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뉴스투데이]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에 지난 6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역대급 가뭄을 겪고 있다. 강릉의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다음 달까지도 이렇다할 비 예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강릉은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을 절반으로 줄이는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가뭄은 당장은 생활 전반에 불편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강릉의 관광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강릉 전역 가뭄 경계 단계
환경부는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25.4%(평년대비 37.8%)로 낮아짐에 따라 이날 기준 강릉시 가뭄단계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 전체 생활용수의 86.6%를 공급하는 상수원으로 약 18만명이 오봉저수지를 통해 물을 받아 쓰고 있다. 하지만 오봉저수지의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71.6㎜로 평년대비 절반인 54.9% 수준으로 저수율이 저조하다.
강릉시의 가뭄 판단 기준은 저수율 35%일 경우 관심, 30%일 경우 주의, 25%는 경계, 20% 미만은 심각 단계로 분류된다. 오봉저수지는 지난 7월 9일 ‘주의’ 단계에 진입했으며, 저수율이 26.7%까지 하강한 이후 7월에 내린 비로 저수율이 36.6%로 소폭 상승했으나, 8월 들어 다시 강수량이 줄어 저수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현재는 ‘경계’ 단계로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상황은 악화됐다. 지난 19일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1.8%로 심각 단계에 근접했다. 오봉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관측 이래 최저치다.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을 평소처럼 사용할 경우 오봉저수지가 급수할 수 있는 양은 불과 25일분이다. 즉, 25일 후에는 강릉 전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에 강릉시는 제한급수라 초강수를 결정했다.
지난 19일 김홍규 강릉시장은 강릉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 20일 오전 9시부터 세대별 계량기를 50%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한급수 대상은 주문진읍과 연곡면, 왕산면을 제외한 강릉 전 지역이다. 강릉시 전체 인구 20만명 가운데 18만명이 제한급수 대상인 셈이다. 강릉시는 제한급수를 통해 가구마다 40%의 절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에 관광 산업 타격
강릉시의 가뭄으로 당장 생활 전반에서 불편이 감지된다. 강릉시가 가뭄 경계 단계로 격상된 이후 시내 공용음수대 등의 사용을 제한했고 수돗물 계량기를 절반만 열어 수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물 공급량을 줄이면서 시민 대부분의 불편이 예상된다. 일부 강릉시민들은 물이 나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생수를 비축하거나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지인 등을 통해 물을 공수하는 등 가뭄을 대비하고 있다.
강릉시의 목욕탕과 수영장, 실내 물놀이터 등은 벌써부터 개점휴업을 내걸고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7월부터 강릉시 일부 목욕탕은 가뭄으로 임시 휴장이라는 플랜카드를 걸고 영업을 임시 중단했고 수영장들 역시 가뭄으로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다. 강릉시내 분수대 대부분은 지난 6월부터 가동을 전면 중지했다. 시내 공중화장실은 주중에는 폐쇄되고 주말에만 운영하고 있다.
농작물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강릉 지역은 3~5월에는 개두릅, 6~8월에는 블루베리, 9~11월에는 오륜쌀, 12~2월에는 곶감을 특산물로 재배하고 있다. 이번 가뭄으로 당장 가을철 쌀 농사가 위협을 받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1차적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에 농업용수까지 부족하면 농작물의 피해는 불가피다. 오봉저수지가 하루 공급하는 농업용수는 4만㎥에 달해 저수율이 낮아질수록 농업용수도 부족해진다.
강릉의 관광 산업도 가뭄의 영향을 받는다. 올 여름 휴가철 강릉 대표 해수욕장인 경포해수욕장 샤워장에는 이용시간을 5분 이내로 줄여달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다른 해수욕장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말에만 개방되는 공중화장실의 수압은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다. 올 여름 강릉을 찾은 휴가객들은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 상황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휴가철 물 부족에 대한 불편을 토로했다.

오는 28일 전후 고비 예상
현재 강릉시는 하루 5000톤의 유출지하수를 보조수원으로 활용하고 하루 1만톤의 남대천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등 가뭄으로 부족한 물을 보충하고 있다. 생활용수 제한급수에 앞서 이미 농업용수는 2일 급수 후 3일 단수 시행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이번 생활용수 제한급수에 맞처 농업용수는 3일 급수 후 7일 단수로 제한하는 등 단계를 높여 물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제한급수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가 오지 않을 경우 8월 28일 전후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까지 뚜렷한 비 예보가 없는 상황에서 강릉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추후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0에 도달하면 각 세대에 생수를 나눠주고,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고질적인 강릉시의 가뭄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연곡 지하수댐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곡 지하수댐은 강릉시 연곡면 송림리 일원에 조성되는 지하수댐으로 하루 1만8000㎥의 생활용수를 급수할 수 있는 규모다. 이로 인해 약 3만6000명이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곡 지하수댐 완공은 오는 2027년로 예정돼 있다.
김효정 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해마다 반복되는 강릉시 가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강릉시와 농식품부 및 강원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들은 강릉 지역 가뭄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도암댐 활용방안과 오봉저수지 준설 등 다양한 추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