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의 습격】 생산 수출 차질로 식량 위기 고조
【슈퍼 엘니뇨의 습격】 생산 수출 차질로 식량 위기 고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8.0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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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위가 심상치 않다.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던 2016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는 이상 고온의 이유는 슈퍼 엘니뇨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는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적어도 3개월 이상 계속되면 발생하는 현상으로 지구 기온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에서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이는 식량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구는 물론 인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편집자주>

엘니뇨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불러오고 미국 남부와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폭우를 유발해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픽사베이)
엘니뇨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불러오고 미국 남부와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폭우를 유발해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엘니뇨는 지구 온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불러오고 미국 남부와 동아프리카 일대에는 폭우를 유발한다. 이에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는 식량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폭염과 폭우, 가뭄은 즉각적으로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니뇨로 전 세계 폭염, 폭우, 가뭄

엘니뇨와 라니냐는 자연스러운 지구의 기후패턴이자 열대 태평양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자연현상이지만 대기와 해양의 원격상관, 즉 대기와 해양의 흐름을 통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말은 결국 엘니뇨가 전 지구의 기상 상황과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뜻이다.

엘니뇨가 최고조로 발달하는 겨울철을 기준으로 보면 북반구에서는 유라시아 중·동부와 알래스카 지역을 포함하는 북미 서북부는 평상시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게 된다. 반면 남반구에서는 아프리카 남서부 지역과 호주 서쪽, 남미 북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인다. 강수량은 열대 서·중태평양에서 평소보다 증가하고 인도네시아 부근과 호주 북부는 평상보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엘니뇨 발생을 예상했던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 4일 엘니뇨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WMO는 엘니뇨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각국은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명과 생태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학자들은 엘니뇨가 쌀과 밀 등 곡물과 설탕, 원두 등 주요 식품의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30년간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 연안의 호주나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국가의 식량 생산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일이 있었으나 우려만큼의 큰 식량 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엘니뇨는 좀 다르다.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가 과거와 달리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고는 예전과 달리 식량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올 봄에 끝난 라니냐가 예상보다 길어진 3년 동안 이어진 점을 비춰볼 때 엘니뇨 역시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쌀 국제가격 지표인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이 톤당 535달러로 앞서 4개월 동안의 평균 가격보다 15%가 올랐다. (사진/픽사베이)

쌀, 밀 등 곡물 가격 오를 가능성

엘니뇨가 불러온 기후변화는 곡물 등 식량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올해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와 인도, 필리핀 등은 강수량 부족으로 쌀 생산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 쌀 국제가격 지표는 태국산 쌀 수출가격으로 정해지는데 태국 정부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 지난 5월부터 폭염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 탓에 생산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쌀 농사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폭염과 가뭄이 같이 발생하자 태국 정부는 한 해 2~3번 예정된 쌀 생산을 1번으로 줄이라는 권고했고 정부의 권고에 태국의 올해 쌀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가격 지표인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톤당 535달러로 앞서 4개월 동안의 평균 가격보다 15%가 이미 올라있는 상태다.

세계 쌀 1위, 밀 2위 생산·수출국인 인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0일 인도는 인디카 백미의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해 약 140개국에 2200만톤의 쌀을 수출한 인도의 이번 결정은 자국 내 물가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함과 올해 엘니뇨로 인한 기후변화로 쌀 생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전 세계 곡물 물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의 수출 금지 결정은 흑해곡물협정 중단 사태보다 세계 식량 안보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007년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했을 때 30% 가량 가격이 오른 전력이 있다. 베트남이 쌀 수출 금지를 내렸을 당시에는 쌀 가격이 52%나 상승한 바 있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설탕을 사용하는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유제품, 음료수 등의 가격도 함께 올라 슈거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사진/픽사베이)
설탕 가격이 오르면 설탕을 사용하는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유제품, 음료수 등의 가격도 함께 올라 슈거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사진/픽사베이)

설탕도 문제, 슈거플레이션 우려

곡물 외에 설탕도 문제다. 지난 봄까지 이어진 라니냐로 브라질에서 원당 생산 차질이 생겼고 올 여름 엘니뇨로 전환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인도와 태국, 호주 등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설탕은 브라질과 인도, 태국, 호주 등 일부 국가의 사탕수수 재배를 통해 생산된다. 

과거 2015~2016년 당시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설탕은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16년 설탕 생산은 전년 대비 700만톤이 감소했고 저점에서 33.5%까지 폭등하는 등 생산과 가격이 동시에 출렁거렸다. 문제는 올해도 설탕 생산과 가격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이미 1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설탕 가격은 7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44.2%가 상승했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설탕을 사용하는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유제품, 음료수 등의 가격도 함께 오른다. 이에 슈가(sugar)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슈가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설탕 대체로 각광을 받던 아스파탐의 발암 논란으로 대체제 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설탕 가격 인상은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엘니뇨로 인한 식량 안보 위기를 경고하고 폭우과 가뭄, 폭염 등에 전 세계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기근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 중미, 카리브해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위기를 우려하는 동시에 주요 곡물 생산 및 수출국인 인도, 호주, 브라질 등에 대해 대비를 권고했지만 앞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그 이상을 엘니뇨의 영향권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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