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농업과 축산업은 심각한 변곡점에 서 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가 농촌 현장과 국민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산업은 기후 문제가 구조적 문제와 만나 수입산 공세로 위기에 직면했고, 육지와 바다에서는 달라진 기후로 인해 주요 생산물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달라진 우리 식탁 모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한 달 만에 2%대로 올라서며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4.3%), 수산물(7.4%), 가공식품(4.6%), 외식(3.1%) 등 먹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사진/뉴시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한 달 만에 2%대로 올라서며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4.3%), 수산물(7.4%), 가공식품(4.6%), 외식(3.1%) 등 먹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우리 낙농산업은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과 함께 구조적 경영 악화, 소비 감소, 수입산 공세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 낙농은 폐업, 수입유는 득세
농림축산식품부와 주요 언론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낙농산업의 변화는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전국 쿼터 보유 낙농가는 4,300호로 2023년(4,500호) 대비 4.4% 감소했다. 올해는 4,200호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젖소 사육두수 역시 2023년 대비 7,000두 줄어든 38만두로 집계됐다. 환경규제, 고령화, 부채 등으로 매년 100~200호 내외의 낙농가가 폐업하고 있으나, 신규 진입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낙농산업의 생산기반 약화는 곧바로 우유 생산량과 소비량의 감소로 이어졌다. 2024년 국내 원유 생산량은 193만8천 톤, 올해는 191만9천 톤으로 1.0% 감소할 전망이다. 유제품 소비량도 2024년 422만5천 톤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2025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우유 시장이 위축되는 사이, 수입 멸균유(UHT milk)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수입 멸균유는 4만9천 톤으로 전년 대비 30.2% 급증, 원유 생산량의 2.5%, 시장점유율 3%를 넘어섰다. 2017년(3,440톤)과 비교하면 1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우유 자급률도 하락했다. 2021년 국산 우유 자급률은 45.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급률 하락은 식량안보 문제다. 전문가들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제 가격 변동, 무역 분쟁 등 외부 변수에 더욱 취약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후변화 직격탄, 생산성 뚝
낙농산업의 위협 요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젖소 등 가축의 사료 섭취량과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곡물의 영양가(단백질, 철분, 아연 등)도 저하돼 사료비 부담이 커졌다. 2022년 우유 리터당 생산비는 959원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고, 사료비도 20.7% 올랐다. 산유량 감소와 수송아지 가격 하락, 사육비 증가로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37.2% 감소했다.

생산성 하락은 곧바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로 인해 농식품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파, 사과, 깻잎, 상추, 배추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우유·유제품 가격도 불안정해졌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비축분 방출, 수입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유 생산량 감소와 가격 불안정, 소비자 신뢰 하락 등으로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고, 대체 음료(식물성 음료, 수입 멸균우유 등)와 치즈 등 가공유 소비가 증가하는 등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낙농제품 유통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수입 멸균유와 유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국산 우유의 입지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유제품 시장 개방으로 우유 및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되면 수입산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람이 없어요” 후계 구도 막막
낙농가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낙농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6억8,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 4억 원 이상 고액부채 비율은 76%에 달한다. 시설투자, 사료구입, 쿼터 매입 등이 주요 원인이다. 후계 구도 문제도 심각하다. 낙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은 60대가 44%로 고령화가 심각하지만, 뒤를 이를 경영주가 없는 상황이다. 농수축산신문이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 후계자 확보율은 32%에 불과하며, “후계자도 없고 육성계획도 없다”는 응답이 38.9%로 세대교체 단절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구조적 위기는 농촌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농가의 폐업은 곧 지역 일자리 감소와 소득 저하로 이어지고, 농촌 공동체의 기반을 위협한다. 한 낙농가는 “사료값, 인건비, 시설비가 모두 오르고 있는데 우유 가격은 동결돼 버틸 수가 없다”며 “자식에게 농장을 물려주고 싶어도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올해도 원유 가격을 2년 연속 동결했다. 음용유용 원유는 리터당 1,084원, 가공유용 원유는 882원으로 유지된다.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쿼터 조정(음용유용 0.1%p↓, 가공유용 0.5%p↑) 등 구조조정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2026년부터는 미국·유럽 유제품 무관세 수입이 예고돼, 국산 우유 자급률 하락과 시장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

정책 변화는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정부와 업계는 잉여원유 분유화, 생산 효율화, 후계자 육성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 젊은 세대의 유입이 쉽지 않고, 기존 농가의 경영 안정도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우리 낙농산업은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과 함께 구조적 경영 악화, 소비 감소, 수입산 공세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우리 낙농산업은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과 함께 구조적 경영 악화, 소비 감소, 수입산 공세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뉴시스)

자급률 방어와 후계자 육성 시급
박종수 충남대 명예교수는 “국산 우유 자급률은 이미 50% 이하로 떨어졌다. FTA에 따른 무관세 수입 확대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생산기반 유지와 경영 안정, 후계자 육성, 생산 효율화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생산비 절감, 스마트팜 도입, 친환경 인증 확대, 교육 및 지원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실질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 소비자 신뢰 회복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로 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 그리고 국민 식탁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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