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퇴보 vs 정도, 2028 수능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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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10.2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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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에 大변화, ‘문과 침공’으로 무너진 통합형 수능
고교 3년 내내 상대평가, ‘9등급 → 5등급’ 변화 의미는
수과학 심화 과정 배제, “이과계열 교육 기반 붕괴” 우려

[한국뉴스투데이]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 그리고 사람을 기르는 일은 종신의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을 두고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왔다. 교육은 백년과 같이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큰 계획이며, 다가올 백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계획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꿈과 끼를 갖춘 학생을 길러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위기와 변혁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교육, 교육 불평등 강화하는 입시제도 철폐 및 2028년 대입제도 개편 시안 전면 철회, 고교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및 수능 자격고사화, 범국민 기구와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교육, 교육 불평등 강화하는 입시제도 철폐 및 2028년 대입제도 개편 시안 전면 철회, 고교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및 수능 자격고사화, 범국민 기구와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재수 불가’.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 변화를 발표한 이후 교육계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수능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공통 과목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두고, ‘문과 침공’, ‘기초 학력 저하’ 등 다양한 원인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문과 침공’에 결국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8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 대해 "공정과 안정을 중심으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수능 시험과 고교 내신 개선책이 함께 담겼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 체계를 검토한 결과, 학생의 진로에 맞는 선택 지원보다 점수 얻기 유리한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을 유발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었던 ‘문과 침공’(성적이 좋은 이과생이 문과계열 학과에 진학하여 문과생을 제치고 합격하는 상황을 부르는 신조어)과 맞닿아 있다.


특히 과목 선택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실제 수능 성적표에 기재되는 표준점수는 달라질 수 있어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수능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3 수능에서 지구과학Ⅰ은 33.7%가 선택한 반면 물리학Ⅱ는 0.6%만이 선택했다. 또 생활과 윤리는 32.9%였지만 경제는 1.1%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진행된 대입개편 전문가포럼에서 현직 고교교사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 진로와 무관하게 점수 취득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도 이 같은 우려를 더했다. 교육부는 “현재의 수능 과목체계를 학점제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과목 유불리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없앤 이른바 ‘통합형’수능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고1때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만이 수능에 포함되며, 고2~3때 배우는 선택과목은 내신으로만 반영된다.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가 공통에 포함됐다. 국가교육위원회 검토에 따라 심화수학을 포함시킬지 여지를 남겨두었다.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이 반영된다. 절대평가 체제인 영어와 한국사는 변화가 없다.

5등급 내신의 의미
내신 평가에서는 5등급 상대평가 제도를 적용한다. 현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모든 학년이 전 과목에 동일한 5등급 절대평가 체제(상대평가 병기)를 적용한다. 앞서 6월에는 고등학교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의 경쟁이 과열되고 나머지 학년의 성적 변별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한 수정안이라는 설명이다. 

5등급 상대평가제에서는 상위 10%의 학생이 1등급을 받게 된다. 현 9등급제에서 1등급은 상위 4%에 불과하다. 고교학점제의 실시로 과목 당, 학급 당 학생수가 20명 이하로 줄어들 경우에도 한 과목에서 1등급인 학생이 나올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학생들이 고교 3년 내내 꾸준하고 성실하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이 부총리는 “기존에 예고된 평가 방식은 고1 때의 성적을 2·3학년에 열심히 해서 만회할 길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라며 “학년별로 다르게 설계된 내신 평가 방식은 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고교 3년 내내 상대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달리 부작용을 예상하는 해석도 있다. 전국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전국 진학지도협의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상대평가 유지로 학생들은 다시 지나친 경쟁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고교 3년 내내 상대평가가 진행되면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체는 “학생들은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돼 고교학점제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신에서는 최소한 진로선택·융합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평가에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방식 역시 지적을 받았다.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 연합은 25일 수능 개편 시안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선택과목의 상대평가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 연합은 “선택과목 내신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절대평가 성취도 등급과 상대평가 석차등급을 병기하도록 했으나, 상대평가 석차등급 병기는 오히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가중해 공정성 훼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참석 교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 교원과의 대화에서 참석 교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과만을 위한 개편
2028 수능 개편 시안에 대해 수학 과목의 심화 과정이 제외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편 시안에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이 수학 영역 출제 범위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이후 이과계열 대학 교육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수학계는 이와 관련하여 "(수능 개편 시안은) 오직 문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만을 고려한 시안"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수학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이과계열 대학교육의 기반 붕괴와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2028 수능 개편안'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앞서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서 고등학교 진로선택 과목인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수학 영역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시안에는 수능 선택과목 배제 원칙에 따라 수학 영역은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에서 출제해 공통으로 치른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따로 묶어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할 가능성을 열어두었어나 사실상 실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수학회는 "국민 의견수렴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쟁점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교육부는 심화수학 신설 결정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긴 상태인데, 교육부가 시안 발표 전에 실시한 학부모 여론조사에서 58.2%가 '심화수학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개편 시안에서 제외된 미적분Ⅱ·기하는 대학에서 이공계열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히 선수학습을 해야 하는 내용이다. 대한수학회는 "(고교생들이)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고 쉬운 과목만 반복 학습으로 소비하느라 정작 필요한 수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대학에서 보완해야 하는 이과계열 대학생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계 역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 연합은 25일 성명서에서 “지난 10일 발표된 2028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의 목적과 교육적 지향점에는 공감하나,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 저하와 과학기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돼 대학교육 기반이 붕괴될까 우려된다”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현장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대한지구과학교육학회, 에너지기후변화교육학회, 국제과학영재학회, 한국초등과학교육학회가 참여했다.

수능 개편 시안에 대해서 과학계 역시 ‘교육 수준’의 미달을 염려하고 있다. 공통 영역으로만 치러지는 수능으로 인한 학력 수준의 하향을 예상한 수학계와 같은 해석이다. 과학계는 “학생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과 같이 다양한 과학 분야를 선택하는 기회를 줄어들게 해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국내 학생들의 과학지식 수준은 물론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 수준을 낮추고,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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