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꿈 좇는 교육과정, 돈 좇는 아이들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꿈 좇는 교육과정, 돈 좇는 아이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10.28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 찾으라는 고교학점제, 꿈 없어 무기력한 학생
대학 진학 후 부적응, ‘대2병’에 학부모 깊은 한숨
진로적합성 찾으라는 입시, 전문가 찾아 맹모삼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2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문제지를 배부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2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문제지를 배부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 그리고 사람을 기르는 일은 종신의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을 두고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 교육은 백년과 같이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큰 계획이며, 다가올 백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계획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꿈과 끼를 갖춘 학생을 길러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위기와 변혁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진로와 적성은 지금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키워드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지향하는 지금 교육에서 정작 아이들은 ‘꿈’이 무엇인지, ‘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적성 집중,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실시되는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과목을 학생이 선택하여 이수하고 누적학점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고교학점제는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과목의 수업을 듣는 현 교육체계와는 전혀 다르다.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학생들은 개인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교실을 옮기며 수업을 듣게 된다. 1학년 때는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희망 진로와 관련있는 학업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선택과목은 2학년 때부터 수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이다.

집단보다는 개인에게 무게가 실리는 사회의 변화가 교육에도 스며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 개인의 특성에 집중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과 희망 진로의 구체화 및 심화에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에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꿈이 있고, 본인의 희망 진로 및 특성이 파악된 학생에게는 더없이 좋은 제도다.

문제는 상당수 학생들이 ‘꿈’이 없고, 본인의 진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기회를 가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학생들이 ‘꿈’이 없는 것으로 인한 염려는 하루 이틀 새 일이 아니다. 서점에는 ‘꿈이 없는 아이’라는 키워드로 이의 해결에 관한 조언이 담긴 책이 넘쳐난다.
온라인 포털 검색창에 ‘꿈이 없는 아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꿈이 없는 아이로 인한 고민을 토로한 글, 아이에게 꿈을 찾아주는 방법이 담긴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뒤늦은 사춘기, 대2병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의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을 입학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경우 대학 입학 후 부적응 증세를 보이거나 뒤늦게 진로 탐색을 하느라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입시경쟁의 과열로 인해 진로 탐색 기회를 미처 가지지 못하고 전공을 선택한 부작용이 대학 입학 후에 확인되기도 한다.

꿈이 없는 아이 그리고 과열된 입시 경쟁으로 인한 대표적 부작용은 ‘대2병’이다. ‘대2병’이란 대학에 진학했지만 본인의 장래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불안한 상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하는 ‘중2병’에서 파생됐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중2병과는 달리 대2병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2병’이 등장한 것은 이미 수년 전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학생 10명 절반 이상이 스스로 ‘대2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2병’과 관련하여 지난 2019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자신이 대2병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64.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학년별 응답 상황을 보면, 1학년은 43.4%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했고, 2학년은 74.7%로, 1학년보다 31.4%가 더 많이 대2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3학년은 75.3%, 4학년은 69.7%각 각각 대2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들은 왜 대2병을 앓게 되는 것일까? 주된 이유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 과 ‘전공의 불일치’다. 위의 설문에서 전공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전공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9.9%,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1.5%로 나타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전공에 대해 만족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참석 교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참석 교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 찾아 삼만리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학교 현장의 담임교사, 진로담당 교사, 사교육에 몸담고 있는 강사들은 요즘 학생들이 ‘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을 권하고, 진로에 맞는 활동이 높이 평가받는 ‘학종’ 등 입시전형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꿈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국 대학에 가기 위해 꿈이 필요하고, 그 꿈이 없는 학생의 꿈을 찾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육에서 컨설팅 분야가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것은 우리 교육이 맞춤 진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입시전문가, 입시 컨설턴트라는 직군이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기 시작한 시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는 대입을 위해서 교과 성적 외에도 진로 적합성이라는 요소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낯설지 않은 분위기다.

입시컨설턴트 A씨는 “실제로 학생이 꿈이 없더라도 현 입시 체제에서 진로를 미리 설정하지 않고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학생의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 첫 단추이자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면서 “만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부모님이 원하는 학생의 진로는 있지만,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 진로는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진로가 없는 경우에는 컨설턴트와 상담을 통해 현재 과목별 성적과 속한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여 진로를 설정, 학생의 활동에 대해 진로적합성면에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 등 적정성 평가 등을 통해 입학사정관에게 보다 돋보일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꿈이 없는 학생은 공교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사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꿈을 묻는 교사에게 ‘건물주’, ‘돈 많이 벌기’ 등 경제적 수준만 말하는 학생이 상당하다. 최근 이과계열의 인기와 문과계열 학과의 약화 역시 ‘취업’ 그리고 ‘연봉’에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꿈이 없는 것도, 대2병에 걸린 대학생이 꿈이 없는 것도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꿈’과 ‘끼’를 키우라고 하지만 학생 본인은 ‘꿈’과 ‘끼’를 찾지 못해 무엇을 키워야 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해결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리검사 등을 통해 자신을 파악하고, 이를 통한 잠재력을 찾는 것이 ‘꿈’ 찾기의 첫 걸음이라는 조언이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