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농업과 축산업은 심각한 변곡점에 서 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가 농촌 현장과 국민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산업은 기후 문제가 구조적 문제와 만나 수입산 공세로 위기에 직면했고, 육지와 바다에서는 달라진 기후로 인해 주요 생산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달라진 우리 식탁 모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바다는 더 이상 예전의 바다가 아니다. 세계 평균의 곱절 이상 오른 해수 온도 탓에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명태, 오징어, 대구 등 한류성 어종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갈치, 고등어, 참다랑어, 흑점줄전갱이 등 난류성 어종이 북상하며 어획량이 크게 늘고 있다. 해조류 양식장에서는 수온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해 김, 미역, 다시마의 작황이 나빠지고, 어민들은 “바다가 낯설다”고 하소연한다.
달라진 어장 지도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통계청 등은 어획량 관련 공식 통계와 전망을 잇달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가 20일 공표한 ‘낚시어선어획량조사’에 따르면, 봄철 쭈꾸미, 문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했다. 한반도 연안의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우리나라 연근해 표층 수온은 지난 수십 년간 1.4~1.6℃ 이상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명태, 오징어, 대구 등 한류성 어종은 줄고, 주꾸미, 문어, 갈치,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은 북상하거나 어획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동해안 갈치 어획량은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고등어 역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명태와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새 각각 90%, 60% 감소했다. 해수 온도 상승은 산란 시기와 어획 시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동해안 오징어의 산란 시기는 5월에서 4월로 1개월 이상 빨라졌고, 남해안 멸치 역시 산란과 어획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어장 이동, 어구 교체, 조업 시기 조정 등 새로운 적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어획량, 양식어업물 생산량도 꾸준히 감소세다. 수협중앙회가 이달 발간한 ‘2025 수산경제전망’에서는 2025년 총 어업생산량을 361만 톤(상한 365만 톤, 하한 354만 톤) 수준으로 전망했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증감률은 1.2%였으며, 2024년은 전년과 유사, 2025년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면양식어업 생산량은 올해 221만 8천 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해조류 양식도 ‘비상’
기후변화의 영향은 해조류 양식업에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해면양식업 생산동향’에 따르면, 2023년 해면 양식업 생산량은 224만 9천 톤으로 전년 대비 1.6%, 5년 전(2018년) 대비 3.7% 감소했다. 특히 다시마는 2023년 생산량이 28만 2천 톤으로 전년 대비 9.1% 줄었고, 미역도 2.2% 감소했다. 김 생산량은 2023년 83만 6천 톤으로 0.8% 감소했다.
수온 상승은 해조류의 생장 속도를 늦추고, 병해충 피해를 증가시킨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이 2~3℃만 올라가도 다시마, 미역 등 저온성 해조류의 생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김 양식장에서는 유해 조류(적조 등) 발생이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남해안 일대에서는 적조와 고수온 현상으로 김과 미역 양식장 피해가 크게 늘었다.
어획량 감소와 함께 수산물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오징어 1kg 평균 도매가격은 2만 2,000원으로 5년 전(2019년) 대비 70% 이상 상승했다. 명태, 대구 등 한류성 어종 가격도 50~80% 올랐고,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도 20~30% 가격이 뛰었다. 반면, 갈치, 고등어 등 일부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 증가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공급 불안정, 어가 인구 감소, 고령화 등 복합적 요인이 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양식, 해결책 될까
정부와 관계기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70% 감축, 갯벌 식생 2025년까지 15㎢, 바다숲 2025년까지 385㎢ 복원 등 ‘블루카본’(해양 탄소흡수원) 확충과 해양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10곳 조성, 친환경 선박 1,000척 보급, 어선 연료 효율화, 양식장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등도 병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수산업 중장기 계획’에서 2030년까지 수산물 생산 370만 톤 유지, 어가 소득 연 6,500만 원, 소비자 물가지수 2%대 유지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어획 규제 개선, 어촌 소멸 방지, 연안 활력 제고, 어업인 교육 및 지원 강화 등도 주요 정책 방향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어종 분포 변화 예측 모델, 산란장 복원, 고부가가치 양식품종 개발, 병해충 조기 경보 시스템 등 과학기술 기반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해양생태계 모니터링을 확대해 주요 어종, 해조류, 패류의 분포와 생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공개하고 있다.

현장 어민들은 바다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입 모아 걱정한다. 어획량이 줄고, 잡히는 어종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명태, 오징어, 대구가 주력이었다면, 이제는 갈치, 고등어, 참치가 더 많이 잡힌다. 전남 완도의 한 김 양식 어민은 “수온이 오르면 김이 빨리 녹고, 적조 피해도 심해진다. 병해충 방제와 양식장 관리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고 토로했다.
어촌의 구조도 문제다. 어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전국 어가 수는 4만 3,000호로 10년 전보다 30% 줄었고, 어업 종사자 평균 연령은 62세에 달한다. 어촌 소멸 위기와 인력난, 기술 전수의 어려움도 수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대한민국 바다는 전 세계적으로 해수 온도 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역 중 하나다. 어종 분포 변화, 양식업 생산량 감소, 해조류 작황 부진, 수산물 가격 상승 등 먹거리 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민 소득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