을 살리는 나라' 행사 참석자들이 보신각 일대에서 자살예방 피켓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사진/ 뉴시스)

닷새 동안 3명. 최근 서울 강남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10대 청소년의 수다. 10대뿐만이 아니다. 성폭행 친부의 낮은 형량에 절망한 20대 딸, 전세사기 피해자,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30대 워킹맘 등 청년층이 각기 다른 고통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줄지 않는 극단적 선택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극단적 선택이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국민 살의 질 보고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자살자수는 13,35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6.0명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인구 10만 명당 0.3명이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에서 2020년보다 증가했다. 특히 20~29세는 2020년 21.7명에서 2021년 23.5명으로, 20대는 16.4명에서 23.5명으로, 10대는 4.7명에서 7.1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 한국의 자살률은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2019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25.4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리투아니아가 22.2명으로 높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의 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OECD 국가의 자살률은 대부분 감소추세이며, 2001년에 자살률이 높았던 국가인 라트비아, 헝가리, 에스토니아, 핀란드, 일본 등의 국가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는 15명 미만의 자살률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은 ‘사회적 고통지수’로 분류되며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회의 정신건강이 위기에 처한 신호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과 사회가 성장할 동력이 될 청년층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코로나블루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자살이 삶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삶의 만족도와 자살률은 서로 관계가 있다. 자살은 우울증과 연관되어 개인의 정신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이 높다. 자살률은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사회통합의 정도를 보여주며, 특히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나 불안정성이 증가했을 때 자살률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21년 10대 청소년의 극단선택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7.1명으로 2019년(5.9명)보다 20.3% 늘어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가 전체의 10.1%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사망 이유 1위는 극단적 선택이었다.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불안한 시기를 지나면서 우울증을 겪게 된, ‘코로나블루’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10대를 포함 전체 연령대가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끼는 원인 1위는 신체 및 정신적 질환, 우울감(35.4%)이었다. 2020년 상반기부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23학번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한 학기 동안 교복을 입어보지 못하고 집에서 비대면으로 학교 수업을 들어야 했다.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소속감은 읽고 고립감을 강하게 느끼게 된 청소년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사회적으로 ‘코로나블루’(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가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 또한 위태로워졌다. 그 결과,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0대 청소년 우울증 진료환자는 5만7,587명으로 4년 전 3만273명보다 90.2% 증가했다.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증을 겪는 본인이 미성숙한 10대인 이유로 인지하기가 어렵고, 인지했다하더라도 현행법상 부모나 학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검진을 받기도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청소년의 우울증을 사전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에 대한 부모와 학교의 인식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 건강검진이 시행된다. 이 검진은 주로 '신체 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어 정신건강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10대 정신건강 검사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울증 진료를 받은 청소년의 수가 4년 전과 대비해 90%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우울증은 일부 청소년의 문제로 생각할 수 없다. 일부 부모나 학교에서는 청소년 스스로 우울감으로 인한 문제를 호소해도 청소년기에 겪는 일시적 불안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개선하고 청소년의 정기적인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의 우울증을 사전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에 대한 부모와 학교의 인식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청소년의 우울증을 사전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에 대한 부모와 학교의 인식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진/ 픽사베이)

손을 잡아 주세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앞서 확인한 통계자료에서처럼 우울감, 고립감 등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였던 고(故) 문빈은 사망 전 팬들과의 라이브에서 “힘들었다”고 고백하면서 본인의 정신적 어려움을 내비친 바 있다. 해외투어 공연이 한창이었고, 늘 밝은 태도의 그였기에 그가 보낸 불안의 신호가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간(2015~2021)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 자살사망자의 94%는 극단적 선택 전 주변에 신호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들은 극단적 선택 전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주변 정리, 수면 상태 변화 등 언어·행동·정서적 변화를 보였다. 자살사망자 394명 중 50.3%(198명)는 사망 전 3개월 이내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줄어들지 않는 자살률은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이에 10년 주기인 정신건강 검진을 2025년부터 2년 주기로 단축하고 전국 시도에 '생명존중 안심마을'을 조성하는 등 대책을 펴기로 했다. 자살유발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살자의 유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어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2021년 26.0명에서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겠다는 목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4차 기본계획에서도 자살률을 2017년 24.3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결국 자살률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자살률 감소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자살률이 30% 감소하더라도 여전히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며 "튼튼한 생명안전망을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해 자살률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감시 레이더가 필요한 때
극단적 선택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건이 되는 일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중 한 명은 본인의 SNS로 과정을 생중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학생은 평소 활동하던 '우울증 갤러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함께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읽고, 글을 쓴 남성과 1시간가량 함께 있다가 헤어진 뒤 홀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CCTV를 토대로 이 학생이 혼자 빌딩에 올라간 사실을 확인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다른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우울증 갤러리’에서 일부 남성 이용자들이 미성년자 여성을 상대로 성 착취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1년 기준 연간 자살사망자는 1만3352명으로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26.0명이었다. 이는 OECD 평균자살율 10만명당 11.1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가까이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래픽/ 뉴시스=전진우 기자)
▲지난 2월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1년 기준 연간 자살사망자는 1만3352명으로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26.0명이었다. 이는 OECD 평균자살율 10만명당 11.1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가까이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래픽/ 뉴시스=전진우 기자)

SNS, OTT 등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보들이 쏟아지는 것도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가 지난 21일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특위위원장 한지아, 이하 특위)' 제9차 회의를 열고 이른바 '자살 관련 콘텐츠'에 대한 쟁점과 개선방안을 집중논의했다.

특위는 최근 새로운 플랫폼(SNS·OTT 등)을 통해 자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들이 급증가하고 있음에도 모니터링 및 시정 요구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를 파악하고, 시정 요구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는 현실적인 규제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위는 구체적으로 ▲유튜브·OTT·SNS·숏폼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기준을 강화하고 ▲영상물 등급분류 기준에 '자살·자해'를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는 한편 ▲인터넷 콘텐츠 상의 자살 관련 유해 정보의 심의·차단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AI봇 개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자살사별자모임 및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한지아 특위 위원장은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으며, 우리 모두의 관심이 매년 1만3000명을 살릴 수 있고, 우리 가족 및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회의 올해 주요 키워드를 '청년 및 사회적 약자'로 정한만큼, 특위는 최근 청소년 자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살과 관련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통합의 관점에서 ▲민·관 ▲자살 유족 ▲관련 전문가들이 합심해 논의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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