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교권 쇼크,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교권 쇼크,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10.30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실을 떠나는 교사들, 잇단 극단적 선택에 ‘충격’
5년차 미만 퇴직 약 600명, 희망 퇴직 1만명 이상
“명예 회복 시켜달라”…사망 교사, 순직 인정 요구

[한국뉴스투데이]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 그리고 사람을 기르는 일은 종신의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을 두고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 교육은 백년과 같이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큰 계획이며, 다가올 백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계획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꿈과 끼를 갖춘 학생을 길러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위기와 변혁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지속운영 촉구 및 전면파업 출정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교원 총궐기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교사들을 추모하고 있다. 주최 측은 "작은 액자는 지난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선생님 6분을, 큰 액자는 지금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모든 교사를 의미한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선생님들이 교실을 떠나고 있다. 교실을 떠난 교사 중 일부는 거리에서 피켓을 들었고, 누군가는 생을 저버렸다. 교권 침해 사건으로 인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거리로 나온 교사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거리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던 선생님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전국교사일동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서이초 교사 사망 진상 규명 ▲ 악성 민원, 업무 과다 등으로 사망한 교사들의 순직 인정 ▲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 개정 등을 요구했다.


최근 경찰은 서이초 사건에 대해 범죄혐의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해 빈축을 샀다. 이에 교사들이 진상 규명과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온 것이다.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선 교사들은 '서이초 진상규명', '아동복지법 실질 개정' 등의 손팻말을 들고 모여 “억울한 교사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위협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 사망 사건 이후 매주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의 성과도 있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보호 4법’이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교육 현장에서 교권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육활동 침해 학생 조치’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교사들은 ‘교권 보호 4법’으로 인한 변화가 학교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두 달이 넘는 수사에도 서이초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마무리에 들어갔고 교권 4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현장에서 변화는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권보호 4법의 핵심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인데 지금껏 수많은 교사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냐"고 반문하며 신속한 아동복지법 개정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실 떠나는 교사들
교실을 떠나는 교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교육부의 ‘전국 국공립 초중교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2022년3월~2023년4월)간 5년차 미만 퇴직 교사는 589명이었다. 이는 전년(2021년3월~2022년2월) 303명의 곱절에 가까운 수다. 근속기간과 무관하게 퇴직한 전체 교사 수는 1만2,00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세다. 올해 스승의 날을 기념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교총에 따르면 동일 설문을 시작한 2006년 이 문항의 만족도는 67.8%였다.

교사가 교실을 떠나는 이유는 이미 상당 수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악성 민원 등 학생 및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받는 신체적·정신적 피해 때문이다. 교총 설문에서 교사들은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를 들었다. 교사들의 업무 피로도 원인으로 수업 외적인 행정 업무, 교사 집단 내의 상하규율 등 교육과 무관한 요소들이 지적 받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를 어려움으로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8.2%에 그쳤다.

민원 등으로 인한 교권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총이 확보한 교육부 자료에서 2017년~2022년까지 6년 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혀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받은 건수는 1249건이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분상해죄’, ‘명퇴도우미’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과 학부모의 소위 ‘갑질’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다.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받는 경우는 그나마 좀 더 사안이 심각한 경우일 때다. 욕설 등은 일상이고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교총 설문에서 교사들이 답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이유에는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목소리를 엄하게 해 아동학대’, ‘초등학생인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어 정서학대’, ‘받아쓰기를 진행해 초등학생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졌다’ 등의 사례가 전해졌다. 교총에 소송 보조금(교권옹호기금) 지급을 신청한 교사들의 ‘교권 침해’ 소송 87건 중 절반에 달하는 44건이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사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눈물로 교권 살리기
교사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으로 학부모, 특히 초등생 학부모를 향한 날선 시선이 있지만 정작 상당수 학부모들은 교권 붕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교사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했던 ‘9·4 공교육 멈춤의 날’ 역시 집회에 참석하거나 현장체험학습 신청으로 지지를 표한 학부모가 상당수였다.

교사의 명예 회복 및 복귀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적극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 24일 광주 북구 양지초등학교 앞에서는 학부모의 아동학대 고소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윤수연 교사의 교권회복 촉구 집회에 제자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윤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윤 교사는 지난해 4월 친구와 싸우는 학생을 말리려 빈 공간으로 책상을 넘어뜨려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고 1년3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기각됐으나 검찰의 결정에 불복한 학부모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윤 교사는 이같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법적 소송을 교권침해로 인정해달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한 상태다.

윤 교사 사건과 관련 초등교사노조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아동학대 무고를 교권침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여러 교사들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교육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악성 민원과 관리자의 외면에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소임을 다하도록 수사 당국의 엄정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사노조는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교사 8,000여명이 동참한 윤 교사 지지 서명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1월 윤 교사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모인 전국 교사 1,800여명의 탄원서보다 4.5배 많은 수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지속운영 촉구 및 전면파업 출정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지속운영 촉구 및 전면파업 출정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너진 교권, 순직으로 복권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쉬이 멈추지 않을 기세다. 교사들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시작된 릴레이  1인 시위와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오는 28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원 총궐기' 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3만명이 집결해 대규모 집회를 했다. 9월 교권 보호 4법 통과 이후 토요 집회를 중단했다가 4주 만에 재개한 집회였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교권 보호 조치와 더불어 사망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이다. 이들은 "악성 민원과 과다 업무로 인한 고통으로 세상을 등진 선생님 대부분이 사망 장소가 집이 아니었다는 이유, 죽음과 학교 내 사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공무상 재해로 인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교사의 순직 인정 비율은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최근 순직 인정된 의정부 교사는 지난 2012년 12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2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은 것이다. 교사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 사망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경기·강원·인천·경북 제외), 스스로 세상을 등진 교원 61명 중 단 1명만이 순직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한 교사의 순직은 입증책임이 유가족에게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유가족이나 학교가 신청서와 증빙자료를 교육지원청에 제출하고 교육지원청이 검토해 공무원연금공단,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교사의 순직 인정 과정에서 학교의 협조 정도가 순직 인정 비율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