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D-150] 수험생에게 ‘킬러’ 없는 수능이란
[수능D-150] 수험생에게 ‘킬러’ 없는 수능이란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6.2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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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평’ 국어·수학, ‘킬러’ 지적에 의견 분분
EBS 연계 구조 이해해야 VS 고등 수준 아냐
킬러 없는 ‘물수능’? “쉬운 시험 기대는 금물” 

[한국뉴스투데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오는 11월 16일에 치러진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중등교육과정의 마무리 시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능 시험일에는 사회의 모든 시선과 에너지가 수능 시험을 무사히 치르는 것에 집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을 채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킬러문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계, 교육계를 넘어 온 나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킬러문항’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뜨거운 감자인지, 논란의 현주소와 쟁점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교육부가 추린 '킬러문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교육부가 추린 '킬러문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능에서 ‘킬러’가 사라진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발언의 여파로 올해 수능에서 소위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수능이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발표에 올해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초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킬러’ 소개 예고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지시와 관련해 26일 구체적 예시를 공개한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 실시된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수학·영어영역 중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초고난도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 퇴출 대상인 ‘킬러 문항’의 예시를 공개한다는 의미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될 전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오는 26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때 (킬러 문항의) 구체적 사례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알렸다. 이 부총리는 “실제 킬러 문항 사례를 접해본 분들은 정말 분노하신다”며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에서 전혀 다루지 못한 내용, 교수도 못 풀 정도로 배배 꼬아서 낸 문항을 (출제할 수) 있는지 정말 공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킬러 문항 발표’와 관련하여 앞서 ‘불수능’ 소송을 진행했던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지난 6월 모의평가의 ‘킬러 문항’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시험의 수학 영역 문제를 분석하였으며, ‘킬러 문항’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 과정을 벗어난 수능 문제를 분석해 발표하고 있는데,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선 46문항 중 8문항이 고교 과정을 벗어났다고 봤다. 그러나 교육부와 수능평가원은 “고교 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집해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26일 교육부가 발표하는 ‘킬러 문항’ 예시를 통해 올해 수능이 어떤 방향으로 출제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명 중 2명
‘킬러 문항’이란, 응시자가 풀기 어려워 점수(또는 정신)을 ‘KILL(죽이다)’한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시험 문제를 구성하는 문제는 난이도로 분류할 때, 상당수 학생들이 풀이에 ‘도전’또는 ‘성공’이 가능한 중난도·고난도보다 더 어려운 초고난도 문제로, 통상 객관식 문제 기준 정답률 20% 이하에 속하는 문항이다. 5지 선다로 구성되는 문제이므로 ‘찍어도’ 확보되는 정답률이 20%라는 점에서 세워진 기준이다. ‘킬러 문항’은 과목당 적게는 1개에서 최대는 4개 수준으로 구성되며,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나 고등 수준 이상의 지식을 요구하는 지문의 해석이 요구돼 ‘일반 공교육만으로는 대비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교육계에선 우선 대학 전공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문항들은 빠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문제는 국어 영역에서 과학, 경제 등 다양한 지문을 제시하는 독서(비문학) 문제에서 자주 지적을 받아왔다. 관련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은 지난 2018년 치러진 2019년학년도 수능에서 처음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국어 영역 31번이었다. 만유인력에 관한 <보기> 내용을 참고하여 풀어내는 외적준거 유형으로, 지문 역시 동서양 우주론이어서 난이도가 상당해 정답률이 18.3%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난이도와 별개로 사전에 물리학 배경지식이 있으면 지문을 읽지 않아도 풀 수 있어 수험생의 선행 학습 정도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주관식 문제가 포함된 수학 영역의 경우에는 초고난도 문제의 정답률이 10% 이하인 경우도 상당하다. 또한 ’킬러 문항‘을 풀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킬러 문항‘을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머지 문제 모두를 푸는 시간보다 오래 걸린다는 푸념도 상당하다. 객관식 문제가 아닌 탓에 중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 상당수는 풀이를 시도도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하는, 말 그대로 ’킬러‘다.

EBS를 아시나요
최근 ’킬러 문항‘이 포함되었다며 문제가 된 6월 모의평가(전국연합학력평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역은 국어와 수학이다. 학원가와 수험생들은 국어 영역의 경우에는 통상 ’킬러 문항‘의 정답률 기준이 되는 20% 이하로 확인된 문항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EBS 인터넷 강의 사이트인 EBSi에서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등록한 수험생 9만1,000여명의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에서는 14번의 정답률이 36.4%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제는 로렌즈의 확장 인지 이론과 주체와 대상의 확정 과정이 지각을 통한 것이라는 내용의 지문을 독해한 후 풀이하는 12~17번 문항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정답률이 낮았던 33번은 문학 지문으로 조지훈의 ’맹세‘와 오규원의 ’봄‘이라는 현대시가 지문으로 제시됐다. 정답률은 36.8%로 나타났다.

이 두 문항은 지문의 독해 난이도가 상당해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정답률로 확인된 바와 같이 이전에 치러진 수능 등의 ’킬러 문항‘이라 불렸던 초고난도 문제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지문이 EBS 연계교재에 등장했던 점을 들어 체감난이도는 ’킬러 문항‘ 수준이라고 해석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해석이다. 14번은 지문의 길이가 상당하지만 올해 EBS ’수능 특강‘에 나온 지문이 활용됐다. 33번의 현대시 ’맹세‘ 역시 EBS ’수능 특강‘에 지문으로 수록된 작품이었다. 세 번째로 낮은 정답률인 40.2%를 보인 9번 문제의 과학 지문도 마찬가지다.

수학 영역에서 지적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저 정답률의 문제도 예년에 비해서는 체감 난이도가 낮을 것으로 짐작 가능하다. 수학 영역은 주관식 문제가 있는 이유로 ’킬러 문항‘의 정답률이 1%로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한데, 이번 수학 영역의 22번의 정답률이 2.9%로 가장 낮았고, 주관식 21번이 10%로 뒤를 이었다. 수학 영역의 최저 정답률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의 난이도보다는 문제의 유형이 낯선 형태여서 수험생이 당황하여 풀이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22번의 경우에는 예년 초고난도에 비해 평이한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그 해 치르는 2011학년도 수능에서 EBS와의 연계율을 70%로 높이겠다고 발효한 바 있다. 현재 EBS 연계율은 50%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 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통해 기존과 동일하게 연계율을 5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선언 이후 처음 치르는 9월 모의평가 역시 EBS 연계율이 50%로 유지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수능’ 절대 아냐
정부 방침에 따라 ‘킬러 문항’이 배제되면 전년 대비 평이한 난이도의 시험이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소위 ‘물수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평이한 시험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앞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할 당시 “공정한 수능은 쉬운 수능·어려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는 배제하면서도 적정 난이도로 시험의 변별도는 갖춘 수능”이라고 못 박았다.

‘킬러 문항’이 없는 시험이 쉬운 시험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 부총리는 “‘킬러문항’을 과감하게 제거한다는 방향이 소위 말하는 ‘물수능’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학부모님들 안심하시라’라고 말씀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계 역시 체감난이도 하락 정도에 대해서는 기대 수준 이하 또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면, 그 문항의 자리를 대신할 문항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결국 고난도 문항이나 낯선 유형 등이 대체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난이도 조절도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학력 저하 추세로 짐작할 때, 문제를 푸는 수험생 집단의 학력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도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킬러 문항을 없앴는데 수능 고득점자가 다수 나오고 한 문제 실수해서 등급이 바뀌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상당한 원성을 들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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