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 상승으로 커피값도 덩달아 수직상승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이상기온으로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커피값도 함께 상승하는 분위기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렸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대부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여기에 인스턴트 커피까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커피값이 요동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원두 생산량 감소는 커피값에 직격타를 날리는 모양새다. 

대부분 커피업체 가격 인상 동참

커피값은 올 초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 1월 24일부터 스타벅스는 2022년부터 3년간 동결했던 카페 아메리카노 등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가격 인상 이유는 지속적인 환율 상승 및 원가 인상의 여파였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장격인 스타벅스가 지난해 11월 일부 톨사이즈의 아이스 음료 11종의 가격을 인상한 이후 불과 2개월만에 또 가격을 인상하면서 올해 커피값 인상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스타벅스에 이어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파스쿠찌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올렸고 여기에 오는 29일부터는 롯데그룹의 외식사업체인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가 커피 가격을 최대 300원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어 30일부터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가 아메리카노 등 커피 제품 32종 권장 판매가격을 100~500원 인상하는 등 커피 프랜차이즈업체 외에도 커피를 제공하는 베이커리, 외식사업체 대부분이 가격을 올렸다. 

이번 커피값 인상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커피들도 대거 동참했다. 지난달 가격을 인상한 메가MGC커피(메가커피)는 브랜드 론칭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메가리카노 등 대표 음료의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빽다방도 이달 21일부터 아메리카노(핫) 등 일부 음료의 가격을 200원 인상했다. 최근 컴포즈커피도 주요 음료 가격을 20% 인상했고 더벤티도 일부 음료 가격을 100원 올렸다. 

인스턴트 커피 가격도 움직였다. 동서식품은 동서식품이 오는 30일부터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맥심 모카골드 등 커피믹스 제품과 카누 아메리카노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평균 9%가 인상되고 맥심 티오피, 맥스웰하우스 RTD 등 커피 음료는 평균 4.4% 오를 예정이다. 출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판매가격 역시 유통채널과 협의를 거쳐 6월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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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원인은 원두 가격 때문

이처럼 커피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커피의 원재료인 원두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의 아라비카 커피 평균 거래가는 톤당 7112.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가 올라간 수준이다. 또한 최근 3개월 평균 커피 거래 가격은 톤당 8482달로 지난해 같은 기간(4449달러)에 비해 무려 90% 이상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눠지는데 이 중에서도 고급 커피는 대부분 아라비카 품종에서 나온다. 아라비카 원두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등 전 세계 열대지역의 습한 산지에서 재배된다. 에티오피아는 국토의 거의 전체가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 고원지대로 여름과 겨울이 없고 1년 내내 봄, 가을 기후를 보인다. 최고 기온이 33°C를 넘기 힘든 고지대지만 최근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도 이상고온이 나타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40°C를 넘는가 하면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아라비카의 원산지인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아열대 또는 온대 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12~22°C 사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브라질은 최근 몇 년간 홍수와 폭염, 가뭄, 화재 등 여러 가지의 극단적인 이상기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남부는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폭우는 홍수로 이어져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교통이 마비되고 에너지와 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지역에는 적색 경보가 발령됐다. 

쌉싸름하고 강한 맛이 특징으로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사용되는 로부스타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하지만 베트남도 이상기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23년 베트남은 43~44°C 폭염으로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상기온으로 베트남의 원두 작황은 매년 10~15% 감소했고 이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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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취약한 커피의 미래는

커피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대표적인 작물 중 하나다. 커피 원두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연중 기온이 15~24°C로 일정해야 하고 강수량도 일정하고 안정적이여야 한다. 기온이 30°C를 넘게 되면 잎과 열매를 갉아 먹는 해충의 피해를 입게 된다. 최근 폭염 등 이상기온이 발생한 콜롬비아의 경우 커피전염병이 퍼져 커피 생산량이 평균 30%나 감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이상기온이 이어질 경우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커피가 멸종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우려는 실제 보고서에서도 자주 포착된다. 발표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커피 생산을 많이 하는 12개 나라의 온도, 강우량, 습도 등의 기후 요인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재배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고 또 다른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2도가 오를 경우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재배 면적이 현재의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에 업체들은 원두 없는 커피, 일명 대체 커피 개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미국의 ‘아토모 커피(Atomo Coffee)’의 경우 대추씨를 분쇄하고 라몬씨, 해바라기씨 추출물, 과당, 완두콩 단백질, 수수, 레몬, 구아바, 호로파씨, 카페인, 베이킹소다 등과 함께 로스팅 작업을 거쳐 대체 원두를 만든다. 여기에 기존 커피와 비슷한 카페인 함량을 위해 합성 카페인도 첨가한다. 대체 커피로 만든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약간 더 비싸지만 커피와 비슷한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커피 원두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커피 브랜드가 생겼다. 웨이크라는 국내 기업에서 론칭한 산스 커피는 대추씨와 치커리 부리, 빵 부스러기, 보리 등을 이용해 커피와 같은 맛은 구현했다. 대체 커피의 경우 카페인이 첨가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카페인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 면에서는 일반 커피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지만 추후 원두가 더 비싸질 경우 대체 커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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