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D-150] ‘킬러문항’이 불러온 나비효과
[수능D-150] ‘킬러문항’이 불러온 나비효과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6.25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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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5개월 앞두고 충격파, “‘킬러문항’ 배제하라” 
‘일타’ 독점 구조부터 학원가 풍토까지 도마 위로  
‘공교육정상화법’ 다시 수면 위로, 내달 초 재논의 

[한국뉴스투데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오는 11월 16일에 치러진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중등교육과정의 마무리 시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능 시험일에는 사회의 모든 시선과 에너지가 수능 시험을 무사히 치르는 것에 집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을 채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킬러문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계, 교육계를 넘어 온 나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킬러문항’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뜨거운 감자인지, 논란의 현주소와 쟁점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수능이 갈 길을 잃었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발언이 쏘아 올린 논란에 학원가, 교육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재빠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을 치러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초유의 ‘사퇴’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지난 1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만에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의 수장이 공석이 됐다. 이 원장은 이날 평가원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며 "오랜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해당 보도자료에서 이 원장의 사임 사유와 이후 수능 시행 준비 계획을 전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평가원은 원장 사임 사유에 대해서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평가원은 수능 출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2024학년도 수능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평가원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이 원장을 포함한 12명의 평가원장 중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경우는 네 차례 뿐이다. 그간 중도 사퇴한 평가원장은 모두 수능 출제 오류의 책임을 지고 수능 시행 이후 물러났다. 수능이 아닌 모의평가 결과로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를 지적하며 '공정 수능'을 지시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 경질됐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출제 논란을 언급하며 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수험생 혼란, 책임은 누가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발언에 대해서 학원가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능을 얼마 두지 않은 시점에 구체적 계획이 없이 전해진 소식이 수험생의 혼란을 불러온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수능 출제 경향 변화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원가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안내하는 설명회가 급히 열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수능 수학영역 인기 강사인 현우진은 본인의 SNS를 통해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역사 영역 강사 이다지 역시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치는 수능’과 관련하여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 미지수“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교육 정조준
정부가 ‘킬러문항’에 배제를 들고 나온 최종 종착지는 사교육 경감이다. 정치계에서는 수능 킬러문항의 등장 원인과 그 수혜 대상으로 대형 사교육 업체, 인기 강사들을 겨냥하여 비난하기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일타강사’라 불리는 각 교과 영역의 인기 강사들의 연수입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재의 논란이 일부 인기 강사의 고소득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정부는 이번 ‘킬러문항’ 논란과 더불어 떠오른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강경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지시 발언 1주 뒤인 22일부터 온라인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수능 출제위원의 학원 운영 등 관련 의심 사례를 신고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주간 사교육 집중 신고 기간 운영과 관련한 것이다. 정부는 내달 6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일선 시도교육청,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이 협력하여 신고 사안에 대한 엄중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단속대상은 최근 지적된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광고한 사설 모의고사 제작업체와 관계자, 이를 유통 및 판매한 대형 입시학원들뿐만 아니라 고액 사교육을 조장하는 허위과장 광고, 정해진 금액을 초과한 과다 교습비 징수행위, 별도 교재비 청구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는 학원을 차릴 때 교육감에게 '교습비등'을 신고하게 돼 있다. 이는 수강료와 기타경비를 합한 것으로, 기타경비는 모의고사, 재료, 피복, 급식, 기숙사, 차량 총 6가지 내역의 비용으로 규정돼 있다. 때문에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교재를 판매할 때에는 학원과 별도 시설에 서점업으로 신고한 후 판매해야 하므로 다수 대형학원들은 출판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원가 단속은 통상 교육지원청의 학원팀 공무원이 신고 된 학원을 방문해 이뤄진다. 예컨대 교습비 위반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2명의 담당자가 학원을 방문하고 위법한 사안은 행정처분을 정할 수 있다. 처분 수위는 현행법에 따라 등록말소부터 1년 이내 교습과정의 전부나 일부를 정지하는 게 가능하다. 

▲교육부가 지난 22일부터 수능 '킬러문항', 허위·과장 광고 등 대입 학원의 부조리를 겨냥한 집중 신고기간을 2주 간 운영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과장 광고"를 겨냥해 신고를 받는다고 표현했다. 접수 사안에 대해서는 일선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교육부가 지난 22일부터 수능 '킬러문항', 허위·과장 광고 등 대입 학원의 부조리를 겨냥한 집중 신고기간을 2주 간 운영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과장 광고"를 겨냥해 신고를 받는다고 표현했다. 접수 사안에 대해서는 일선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2년 만에 부활
관련 법안 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지난 23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킬러문항 방지법'을 7월 초 재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개정안에 반대했던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입장을 선회하며, 강 의원에게 사과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교육위 소위에 참석한 장 차관은 킬러문항 방지법으로 불리는 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공교육정상화법)과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강 의원에게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직접 사과했다. 강 의원이 지난 2021년 9월 대표발의한 공교육정상화법은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해당 연도와 이후 시험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면 교육부 장관 또는 교육감이 과태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강민정 의원은 지난해에도 ‘킬러문항’과 관련하여 교육 당국 규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함께 했다. 이 단체는 2019학년도 수능을 치른 학생과 그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해 지난 2019년 2월 소위 ‘불수능’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선행교육규제법이 학교의 선행교육 문제에 대해서만 금지했을 뿐, 국가가 진행하는 수능에 대해서는 특별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이 단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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